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재화와 노동, 자본이 근간을 이루고 지탱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살면서도 우리는 종종 경제나 정치가 우리의 일상 생활과는 거리가 먼 별개의 혹은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경제학자나 관료들의 전문적인 업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루하루 회사나 가게에서 일을 해서 그 댓가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들을 타성에 의해 기계적으로 해나가다 보면 그 행위 자체가 지니는 거시적인 의미나 가치에 대한 생각은 흐려지고, 단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의무처럼만 생각하지, 그 행위가 나와 내 가족, 환경에 미치게 되는 의미를 깊이있게 생각하지 않게 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런 일상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직접 나 자신에게 닥치게 되면 곧바로 사회, 정치적인 문제로 관심이 모아지고, 그 바탕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놓여 있음을 알게되면서 금방 자본주의 사회의 숨겨진 진면목을 깨달게 되지만요. 하지만 이런 일을 직접 접하거나 겪기 전까지는 되도록 경제적인 복잡한 문제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회피기재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자본주의 경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복잡하고 거시적으로만 여겨지니까요.

 

그런데 경제학 서적들은 경제학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깊이까지 지배하고 통제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상적인 일과 사건들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학적인 의미들을 드러내 분석해 보여주기를 즐깁니다.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인 셈이지요. 쉽게 쓴 경제학 책들의 대부분이 이런 방식의 실생활에서의 경제학의 적용의 예를 중요한 분석과 서술 방법으로 채용하고 있으니까요.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로 오랫동안 재직해 온 박병률이 쓴 <경제학자의 문화살롱>도 이와 비슷하게 일상적인 생활과 사건들의 다양한 예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학적인 의미들을 분석하고 설명해 줌으로써 경제가 우리 일상에 미치고 주고받는 영향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같은 저자가 기존에 썼던 <경제학자의 영화관>과 유사한 방식이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세익스피어와 괴테, 헤세, 디킨스, 쥘 베른, 조나단 스위프트, 루이스 캐럴, 톨스토이, 나관중, 조지 오웰, 카프카에서부터 생텍쥐베리, 스콧 피츠제럴드, 애드가 앨런 포, 아서 밀러, 니코스 카잔차키스, 알퐁스 도데, 루시 몽고메리, 루쉰, 다자이 오사무 등 동서고금의 여러 작가들의 책들을 탐색하며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적인 의미들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속에 담겨있는 영국의 식민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와 저항, <오즈의 마법사> 속에서 볼 수 있는 금 본위 경제 체제의 구축 과정,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 속에서 그려진 산업혁명의 모습과 그 영향, <빨강머리 앤>의 매튜 삼촌을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만든 캐나다의 은행 파산, 미국 대공황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에 투영된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영국의 모습, <변신>을 통해서 본 1차 대전 직후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실체, <모모>에서 우화적으로 묘사된 금리의 실제와 역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배경이었던 비스마르크 시대 독일 제국의 비약적인 발전, <올리버 트위스트>에 투영된 멜서스의 <인구론>적인 고찰, <삼국지> 속에 그려진 동탁의 화폐개혁 실패, <Q정전> 속에 그려진 중국의 신해혁명, <어린왕자>에 그려진 세계대전, <인간실격> 속에 그려진 패전 후 일본 경제 부흥의 바탕이 된 한국전쟁 등 소설의 배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제적 상황과 사건들의 경제학적인 의미들을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고전 소설들 속에 담겨져 있는 그 시대와 작가의 의미와 의도를 보아 폭넓게 확장시킴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이있고 복합적으로 이끕니다. 작품 자체를 바라보는 관점도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중층적으로 만들고요.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지 서양의 고전 소설들만이 아니라 이효석, 현진건, 염상섭, 나도향, 이상, 박경리, 김훈 등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도 전체의 1/3 가량을 할애하여 <물레방아>에 그려진 소작쟁의, <표본실의 청재구리>에 그려진 3.1 저항운동의 경제적 의미, <날개>의 배경인 일제의 병참기지화된 1930년대 조선의 현실, <봄봄><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속에 그려진 1930년대 조선 경제의 풍경들, <토지>를 통해 본 지주 제[도의 소멸 과정, <잉여인간>을 통해 본 1950년대 우리나라의 원조 경제 등 우리 근대 소설들을 통해 본 한국 자본주의 경제의 풍경과 발전상들을 자세하게 분석해 서술하고 있는 점이 특히 주목됩니다.

