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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제리 퍼넬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7년 1월
평점 :

장르문학 중에서도 과학소설(SF)은
비교적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추리소설이나 환타지, 라이트노벨에 비해
출판사가 큰 돈을 벌기가 상대적으로 무척 힘들어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신간을 출간하는 전문 출판사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시공사와 폴라북스, 불새 등
꾸준히 SF 신간들을 발간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있고,
최근에는 아작이 이 대열에 합세하여
매우 의욕적으로 활발하게 SF 신간들을 발매하고 있어서
과학소설 애호가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는데,
이런 과학소설 전문 출판사들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행복한책읽기사입니다.
행복한책읽기사에서 발간하고 있는 Happy SF 총서는
시공사의 그리폰북스 시리즈와
열린책들의 경계소설 시리즈의 맥을 잇는
한국 과학소설의 굵은 축 중의 하나인데,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우리나라 출판계의 전반적인 상황 악화와
극도로 침체된 국내 경기가 맞물리면서
(여기에 책통법도 단단히 한몫을 했지요
)
행복한책읽기사 역시 극심한 자금란에 시달리게 되면서
이 출판사의 간판 격인 Happy SF 총서의 발행 역시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습니다. 
독자펀드까지 모집해가며 발행비용을 충당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4~5년 동안은 1년에 1~2권 정도로 간헐적으로만 신간이 출간되었는데,
이런 어려운 와중에 아너 해링턴 시리즈 2권인 < 여왕폐하의 해군 >이 어렵게 발간된 데 이어
며칠 전에는 정말 오랫만에 제리 퍼넬의 < 용병 >이 신간으로 발간되었습니다.
< 용병 >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홍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면
"20세기 말, CIA에 의해 아프리카의 독재 국가로 파견되어 대리전쟁을 벌이던
릭 갤러웨이 대위 휘하의 미국 용병 30여 명은 쿠바군에게 포위당해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다.
이때 갑자기 나타난 외계인 샬누크시의 우주선에 의해 갤러웨이 대위의 부대는 구조되는데,
샬누크시들은 목숨을 구해준 댓가로 은하계 변경의 삼중항성계에 있는 행성 트란으로
릭의 부대를 보내서 마약성 식물인 수리노마즈를 수확해 올 것을 강요한다.
약 6백년 주기의 타원형 궤도를 가진 방랑 항성 [ 악마의 병 ]이 또다시 트린에 접근해서
급격한 기후 변화를 야기하면서, 고가의 수리노마즈를 얻을 수 있는 '서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트란에서는 로마 제국을 위시해서 고대 그리스인, 켈트족, 중세 유럽인, 서방 기마민족 등
지구 역사상의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온 인간의 자손들이 세운 국가들이 번성하며
피비린내 나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자동소총과 중화기로 무장한 닉의 소대가 창칼 밖에 없는 원주민들을 제입하는 일은 쉬워 보였지만..."
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소수의 20세기 현대 군인들이
현대적인 장비와 전술로 다수의 과거 시기의 군대와 전면전을 벌일 때
어떤 결과가 나오겠느냐는
밀리터리 시뮬레이션 형식의 SF인 셈이지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가장 기대했던 현대 군인과 고대 군인들의 전면전은
딱 한 차례만 나올 뿐이고,
최근 일본 라이트노벨들의 이세계물들에서 상투적으로 나오곤 하는
중세 상태의 이세계에 현대 문명을 옮겨놓는 설정도
맛보기 수준으로만 잠깐 소개될 뿐입니다
(사실은 이게 현실적이기는 하지요)
그리고 소설의 대부분은
트란 행성의 기존 정착민들 간의 권력 다툼과
릭 일행과 기존 정착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번 첫 권에서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의 배경 설정 정도만이 그려지고,
밀리터리 시뮬레이션이나 현대 문명의 이식 등은
시리즈의 후속편들로 넘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는 면에서
1960~70년대의 펄프 SF 같은 느낌도 적지않게 받게 됩니다.
그 와중에 원래 샬누크시들의 목적이던 수리노마즈는
초반 이후 맥거핀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맙니다.
책 날개에 적혀있는 작품 설명을 좀 더 옮겨보면,
"1978년 에이스 일러스트레이티드 SF 시리즈의 일환으로 처음 발간되었던 이 책은
스페인 만화가 베르메호의 정교하고 인상적인 삽화와
박력있는 전개로 큰 인기를 끈 단독 장편으로
봉건 왕국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평행세계에 떨어진 20세기 전직 군인의 모혐을 다룬
H. 빔 파이어의 < 칼반 경의 모혐 >(1965)의 완벽한 오마쥬로 간주되며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면서
< Clan and Crown >(1982), < Storms of Victory > 등의 속편으로 이어진 ' 용병' 시리즈는
밀리터리 sf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제리 퍼넬의 작품으로는
70년대 중반 이후 자주 콤비를 이루어 공동으로 저작을 발표했던 레리 니븐과 공동으로 쓴
< 루시퍼의 해머 > 시리즈 3권만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는데,
존 W.캠벨 주니어상의 첫 번째 수상자이자
< 스타십 트루퍼스 >의 적통을 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 명예의 서쪽 >과 < 우주의 용병 > 시리즈로 호평을 받았던 그의 작품이
그동안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것은
그가 레이건 정부의 스타워즈 계획의 적극적인 추진자 중 한 명으로
'우익 밀리터리 SF의 대부'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은 국내에는 1993년에 나경문화사를 통해 한 차례 출간되었다가
오랫동안 절판되어 SF 애호가들의 애를 태웠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과거 고전의 재발간보다는 새로운 작품의 출간쪽을 선호하지만,
이 작품처럼 절판된 지 20년이 넘은 고전의 경우는
재간을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재간을 환영하는 편입니다. 
행복한책읽기사의 Happy SF 총서 시리즈는 고유의 표지 디자인을 유지해오다가
< 여왕폐하의 해군 >에서 폴라북스에서 발간했던 시리즈 1권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고유의 디자인을 큰 폭으로 바꿔 발간했던 적이있습니다. 
그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발간했던 1권과의 통일성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번 책 역시 < 여왕폐하의 해군 >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출간된 것을 보니
일회성이 아니라 아예 표지 컨셉을 전면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본문의 글자체가 크지고 행간이 넓어져 가독성이 좋아졌으며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심플해 지기는 하지만,
겉표지가 없어지고 쪽 당 글자 수가 줄어들어서
다소 저가의 시리즈물같은 무개성함도 느껴지는데,
약간의 디자인 측면의 개선 혹은 병경에 비해
가격은 17,000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되어 있어
애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사실 오랫만의 신간인 이번 책이
과거에 출간되었던 고전의 재발간인 까닭에
SF 애호가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행복한책읽기사의 다음 출간 예정작에 쏠리게 되는데,
책 뒤쪽 날개에 보니
아너 해링턴 시리즈 3권이 < 순양전함 나이키 >라는 제목으로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되어있어
벌써부터 SF 애호가들을 열광케 하고 있습니다. 
(번역자가 번역 원고는 2권과 같이 일찌감치 넘겨졌다고 하니 조만간 나오겠죠?
)
haj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