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랜드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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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의 하나가

코니 닥터로우의 [ 리틀 브라더 ]였습니다.


여기에서도 간략하게 포스팅을 했었습니다만,

이례적으로 무려 8쪽에 걸친 추천사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상상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섬뜻한 현실'


고등학생인 마커스와 그의 친구들이

테러를 명분으로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박탈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기 위해


최첨단 디지틀 기술을 무기로 시민들을 규합하여

국가의 억압 기재들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소설 중간중간에 시민의 자유에 관해 이야기하는 말들과 함께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은 안겨주었습니다.



[ 홈랜드 ]는 코니 닥터로우가 

2008년의 [ 리틀 브라더 ]의 5년 뒤인 2013년에 발표한 속편으로

전작의 마커스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이번에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전편 이후 몇 년 뒤

미국 정치와 경제는 더욱 추락하여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하고

도처에 실직과 파산이 속출하는 와중에 마커스의 부모님도 실직하게 되자 

대학생이 된 마커스는 치솟는 학자금 융자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을 중퇴하고

생계를 위한 일자리 찾기에 나서게 됩니다.


취업 활동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참석한

IT 매니아들의 패스티벌인 버닝맨 축제에서 마커스는 마샤를 만나게 되고

그녀로부터 미국 정부의 어두운 치부인 극비 정보들이 담긴 USB를 받습니다.



미국 정부가 저지른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기록된 문건들이 

80만 건 이상이나 수록된 이 USB를 마커스는 '다크넷'에 올려놓고

앤지를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조금씩 인터넷에 퍼트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전작에서 마커스를 체포해 고문했던 국토안보부의 캐리 존스톤이

국토안보부를 나온 후 들어간 사설용병업체가 이 USB를 추적해

마커스는 다시 캐리 존스톤 일당에게 잡혀 심문을 당합니다.


풀려난 마커스는 그동안 조금씩만 공개하던 문건들을

일시에 모두 인터넷에 올려 공개해 버리게 되고

이 문건들을 보고 분노한 시민들은 시내로 쏟아져 나와

거대한 반정부 항의 시위를 시작합니다.





전작의 베이 브리지 테러로 시작되어 

해커들의 재밍에 의한 반격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1987년의 6월 항쟁에 해당한다면


유출된 하나의 USB로 인해 

거대한 시민 항쟁의 불이 붙는 이번 책의 이야기는 

작년과 올해의 촛불혁명과도 같다고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정보의 공개로 시작되는 시민 혁명이라는 흐름은

지난 번 책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작가가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 쓴 것이 아니냐고 할 만큼

우리가 겪었던 촛불혁명의 전개와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이번 책에서도 전편에서처럼 저자는 마커스의 아버지의 입을 빌려


"이렇게 비참하게 망가진 나라를 너희에게 물려줘서 미안하다.

  돈 많은 은행가들이 모든 걸 다 챙기는 나라,

  너희는 돈도 안되고 노후 계획도 만들 수 없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감사해야 하는 나라,

 조심하는 능력이 최고의 의료보험이고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야 하는 이런 나라를..."


라고 아들 세대에게 사과합니다.


대학교수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실직을 당하자

의료보험은 물론 TV마저 끊길 정도의 곤경에 처할 만큼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붕괴된 국가의 현실은


우리에게도 그런 현실이 찾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이 짧은 대화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산을 해서 모든 부채가 소멸되어도

학자금 융자 부채는 소멸되지 않고 오히려 엄청난 이자가 붙어 늘어나고

이 학자금 채권을 검은 회사들이 사들여 막대한 잇권을 취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동일하는 데에서 엄청난 충격을 줍니다.



전작과 마찬 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IT 기술을 이용한 자유의 침해와

역시 IT 기술을 통해 그것들을 분쇄하는 방법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휴대폰의 업그레이드 때 스파이웨어를 심어

필요할 때 휴대폰의 카메라와 마이크, GPS를 켜서

휴대폰 소유자를 원격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정보 기관이 백지인증서를 받아서

마치 애플이나 구글 본사에서 보내는 정규 업데이트인 것처럼

업데이트 파일 속에 스파이웨어를 심어 뿌릴 때

누가 그것을 의심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불법 행위에 대항해 해커들은

업데이트 파일의 주요 요소들을 공지와 비교해 검사할 수 있는

페러노이드 안드로이드 파일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대항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댓글부대'의 실체도 드러납니다.


