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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이인시는 한때 조선업으로 흥하던 도시였으나 조선업의 몰락과 함께 쇠퇴해 갔고, 이인시에 위치한 상도병원은 이인시의 몰락과 함께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주는 서울의 대학병원 원무과에서 관행적인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퇴사하고 임신한 아내와 함께 이인시로 내려와 상도병원에서 근무한다. 이석은 별다른 배경 없이 개원멤버로 관리부에서 오래 일했고, 무주가 업무적으로 인간적으로 많이 의존했던 사람이었으며 아들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해 몇년 째 병원에 입원중이라 연민을 느꼈지만, 이석의 비리를 보고 있자니 자신의 과거 비리가 복기되어 고발을 결심하고, 이석은 병원을 사직하게 된다.
자신이 사내의 비리를 폭로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혁신위를 맡았던 무주가 고발자로 자연스럽게 함의가 이루어 졌고, 무주는 궁지에 몰린 듯해 자신에 대한 비난의 시선들을 상대로 자신이 아는 사실들을 다 폭로해 버리겠다는 말을 내뱉지만 무주가 아는 더이상의 비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후 무주는 이석의 아이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곧이어 약물로 환자가 쇼크를 일으킨 사고가 발생해 이석의 사직은 병원의 관심사에서 멀어졌고, 수액에 치사량이 안 되는 소량의 약물을 누군가 주입했다는 음모론이 나오자 무주는 이 사건의 범인을 이석이라 의심한다. 결국 원무과로 발령이 난 무주는 야간근무를 맡게 되면서 퇴사 압박을 받지만, 효라는 보안요원과 친해지며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희망을 찾으려 하지만 아내가 유산을 하는 등 불행은 계속되는 와중에 효에게서 수액에 약물을 주입한 사람이 감시카메라에 찍혔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석이 갑자기 새로운 요양병원 사업의 본부장으로 복귀하고, 무주는 원무과로 발령이 나 병원비 체납 환자들을 독촉해 쫓아내는 일을 맡게된다. 무주와 이석의 곤관계는 예전같지 않게 서먹하고, 무주는 자신의 폭로로 병원을 떠났던 이석에게 미안한 감정보다는 그동안 자신이 병원에서 겪은 일로 원한만 깊어졌다. 무주는 이석을 약물 투입의 범인으로 몰아내려 하지만 효가 이석의 끄나풀인 것을 알게되었고, 이석과 효는 무주가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것이 사무장의 비리라 생각하고는 무주에게 사무장의 비리를 폭로하라는 위협을 가한다. 무주는 무단 결근하고 서울을 배회하다 사무장이 결국 공금을 횡령해 도주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쇠퇴해 가는 도시 안에서 같이 몰락해 가는 사람의 모습이 투영되어 이래저래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제목이자 이석이 인용한 마태복음의 구절을 소설에 비추어 보면 이석과 무주는 결국 다 같은 죽은자이고 서로를 장사하게 만들도록 상부의 힘이 조종하고 있었다.
