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 - 대화, 듣는 것이 사람을 살린다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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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랑 전화를 하다가 끝에는 할말이 없어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고 끊은 적이 있다. 그리고 한참 생각해보니 내가 계속 말을 늘어놓으면서 친구가 말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할말을 잃다가 갑자기 내가 말이 없어지니 어색한 침묵만 흘렀던 게 아닐까. 부끄러워서 사과했다. 친구는 아무 생각 없었다고 답했다. 말만 없었던 게 아니라...!
또 말을 많이하는 친구가 있다. 친구의 지난 고난 또는 연애사가 시작되면 이야기는 끝없이 길어진다. 대부분 흥미롭게 듣는 편이다. 너무 길어서 지겨워질 때도 있지만. 이 친구에게 한번은 엄청 서운한 일이 있었다. 우리 둘 다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 내가 전화를 걸었다. 다른 얘기들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할 때 그 친구의 역경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우울한 맘으로 친구의 고난과 역경을 들었다. 20분 정도. 말은 못했지만 무지막지하게 서운했다. 배신감도 조금 들었다.
친구에게 든 배신감은 친구가 내 말을 들어줄 거라 기대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기대도 안하는데. 이 사람이 자주 하는 질문은 정말이지 답정너의 정석이다.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누가봐도 들을 마음이 없다. 눈으로 아주 웅변을 한다. 나는 네... 네... 맞아요... 눈을 피하며 대답하지만 솔직히 안 맞다. 꼰대질 좀 그만 했으면. 하지만 난 용기없는 사람이라 내 진심을 담아 말하는 건 먼 훗날 혼잣말처럼 이름 석 자를 보며 하는 말이 될거라 보고 있다. 그 때가 빨리 오기를 간절히간절히 바라지만 그의 부모는 무병장수하고 계시다.
나는 스트레스를 말하면서 푸는 편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든 하소연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을 만한 고민이 아니라고 느껴지거나 말하는 것 자체가 불안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익명인 사이버공간이 참 좋다! 하지만 결국 아무도 안들은 거나 마찬가지같고. 조금 외롭기도 하고. 사이버공간은 역시 허무해...
역시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인간이 좋다. 책을 보면서 실전 연습같은 걸 혼자 상상해보고 혼자 교정해봤다. 내 옆에 누가 앉아서 말하고 내가 들어주는 상상도 했다. 재밌다. 내 카리스마레벨이 1정도 오른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덮고 새롭게 닥친 문제는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들어줄 사람조차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 내일 엄마한테 말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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