미국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감정과 이성'이라는 '다중인격생성 프로그램'은

인터넷상에서 수 십개의 서로 다른 유령 아이디들을 생성시키고

각 아이디들마다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마치 서로 다른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처럼 함으로써

인터넷 여론을 조작할 수 있게 만듭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처럼 댓글 아르바이트들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지닌 유령 아바타들을 생성해 운용한다는 이 충격적인 사실은

'댓글부대'의 존재 자체에 못지않은 충격을 안겨줍니다.



소설은 마이크가 유출한 80만개의 기밀 문건들을 보고

분노한 시민들이 시내로 쏟아져 나와 거대한 시민 항쟁을 하고

거기에 경찰이 강경 진압으로 맞서는 것으로 보여주는 데에서 그칩니다.


이처럼 진보적인 작가마저도

시민들의 순수한 비폭력 혁명이 국가 공권력을 전복시켜

최고 권력자와 그 수하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려 감옥에 보내는 일은

상상조차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근대 시민 사회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폭력 평화 시위로 대통령을 끌어내려 감옥에 보낸 우리의 '촛불혁명'

가장 진보적인 소설가조차 꿈꾸지 못했던 얼마나 이상적인 혁명이었는가에

다시 한 번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hajin  %EC%B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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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성운
이반 예프레모프 지음, 정보라 옮김 / 아작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SF 번역가이자 출판기획자인 김상훈(강수백)씨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가장 깊은 감명을 준 SF 작품으로

어린시절에 아이디어회관 문고를 통해 읽었던

< 흡혈식물 트리피드 >와 <안드로메다 성운 >을 꼽았습니다. %EC%BD%94%EC%95%8C%EB%9D%BC


(우리나라의 486 세대 SF 애호가들에게

 그들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아이디어회관 문고의 영향력은 막대해서

 비록 일본어 중역에 축약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이 이 아이디어회관 문고를 통해 

 SF의 매력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EA%B5%AC%EB%A6%84


 직지프로젝트를 통해 복원된 아이디어회관 문고의 작품들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읽어볼 수 있습니다


 http://paedros.hol.es/sfjikji/book/index.html   )


그리고 최근에 공교롭게도

존 윈덤의 < 트리피드의 날 >이 폴라북스의 미래의 문학 시리즈를 통해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고,


얼마 전에는 같이 언급되었던

이반 예프레모프의 < 안드로메다 성운 >도 아작을 통해 

역시 처음으로 완역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C%A2%8B%EC%95%84



오멜라스 클래식스를 통해 스타니스와프 램의 작품들이 나왔고,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의 < 붉은 별 >이 

아고라의 재발견 총서로 작년에 나왔으며,


스뜨루가츠끼 형제의 <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이나

예프게니 자먀찐의 < 우리들 > 등이 열린책들을 통해 출간되기는 했지만,


구 소련이나 동구 공산권의 SF 소설들은

SF 팬들에게조차 상당히 낯선 분야입니다.




이반 예프레모프가 1957년에 발표한 < 안드로메다 성운 >

20세기 소련 SF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작품으로

평론가와 애호가들이 한결같이 첫 손에 꼽아왔던 명작입니다.


이반 예프레모프는

러시아 제국 말기에 부유한 목재상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공산혁명과 잇따른 러시아 내전으로 집안이 몰락하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붉은군대의 한 기갑부대에서 '부대의 아들'로 자랐습니다.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잘 정비된 도서관 덕분에

30살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스탈린 상을 수상한 저명한 과학자가 되었는데,


2차 대전 중 심한 열병에 걸려 심장에 이상이 생겨

와병 생활을 하면서 SF 창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과학적 치밀함을 바탕으로 공산주의적 유토피아를 그려

소련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렸는데,


그 자신이 철두철미한 공산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생전에 공산당에 가입하지 않았고,