자신의 죄를 씻어보고자 이석을 고발하려 했던 무주는 자신의 고백대로 애처로운 영혼이다. 아내의 말대로 ‘스스로를 비난해야 할 때 언제나 다른 사람을 비난’(214p.)하는 불쌍한 영혼인데, 보통 인간의 모습이 그러하기에 민낯이 드러난 거울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모두들 의사의 헛된 장 담이나 보호자의 간절함이 발생시킨 수익으로 월급을 받는 처지였다. - P15
확실히 무주는 순도 높은 정의감과 도덕심에 흘려 있었다. 다시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신념 때문만이 아니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받는 게 두려웠다. - P43
관행만큼 편하고 안전한 건 없었다. 문제가 불 거지면 ‘관행‘이 비난받을 것이었다. 자신 말고도 그렇게 한 선배와 지시를 내린 과장이 곁에 있다 고 생각하면 다소 편해졌다. 장부에서 부풀린 수 많은 돈 중 자신이 직접 주머니에 챙겨 넣은 돈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놓았다. - P75
그러고 보면 관행은 운에 좌우되는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걸리지 않으면 행운이 쏟아지지만 일단 걸리면 모든 걸 내놓아야 했다 - P77
장부를 보자마자 무주는 익숙한 기분을 느꼈 다. 사람들은 다 똑같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 거로부터 온 목소리였다. - P84
헛 된 공명심과 정의감에 사로잡혀 벌인 일을 아내 에게 말하기 두려웠다. 이석의 아이가 죽었다는 얘기는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 에게도 비난받을까봐 두려웠다. - P90
무엇을 위해 이석을 고발할 작정을 한 건지, 어 떤 공명심과 정의감에 홀린 건지 의아해졌다. 무 주는 환상과 무지의 장막 아래에서 싸구려 도덕 심에 고취되어 있었다. 비밀을 알고 있다고 느낄 때에는 비리를 저지르고 묵인한 사람이 이 세상 의 타락과 부패를 주도했다고 믿었다. 이제는 아 니었다. 그들이 옳았다. 바리새인이 된 기분이었 다. 바리새인의 잘못은 예수의 손에 못을 박아 넣 은 게 아니었다. 예수를 죽임으로써 자기 힘으로 덕 높고 훌륭한 인간이 되려 했다는 점에 있었다. - P95
실패를 고백하는 건 쉬 웠지만 실망을 견디는 건 내키지 않았다. 스스로 의 비열함과 미천함을 간파하는 건 무주 자신으 로 충분했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침묵하며 견디 는 게, 시간이 나아지게 해주리라 기대하는 게 그 럴싸해 보였다. - P98
"기회가 꼭 좋으리란 법 있나. 원래 사표는 자 발적으로 못 쓰는 거야. 등 떠밀려야 겨우 각오를 다잡고 용기 내서 쓰는 거지." - P104
문제가 불거졌을 때 무주는 버려졌지만 이석은 살아남았다. 다시 기회를 얻었다. 그게 잘못이 없 다는 건지, 쓸모가 남았다는 의미인지 헛갈렸다. - P139
마태복음 8장에 이런 구절이 있어.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무 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계속 곱씹었어. 예수는 인 자하고 자비롭다면서 죽은 사람한테 왜 이러나,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야박해도 되나......이해 할 수 없었지. 한참 새기니까 조금 알 것도 같더 라고"
"무슨 뜻인데요?"
"영혼이 죽은 자는 내게 필요 없다, 불신자는 불신자에게 가고 믿는 자들은 나를 따르라. 그러 니까 나를 따르는 건 믿는 자로 충분하다는 뜻이 려나." - P140
무주는 평소 박과 같은 인간 을 경멸해왔다. 직장에 안착하는 것으로 인생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믿는 사람. 착실히 월급을 받 아 연금을 붓는 것 외에 별다른 욕심을 내지 않 고, 지식이나 이해력을 넓힌다든지 인격을 함양 한다든지 하는 욕망은 아예 품지 않는 사람. 특별 한 성취와 성과, 재능 없이 지내면서 급여로 간신 히 소액 저축을 하고, 퇴직한 후에는 자식들에게 넌더리가 나는 부모가 되어 늙어갈 게 분명한 부 류의 사람. 이제 겨우 마흔 중반에 그리된 것을 생각하면 한심하기보다 애처로웠다.
그러나 무주는 그들의 인생을 애틋해 할 자격 이 없었다. 무주의 인생보다 그들의 인생이 나았 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은 노골적으로 비리를 저지르거나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병상에서 손수 쫓아낸 적이 없었다. - P169
잘 알고 있잖아. 돈을 만드는 일이지. 한정된 자원으로 돈을 모으려면 방법이 없어. 천재가 아 니면 타락해야지. - P189
"당신은 스스로를 비난해야 할 때 언제나 다른 사람을 비난해요. 지금도 그래요. 사과를 하고 사 정을 설명해야 하는데 되레 비아냥거리죠. 좀 더 솔직해지면 좋겠어요."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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