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갑작스럽게 두툼한 박스가 하나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끌러보니 보르 시리즈의 새 책인 시리즈 9권 < 미러 댄스 >가 담겨 있더군요.
작년 7월에
시리즈 7권인 < 무한의 경계 >와 8권 < 전장의 형제들 >이 나란히 발간된 후
6개월 만에 후속편이 발간된 것인데,
출판사인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의
보르 시리즈의 출간 간격과 전략 재조정이 모두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리즈 후반부를 출간하기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져
반가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번 < 미러댄스 >는 앞의 7권과 8권을 합한 것과 비슷할 정도로
현재까지 발간된 시리즈 중에서 가장 두터운 두께를 자랑하는데
본문 페이지가 무려 775쪽이나 됩니다.
보르 시리즈 전체에서도
< 무한의 경계 >에서 < 미러댄스 >까지의 7~9권이
가장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특히 이번 권에서는 마일즈의 클론 형제인 마크가 전면에 등장해
마일즈가 이전에 맹활약을 펼쳤던 잭슨즈홀에 다시 한 번 침투하고,
마일즈의 일시적인 죽음 등의 극적인 이야기들이 그와 병행해 펼쳐집니다.
어슐러 K. 르 귄은
SF 장르와 순수문학 양쪽에 모두 상당한 독자층을 보유한 작가인 까닭에
작가 중심의 엔솔리지 출판이 잠시 주춤한 최근 몇 년 사이에
거의 유일하게 신간들이 꾸준히 발간되고 있습니다.
특시 시공사에서는 '어슐러 르 귄 걸작선'이라는 이름 아래
< 어둠의 왼손 >에서부터 < 서부해안 연대기 >까지의 작품들을
새롭게 장정해서 시리즈로 묶어내고 있는데,
이 시리즈에서
< 어둠의 왼손 >과 < 바람의 열 두 방향 >, <서부해안 연대기 >는
이전에 발간했던 책들을 표지만 바꿔 재발간하는 것이고,
나머지 3권은 새롭게 발간되는 책들입니다.
작년 9월에 발간된
시리즈 2권 <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 >은
헤인 시리즈의 연작 단편집이고,
연말에 발간된 < 내해의 어부 >는
1983~94년에 발표된 중, 후기 단편들을 모아놓은 작품집입니다.
마지막 권인 < 세상의 생일 >에는
최근의 작품들이 모아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공사는 2003년에 르 귄의 같은 제목의 단편을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SF 단편집 모음을
< 21세기 SF 도사관 1 - 세상의 생일 >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바 있죠 )
시공사와 함께 르 귄의 작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출판사가
바로 황금가지입니다.
황금가지사는 어스시 시리즈와 환상문학 전집을 통해
현재까지 르 귄의 작품을 총 12권 출간했는데,
그중 유일하게 환상문학 전집에 포함되어 출간되지 않고
독립된 낱권으로 출간된 것이 < 라비니아 >입니다.
2007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르 귄이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 아이네이스 >에서 영감을 받아
< 아이네이스 >에는 짧게 언급될 뿐인
라티움의 왕녀 라비니아를 주인공으로 하여
완전히 새로운 상상력을 펼친 작품인데,
고대 신화들이 영웅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때
영웅의 아내와 딸, 어머니들은 무엇을 했을까 라는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