'공산당의 지도와 영도에 대한 찬양'을 넣으라는 당의 지시를 거부하여


죽기 전까지 소련 공산당의 감시를 받았고,

1972년 사후에는 금서조치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ED%86%A0%EB%A7%88%ED%86%A0




그의 7편의 장편과 3편의 단편집들 중에서

단연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은 바로 이 < 안드로메다 성운 >인데,


현재까지 39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러시아에서는 1967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후속작인 < 황소의 시간 > 역시 

발간되자마자 품절되어 정가의 10배에 거래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작품을 처음 잡지에 연재할 때는

30세기를 무대로 삼았었지만,

연재 도중 스푸트니크 위성이 발사되는 것을 보고서는

인간과 과학의 발전 속도가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깨달고

단행본으로 발간될 때는 구체적인 연도 표기들을 모두 삭제하여

구체적인 시간적 배경을 독자 스스로 채워넣게끔 하였습니다.


소설은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단일 국가로 통합되고

은하계의 다른 지적 생명체와의 교신에 성공해 '위대한 원'의 일원에 포함되고,

성단탐사선으로 심우주 탐험이 가능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하드 SF에 가까운데

독자들을 당혹케 하는 것은

작품 속에 깊이 베어있는 사회주의적인 색채입니다. %EA%B3%A0%EB%9E%98


소설 앞부분에 나오는 인류의 역사를 개괄하는 장면에서

작가는 인류가 공산주의의 이상적인 방식으로 통합되어 발전하고

노동의 즐거움 속에 '각자가 필요한 만큼'을 누리는

사회주의의 이상향인 공산주의가 성취된 사회를 그리고 있는데,


현재 북유럽 사회주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이상적인 형태의 공산주의에 가깝기는 하지만,

현실의 사회주의가 실제로 극도로 자본주의화된 상황과 비교해 볼 때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보기에도

다소 간 심한 이데올로기적인 경도가 느껴져서

약간의 거부감과 반박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ED%8E%AD%EA%B7%84


소석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한결같이 외모외 품성이 모두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사회주의적인 이상형에 가까운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특히 모든 인물들이 사회주의적인 이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며

틈나는 대로 사회주의적인 철학을 설파하는 데에는

솔직히 지루하고 다분히 교조주의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A%B0%95%EC%95%84%EC%A7%801


필체도 서구의 SF들과 비교해 보면 다분히 딱딱하고 건조한데,

특히 냉철하게 자신을 희생하며 과업에만 몰두하는 등장 인물을 

이상적인 인간형과 완성된 사회로 묘사하곤 하는 부분들에서는

1980년대 중후반에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한때 유행했던 

오스트로프스키 류의 소련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들의 문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EC%8B%9D%EB%B9%B5



반세기 전 냉전 시대에 씌여진 작품을

60년이 지나 사회주의가 현실적으로 몰락한 상황에서 읽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한 부분이 없지않지만,


서구 SF와는 다른 맛이 있는 소련 SF의 대표적인 명작이자

공산주의적인 이상향이 전면에 깔린 작품을 읽어보노라면

구 소련의 지식인들이 이상적으로 꿈꿨던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가

어떤 형태의 것인지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EA%B5%AC%EB%A6%84


이 책을 구입하면 위의 '갤럭시 팬던트'를 선물로 주고,


아작의 SF 소설 2권을 구입하면

소련의 '붉은 별' 문양이나 '스푸트니크호'의 모양이 새겨진

머그컵을 선물로 증정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EC%84%A0%EB%AC%BC%EC%83%81%EC%9E%90


hajin  %EC%B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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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MIX 10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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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만히 놔두더라도 가뜩이나 어려운 것이 문화산업인데

순실이와 그 일당들이 하필이면 문화 분야에 눈독을 들려 

빨대를 꼽아 파렴치하게 빨아먹는 바람에

문화산업 전반이 순식간에 붕괴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만화 산업은 영화나 문학, 게임 산업에 비해

다소 마이너나 언더그라운드로 여겨져서 주목되지는 않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거의 붕괴 수준으로까지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전국에 있던 2만 여개의 대여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는 바람에

안정적으로 만화책을 사주던 기본 수요가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그로 인해 만화책의 권 당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습니다.