    

hajin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너 해링턴 시리즈와 나란히 함께

1980년대 이후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국내 발간에 관해서는

지난 3월에도 포스팅을 했던 바가 있지요.

 

http://blog.naver.com/hajin817/60211493030

 

6권 이후 잠시 시간을 갖고 출간 전략을 정비한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약속대로 7월에 시리즈 7권과 8권을 나란히 출간했습니다. 좋아

 

출판사에서 보내준 택배가 도착한 것은 어제 오전이었는데,

포장을 끄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멋진 표지 일러스트들이었습니다. 물감색연필

 

사실 이 시리즈의 1권과 2권의 일러스트는 정말 멋있었지만,

3~6권은 너무 어둡고 단색조의 탁한 이미지여서 다소 실망스러웠는데,

 

이번 권에서는 1, 2권에서의 멋진 디자인이 제대로 살아난

눈길을 끄는 멋진 디자인으로 부활했습니다. 돌고래

 

 

멋진 표지 일러스트에 비해

옆면의 디자인은 너무 아동용같아서 그다지 멋있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그레도 중간에 변경하지 않고 계속 이어간 덕분에

현재까지 위의 그림과 같은 상태까지 완성되었습니다.

 

시리즈 7권의 제목은 <무한의 경계>입니다.

 

이 작품은 3편의 중편을 모아놓은 형태의 구성으로

<슬픔의 산맥>, <미궁>, <무한의 경계> 3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중 <슬픔의 산맥>은 SF 무크지인 <HAPPY SF> 1권에 실렸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단행본으로 발간된 것입니다.

 

시리즈 8권<전장의 형제들>

마일즈의 클론 형제인 마크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강아지2

 

 

이번에 출간된 두 권은

다음 권인 <미러댄스>와 함께 시리즈 전체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작품인 만큼

 

후속편의 출간을 4달 여 동안 기다렸던 분들께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돌고래

 

이제 전체 시리즈의 절반이 출간 완료되었는데,

앞으로 남은 절반도 분발하여 빨리 출간해 주기를 바랍니다. 코알라

 

hajin 구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경제/경영/자기계발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마존에서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직접 개발하고 출시한 제품 개발자가 책의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전자책 혁명으로 촉발된 종이책과 전자책의 대립 구도가 미래에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주로 다룬다.

 

 

 

 

 

 

 

 

 

 

 

 

 

 

 

 

저자들은 모바일 업계의 최전선에서 뛰는 전문가들로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고, 사물인터넷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애플과 구글 두 기업이 절친한 조력자에서 철천지원수로 돌변하는 과정, 모바일 패권을 둘러싸고 디지털 공룡들 간의 음모와 배신, 소송, 기술혁신 경쟁 등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펼쳐지는 과정을 마치 무협소설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MIT 창업 신화의 돌풍 속에는 빌 올렛 MIT 기업가정신센터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지난 6년간 수많은 교수진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세계 각국의 뛰어난 창업팀과 함께 다양한 스타트업 과정을 진행하며 예비창업가들에게 꼭 필요한 ‘24단계 창업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유행을 좇지 않으며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추구한 공통점은 오직 한 가지! ‘인류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개인의 생각을 실천했다는 점이다.

 

 

 

 

 

 

 

 

hajin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지기 2014-07-0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7월 추천 도서(5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파트장 드림
 
[그들은 어떻게 한순간에 시장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 빅뱅 파괴자들의 혁신 전략
래리 다운즈 & 폴 누네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쥴 베른과 H.G 웰즈를 필두로 한 19세기 이래의 수많은 창의적인 SF 작가들이 사실상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는 과학적 창의력과 상상력을 토대로 창조해 내었던 방대한 SF 소설과 만화, 영화들 속의 다양한 미래상들 중에서 당대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허무맹랑한 공상'이라고 치부했던 것들도 근대와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현실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어느 한 작품도 현재 우리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대인들에게는 필수품이 된 두 가지, ,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존재를 정확하게 예측해 낸 것이 없었다는 사실은 사실상 거의 무한대로 자유롭게 허용된 상상력에도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아이러니와 상상력과 현실의 결정적인 차이를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인터넷과 결합된 휴대전화의 존재는 근대와 현대의 과학기술이 창조해 낸 현대 문명의 중요한 산물들 중의 상당 부분, , 전화기와 사진기, 비디오카메라, 라디오, 녹음기, 손목시계, 워크맨, 계산기, 삐삐, 전화번호부, 내비게이션, PDA, , 지갑, 열쇠, 지도, 휴대용 오락기를 비롯해 알람시계와 손전등, 잡지, 신문, 리모콘, 통역기, 번역기 등 엄청나게 많은 기능들을 모두 담아냄으로써 이들 수많은 현대 문명의 총아들을 일거에 사양 산업으로 만들어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리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제조업을 토대로 한 산업화 경제 시대와는 기반 자체가 다른 IT 경제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전에는 상상조차도 못했던 전혀 새로운 기술이나 문화가 갑자기 등장하여 전통적인 서대 시장을 순식간에 초토화시켜 장악하거나 완전히 소멸시키고 대체해 버리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비즈니스 전략과 정보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 회사인 엑센츄어사의 특별연구원인 래리 다운즈폴 누네스는 이처럼 안정적이었던 산업 기반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막강한 힘을 지닌 새로운 종류의 혁신을 빅뱅 파괴자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들 빅뱅 파괴자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불시에 등장해 순식간에 기존의 시장을 압도적인 비율로 장악하고 재편하는데, 이들은 기존의 시장이나 제품, 서비스와는 경쟁할 의도나 시도조차 하지않고 단지 거대한 물결처럼 시장 자체를 무자비하게 덮쳐서 집어삼킬 뿐입니다.