7~8년 전에 3,000~3,500원 선이던 단행본 만화책들이

요즘은 최하 4,800~5,000원 선이고,

어지간한 인기작들은 단행본화 되면서

1만원을 훌쩍 넘긴 가격표들을 달고 발간됩니다

(며칠 전에 재출간된 < 공각기동대 >는 권 당 16,000원이더군요 %EA%B3%A0%EB%9E%98 )



만화전문 출판사들도

기본 판매 부수가 받쳐주지 않고

스캔본이 금방 떠돌게 되는 만화책보다는

그나마 구입 비율이 높은 라이트노벨 쪽에 치중해서


최근에는 매일 발간되는 신간 소식을 보면

만화책보다 라이트노벨이 훨씬 더 많을 정도입니다.



국내에 가장 팬층이 두터운 만화가인 아다치 미츠루

80년대의 대히트작이었던 < 터치 >의 한 세대 이후의 이야기이자

그의 주특기인 고교 야구 만화 장르의 신작으로 연재 중인

< Mix >도 이런 추세 때문인지


작년 7월 말에 9권이 발간된 후

무려 8개월 만에야 10권이 국내에 출간되었을 정도입니다.


9권까지는 4개월에 1권씩이라는

느리지만 꾸준한 추세로 발간되어 왔는데,

10권은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린 셈이지요. %EA%B0%95%EC%95%84%EC%A7%802



그런데 일본 아마존을 검색해보니

일본에서도 이 작품의 인기가 시원찮은지,

아니면 연재에 문제가 있었는지,


일본 내에서도 10권이 작년 12월에 나온 이후

이후로는 신간 발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네요. %EA%B3%A0%EC%96%91%EC%9D%B4%EB%92%B7%EB%AA%A8%EC%8A%B5



현실에서는 8개월이 지났지만,

만화책 속에서는 여전히 

메이세이와 토슈의 경기가 진행 중으로,


이번 권에서는 6회부터 시작해

연장으로 넘어가 14회까지가 그려집니다.


결국 1년에 한 경기만이 그려지고 마네요.

이런 추세로 갑자원이 끝나려면 몇 권이나 더 나와야 할런지... %EC%95%BC%EA%B5%AC%EA%B3%B5


hajin  %EC%83%89%EC%97%B0%ED%9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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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제리 퍼넬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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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중에서도 과학소설(SF)은 

비교적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추리소설이나 환타지, 라이트노벨에 비해 

출판사가 큰 돈을 벌기가 상대적으로 무척 힘들어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신간을 출간하는 전문 출판사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EC%96%91


그런 와중에도 시공사와 폴라북스, 불새 등

꾸준히 SF 신간들을 발간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있고,

최근에는 아작이 이 대열에 합세하여 

매우 의욕적으로 활발하게 SF 신간들을 발매하고 있어서

과학소설 애호가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는데,


이런 과학소설 전문 출판사들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행복한책읽기사입니다.



행복한책읽기사에서 발간하고 있는 Happy SF 총서

시공사의 그리폰북스 시리즈

열린책들의 경계소설 시리즈의 맥을 잇는

한국 과학소설의 굵은 축 중의 하나인데,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우리나라 출판계의 전반적인 상황 악화와

극도로 침체된 국내 경기가 맞물리면서

(여기에 책통법도 단단히 한몫을 했지요 %EA%B2%8C )

행복한책읽기사 역시 극심한 자금란에 시달리게 되면서

이 출판사의 간판 격인 Happy SF 총서의 발행 역시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습니다. %EA%B7%A4


독자펀드까지 모집해가며 발행비용을 충당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4~5년 동안은 1년에 1~2권 정도로 간헐적으로만 신간이 출간되었는데,


이런 어려운 와중에 아너 해링턴 시리즈 2권인 < 여왕폐하의 해군 >이 어렵게 발간된 데 이어

며칠 전에는 정말 오랫만에 제리 퍼넬의 < 용병 >이 신간으로 발간되었습니다.



< 용병 >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홍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면


"20세기 말, CIA에 의해 아프리카의 독재 국가로 파견되어 대리전쟁을 벌이던 

  릭 갤러웨이 대위 휘하의 미국 용병 30여 명은 쿠바군에게 포위당해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다. 


  이때 갑자기 나타난 외계인 샬누크시의 우주선에 의해 갤러웨이 대위의 부대는 구조되는데, 

  샬누크시들은 목숨을 구해준 댓가로 은하계 변경의 삼중항성계에 있는 행성 트란으로 

  릭의 부대를 보내서 마약성 식물인 수리노마즈를 수확해 올 것을 강요한다.


  약 6백년 주기의 타원형 궤도를 가진 방랑 항성 [ 악마의 병 ]이 또다시 트린에 접근해서 

  급격한 기후 변화를 야기하면서, 고가의 수리노마즈를 얻을 수 있는 '서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트란에서는 로마 제국을 위시해서 고대 그리스인, 켈트족, 중세 유럽인, 서방 기마민족 등 

  지구 역사상의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온 인간의 자손들이 세운 국가들이 번성하며 

  피비린내 나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자동소총과 중화기로 무장한 닉의 소대가 창칼 밖에 없는 원주민들을 제입하는 일은 쉬워 보였지만..."


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소수의 20세기 현대 군인들이

현대적인 장비와 전술로 다수의 과거 시기의 군대와 전면전을 벌일 때

어떤 결과가 나오겠느냐는

밀리터리 시뮬레이션 형식의 SF인 셈이지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가장 기대했던 현대 군인과 고대 군인들의 전면전은

딱 한 차례만 나올 뿐이고, 


최근 일본 라이트노벨들의 이세계물들에서 상투적으로 나오곤 하는

중세 상태의 이세계에 현대 문명을 옮겨놓는 설정도

맛보기 수준으로만 잠깐 소개될 뿐입니다

(사실은 이게 현실적이기는 하지요)


그리고 소설의 대부분은 

트란 행성의 기존 정착민들 간의 권력 다툼과

릭 일행과 기존 정착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번 첫 권에서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의 배경 설정 정도만이 그려지고,

밀리터리 시뮬레이션이나 현대 문명의 이식 등은

시리즈의 후속편들로 넘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는 면에서

1960~70년대의 펄프 SF 같은 느낌도 적지않게 받게 됩니다.


그 와중에 원래 샬누크시들의 목적이던 수리노마즈는

초반 이후 맥거핀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맙니다.



책 날개에 적혀있는 작품 설명을 좀 더 옮겨보면,


"1978년 에이스 일러스트레이티드 SF 시리즈의 일환으로 처음 발간되었던 이 책은

 스페인 만화가 베르메호의 정교하고 인상적인 삽화와

 박력있는 전개로 큰 인기를 끈 단독 장편으로


 봉건 왕국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평행세계에 떨어진 20세기 전직 군인의 모혐을 다룬

 H. 빔 파이어의 < 칼반 경의 모혐 >(1965)의 완벽한 오마쥬로 간주되며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면서

 < Clan and Crown >(1982), < Storms of Victory > 등의 속편으로 이어진 ' 용병' 시리즈는

 밀리터리 sf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제리 퍼넬의 작품으로는

70년대 중반 이후 자주 콤비를 이루어 공동으로 저작을 발표했던 레리 니븐과 공동으로 쓴 

< 루시퍼의 해머 > 시리즈 3권만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는데,


존 W.캠벨 주니어상의 첫 번째 수상자이자

< 스타십 트루퍼스 >의 적통을 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 명예의 서쪽 >과 < 우주의 용병 > 시리즈로 호평을 받았던 그의 작품이 

그동안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것은


그가 레이건 정부의 스타워즈 계획의 적극적인 추진자 중 한 명으로

'우익 밀리터리 SF의 대부'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EA%B2%8C

 


이 작품은 국내에는 1993년에 나경문화사를 통해 한 차례 출간되었다가

오랫동안 절판되어 SF 애호가들의 애를 태웠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과거 고전의 재발간보다는 새로운 작품의 출간쪽을 선호하지만,

이 작품처럼 절판된 지 20년이 넘은 고전의 경우는

재간을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재간을 환영하는 편입니다. %EB%8F%8C%EA%B3%A0%EB%9E%98