 

눈부실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신기술들이 등장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빅뱅 파괴자들의 등장을 예측하거나 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하여 현재 세계 경제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삼성과 소니 등도 이러한 기술 혁신군에 포함된다고 말합니다.

 

두 저자는 이러한 빅뱅 파괴자들의 존재를 슘페터와 피터 드러커, 토마스 쿤에서부터 <혁신기업의 딜레마>, <블루오션 전략> 등을 통해 그 혁신의 과정과 발전 단계를 고찰하고, 그 현상과 이를 토대로 한 경제학과 특징적인 측면들을 먼저 살펴봅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처럼 시장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빅뱅 파괴자가 되려면 어떻게 조직을 혁신해야 하는지, 특이점에서 시작해 빅뱅과 빅크런치, 엔트로피의 4단계 발전 단계를 보이는 빅맹 파괴자의 생애 주기를 살펴봄으로써 시장에서 빅뱅 파괴자와 만날 때 치명적인 충돌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는지, 그리고 빅뱅 파괴자들의 열 두 가지 제반 원칙들을 차례로 서술합니다.

  

 

한 개인의 발명이 산업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던 전통적인 제조업 시대와는 달리 IT 기반의 현대 정보 통신 사회에서는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이를 토대로 구축되어 있는 10억대에 달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그리고 이들이 형성하고 있는 거대한 IT 생태계의 존재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과 분야에서 눈 깜빡할 사이에 새로운 빅뱅 파괴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전통적인 시장을 소멸시키고 기존의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거나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낼 확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빅뱅 파괴자와 맞닥뜨린 기존 시장 참여자들은 사실상 어떠한 저항이나 경쟁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시장에서 소멸되거나 쫓겨나고 재진입을 시도해 볼 만한 시장 자체가 남아있지 않은 초토화의 운명에 처해지게 마련입니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새로운 빅뱅 파괴자가 기존의 거대한 시장을 순식간에 대체하는 시대에 이러한 존재에 대한 인식과 대처는 필수적임을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hajin 책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너선 아이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바탕 위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한 남자의 초상이 큼직하게 인쇄되어 있고, 하얀색 글씨로 작게 제목이 씌여있는 이 책의 표지는 자동적으로 같은 출판사에 의해 2011년에 출간되어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월터 아이작슨에 의한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전기인 <스티브 잡스>이지요. 잡스의 책은 이 책과는 정반대로 하얀색 바탕 위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잡스의 초상과 검은색 글씨로 된 제목으로 표지가 디자인되어 있어서 이 책과 정확하게 정반대의 흑백대조로 디자인되어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계적인 초베스트셀러였던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자서전과 나란히 찍을 이루어 기획되고 출판된 것이 분명한 이 책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잡스의 책과 동일하게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의 주인공인 조너선 아이브는 바로 잡스와 함께 애플을 세계 최대의 초거대 IT 기업으로 만든 1등 공신이자, 잡스가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라고까지 말했던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입니다.