행복한책읽기사의 Happy SF 총서 시리즈는 고유의 표지 디자인을 유지해오다가

< 여왕폐하의 해군 >에서 폴라북스에서 발간했던 시리즈 1권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고유의 디자인을 큰 폭으로 바꿔 발간했던 적이있습니다. %EC%83%89%EC%97%B0%ED%95%84


그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발간했던 1권과의 통일성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번 책 역시 < 여왕폐하의 해군 >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출간된 것을 보니

일회성이 아니라 아예 표지 컨셉을 전면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EA%B3%A0%EB%9E%98


본문의 글자체가 크지고 행간이 넓어져 가독성이 좋아졌으며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심플해 지기는 하지만,


겉표지가 없어지고 쪽 당 글자 수가 줄어들어서

다소 저가의 시리즈물같은 무개성함도 느껴지는데,


약간의 디자인 측면의 개선 혹은 병경에 비해

가격은 17,000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되어 있어

애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ED%86%A0%EB%A7%88%ED%86%A0

 


사실 오랫만의 신간인 이번 책이 

과거에 출간되었던 고전의 재발간인 까닭에

SF 애호가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행복한책읽기사의 다음 출간 예정작에 쏠리게 되는데,


책 뒤쪽 날개에 보니 

아너 해링턴 시리즈 3권이 < 순양전함 나이키 >라는 제목으로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되어있어

벌써부터 SF 애호가들을 열광케 하고 있습니다. %EC%A2%8B%EC%95%84

(번역자가 번역 원고는 2권과 같이 일찌감치 넘겨졌다고 하니 조만간 나오겠죠? %EA%B3%A0%EC%96%91%EC%9D%B4%EB%92%B7%EB%AA%A8%EC%8A%B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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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컬렉터 링컨 라임 시리즈 1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인터넷 서점들과 대형 출판사들은 애써 부인하겠지만,

(인터넷 서점들 중에서는 알라딘만이 반대했죠)

애서가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책통법의 결과는

중소 출판사들의 부도와 동네 서점들의 연이은 폐업,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저하게 줄어든 신간 발간과

눈에 띄게 줄어든 서적 판매량으로 나타나


결국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국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할 경우에는

시장의 침체와 붕괴를 불러오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적인 원리를 재확인시켜줄 뿐입니다. %EA%B2%8C



신간의 발간 부진은

학술서나 실용서보다는 장르 소설 분야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데,


필수적이거나 가시적으로 이익이 담보되는 책이 아닌

주로 재미로 읽게되는 장르 소설의 경우는 

가격 탄력성이 없어지면 독자들이 구입을 주저하게 되고

(이 분야는 공간적인 문제 때문에도

 앞으로는 e-북으로의 전환이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10권이 넘는 장기 시리즈물들의 경우는

시리즈 뒷권으로 갈 수록 신규 독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져서 

판매가 어려워지고 자연히 발간에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EA%B3%A0%EB%9E%98



국내 장르 소설계를 살펴보더라도

독자층이 탄탄하고 대중적인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스테리 스릴러 분야의 인기 장기 시리즈들이

책통법의 실시 이후 급격하게 신간의 발행이 줄어든 것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나마 올해 하반기에 책통법과 단통법이 해제된다는 말이 돌면서

인기있던 장기 시리즈들이 갑자기 앞다투어 발간되고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시리즈물인 

가가 형사 시리즈의 최신작인 [ 기린의 날개 ]를 비롯하여,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아리스 시리즈인 [ 여왕국의 성 ]

전작인 [ 쌍두의 악마 ] 이후 무려 6년 만에 발간되었고,

(정말 오~래 기다렸답니다 %ED%8E%AD%EA%B7%84 )


[ 여왕국의 성 ]과 비숫한 시기에 발표되었던

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 까마귀 어지러이 나는 섬 ]도 

며칠 전에 발간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작품이 워낙 많기도 하지요.

 현재까지 발표된 작품들이 국명 시리즈를 포함해 총 23편이나 되니까요)




이런 분위기를 타서인지

국내에 고정팬이 많은 구미 스릴러의 대표적인 작품인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도 오랫만에 신간이 발간되었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 제11탄인 [ 스킨 컬렉터 ]

지난 주에 오랫만에 발간되었습니다.


전작인 시리즈 제10탄 [ 킬 룸 ]이 2014년 11월에 발간되었으니

2년 만의 신간인 셈입니다.



2년이라는 발간 텀이 그다지 길지는 않은 것이지만,

그동안 링컨 라임 시리즈가 1년에 1편씩 꼬박꼬박 출간되어왔고,

그 사이에 기존에 분권으로 출간되었던 초기작들의 

합본판 재출간까지 동시에 이루어져 왔음을 감안해 본다면

최신작의 2년 만의 출간은 다소 이례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혹시 이 시리즈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인가 싶어서

사점에서 전작인 [ 킬 룸 ]의 쇄 수를 확인해보니 3쇄라고 되어있는데,

장기 시리즈의 10권쨰 책이 3쇄라면 상당히 괜찮은 판매량이기 때문에

 이번 신간의 긴 발매 텀이 의아했던 것입니다. %EA%B3%A0%EC%96%91%EC%9D%B4%EB%92%B7%EB%AA%A8%EC%8A%B5



원서가 2014년에 발간된 [ 스킨 컬렉터 ]

링컨 라임 시리즈의 첫 번쨰 작품이자 유일하게 영화화되었던 작품인

[ 본 컬렉터 ]의 자매작으로


[ 본 컬렉터 ]의 연쇄 살인마인 '뼈 수집가'의 모방범(카피 캣)의 이야기입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는 각 권마다 다양한 주제들은 심도깊게 연구한 면모가 뚜렷한데,

[ 사라진 마술사 ]에서는 마술,

[ 12번째 카드 ]에서는 뉴욕의 역사,

[ 버닝 와이어 ]에서는 전기,

[ 브로큰 윈도 ]에서는 데이터마이닝을 다룬 것처럼


[ 스킨 컬렉터 ]에서눈 '문신'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EB%B2%84%EC%84%AF


제프리 디버가 작품을 쓰기 전에 하는 철저한 자료 조사는 유명한데,

신작을 쓰기 전에 일 주일에 5~6일씩, 

무려 8~9개월에 걸쳐 구상과 자료 수집을 한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실제 집필 시간은 오히려 짧은 2~3달이라고 합니다)


그런 만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문신'이라는 세계를 얼마나 자세하게 들려줄 지에 관심이 갑니다. %EC%8B%9D%EB%B9%B5



제프리 디버는 링컨 라임 시리즈와 캐트린 댄서 시리즈를

격년으로 나누어서 집필하고 있는 만큼

시리즈 후반부는 발간 간격이 이전에 비해 다소 벌어지고 있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는 현재까지

시리즈 제12탄인 [ The Steel Kiss ](2016)와

시리즈 제13탄인 The Burial Hour ](2017)의 두 작품이 더 발간되었습니다.

 

링컨 라임의 팬이라면 당연히 이 두 작품의 빠른 국내 출간을 

손꼽아 기다리겠죠. %EB%B6%81



상대적으로 발간 권 수가 적은 캐트린 댄서 시리즈

[ 잠자는 인형 ](2007)과

[ 도로변 십자가 ](2009)는 일찌감치 국내 출간이 이루어졌지만,


나머지 두 권인 

XO ](2012)와

[ Solitude Creek ](2015)은 

한참 동안이나 국내판의 발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네요. %EC%96%91



그나저나 같은 RHK에서 발간하고 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빈스 플린의 미치 랩 시리즈 역시

7권이 발간된지 2년 여가 지나도록 8권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최근의 분위기를 타고 조만간 8권이 발간되기를 기대합니다. %EC%BD%94%EC%95%8C%EB%9D%BC


미치 랩 시리즈는 국내판이 나오지 않은 후속권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영화판인 [ 아메리칸 어세션 ]도 곧 공개된다고 하니

빨리빨리 국내판이 번역되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 시대(%EA%B2%8C)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니까요... %ED%86%A0%EB%A7%88%ED%86%A0


hajin  %EC%B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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