 

그런데 무려 잡스와 나란히 애플의 1등 공신으로 첫 손에 꼽히는 애플의 명실상부한 2인자가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거나 구사한 엔지니어나 사업가가 아닌 디자이너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끕니다. 그리고 바로 이 사실에 애플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디자인 중심 기업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와이어드닷컴> 편집자 출신으로 현재 애플 관련 전문 블로그인 컬트오브맥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리앤더 카니가 쓴 이 책의 전반부는 영국 출신인 조너선 아이브가 은세공 장인이자 디자인 교수로 영국에 디자인 전문 교육 과정을 정립시킨 장학관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뉴캐슬 과학기술 대학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 시절과 졸업 후 런던 최고의 디자인 회사인 RWG와 탠저린을 거쳐 애플에 스카우트되기까지의 과정과 학생시절부터 아이브가 보여주었던 탁월한 디자인 감각과 다양한 성과들을 쭉 보여줌으로써 그의 디자이너로써의 능력과 특성을 보여줍니다.

 

책의 중심이 되는 부분은 역시 아이브가 애플에 입사하여 이제는 전설이 된 맥과 파워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혁신적인 제품들을 차례로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중반부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브가 애플로 옮겨간 뒤 곧바로 그의 천재적인 디자인 감각기 곧바로 애플 제품의 디자인으로 직접적으로 형상화된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이브가 애플에 스카웃되어 영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았던 1992년은 공교롭게도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자신에 영입한 존 스컬리에 의해 애플에서 축출된 뒤였고, 그 여파로 애플의 조직은 방대하고 비효율적이 됨으로써 매출과 순이익이 급감해 애플 자체의 경영이 위태로와진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아이브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바로 잡스가 없던 당시의 애플의 R&D 총책임자였던 장 루이 가세의 영향력 아래에서 전형적인 IT 기업적인 행태를 보여주었던 엔지니어들이 전권을 쥐었던 엔지니어링 우선주의, 디자인 팀은 단지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낸 제품에 껍데기만 씌우는 단순 작업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동경하고 기대했던 애플에서의 작업이 갈수록 실망스러워진 아이브가 애플을 떠나기로 결심했던 시기에 기적적으로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게 됩니다. 그리고 애플의 기적을 만들어낸 잡스와 아이브의 협업 작업은 이때부터 비로소 시작됩니다.

 

기존의 방만한 제품 라인업을 일소하고 엔지니어적인 대량생산품으로 전락한 애플을 부활시키기 위해 자산이 만들어냈던 맥 본연의 아름다움과 감각을 되살리기로 마음먹은 잡스에게 아이브가 그려온 참신하고 감각적인 제품 디자인들은 바로 잡스가 가장 원하고 바랬던 것이어서 아이브는 단숨에 잡스의 최측근으로 인정받으며 애플 제품 기획과 제작의 중심으로 위상이 급상승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비로소 애플은 기존의 엔지니어 중심 기업에서 디자인 중심 기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조직으로 대변신하게 되었고,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전시킨 아이덴티티가 구축된 것입니다.

 

책의 중반부부터는 PC와 파워맥에서 출발해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자세한 과정과 재품 디자인의 컨셉과 숱한 시행착오들, 그리고 애플 디자인팀이 미니멀리즘을 거쳐 가장 최근에 도달한 경지인 유니보디 시대와 탈 스큐어모피즘까지의 디자인의 변천사들이 다양한 뒷이야기들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애플 내부의 권력 투쟁과 잡스의 공식 전기에 기술되어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흥미로움을 더합니다.

 

IT 기업인 애플이 단순한 컴퓨터 제조사의 범주를 넘어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개발하여 전세계 IT 산업을 일시에 장악함으로써 세계 최대, 최고의 기업으로써의 신화를 이룩하게 된 데에는 스티브 잡스의 창의력과 함께 그의 비젼을 천재적인 솜씨로 구현해 낸 아이브의 존재가 있었기에 비로소 애플의 아이덴티티가 완성되었음을 이 책을 읽어가노라면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친밀감을 느끼고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터치감, 디자인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디자인, 다양한 재료와 가공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도전의식, 미래지향적인 컨셉 등의 창조적인 측면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잡스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애플 내에서 어느 누구도 아이브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했을 만큼 아이브의 존재는 명실상부하게 잡스와 함께 애플의 DNA를 창조하고 키워나간 실질적인 동반자이자 후계자임이 분명함을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스티브 잡스>와 짝을 이루는 충실한 보권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편집상 아쉬운 점은 책 중간에 사진들이 한꺼번에 모아져있기는 하지만, 각 장마다 서술되는 아이브가 디자인한 주요 제품들의 사진을 해당 페이지에서 바로 눈으로 볼 수 있게끔 편집해 주었더라면 글로 설명된 모양세를 눈으로 파악하기가 훨씬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일단 디자인 관련 책이니까요.

 

hajin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애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