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묵상독서 - 품위 있는 인생 후반기를 위하여
임성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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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의 후반전이 찾아옵니다. 그건 예기치 않는 사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몸의 체화과정이자 과거와는 다르게 세상을 보고자하는 색다른 경험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걱정이 앞섭니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부쩍 수척해져가는 신체의 변화는 마음마저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래서 인지 명상, 요가, 호흡과 같은 내면소통을 위한 자신과의 만남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후반부를 위한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자신과의 대화에 큰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저 역시 좋은 독서를 통해 자신과 소통하는 방법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과의 관계에 집중하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독서는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성장과 변화에 중점을 둔다면 아주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책과의 만남이 가장 우선적이겠지요. 하지만 좋은 책도 독서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나를 돌보는 묵상독서는 좋은 책과의 만남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줍니다. 저자는 지속적인 독서와 수년간의 강의를 통해 영적으로 큰 깨달음을 얻은 소중한 분들의 독서록과 책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책 한권마다 작가들의 삶의 철학과 인생관 특히 자기 내면과의 대화를 심도 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책은 에크하르트 툴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였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거짓되고 진실과는 거리가 먼지, 생각과 마음에 저당 잡히지 않는 인생을 만나기 위해 어떤 삶을 추구해야하는지. 묵상독서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서른여덟편의 독서록과 일흔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모두 다른 시기와 다른 곳에서 시작된 여행이지만 이들이 만나고자하는 곳은 자신의 내면입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겸허한 수도자를 만나기위한 자신과의 대화가 중심입니다.


우리에게 인생의 후반전은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요? 많은 우여곡절이 인생을 힘들게 하지만 생명이 붙어있는 한 인간은 끊임없는 사유와 생각에 집착합니다. 또한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편한 예측으로 스스로를 두려움이란 올가미에 가두곤 합니다. 부단하고 복잡한 인생은 세상이 우리에게 던져준 메시지가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는 삶의 한 단면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우린 생각너머에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목말라 있습니다.


나답게 살고 싶다나란 존재는 어떤 삶을 갈망하고 어떤 인생을 원하고 있을까요? 나답게 산다는 의미는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저자는 이를 소명의식에서 찾는데 소명을 삶이 내게 던지는 질문에 응답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삶이 내게 묻고 있다는 것이다란 칼 융의 말처럼 세상이 주는 답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던지는 물음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입니다. 자신과의 만남, 어쩌면 가장 어려운 주제이지만 인생의 후반부에서 꼭 만나야할 주제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자신과 생각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자의식의 발달은 생각이라는 에고를 탄생시켰고 타자와의 구별을 만들었으며 이분법적인 세상을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평화롭거나 고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은 더욱 번잡하고 중독적이며 자극적이 되었습니다. 많은 영성가들이 찾고자하는 주제가 생각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내면자아를 만나는 것은 인생의 후반부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생을 통해 수행해야할 덕목입니다. 독서는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특히 묵상독서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만나기 위한 가장 근접한 수행과정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가고자하는 방향이 맞다면 우린 끊임없는 자신과의 소통을 가져야합니다. 독서 수행자로서 살아가는 인생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극히 현명한 삶의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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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24-2034 - 모든 산업을 지배할 인공일반지능이 온다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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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전망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확실한 영역에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매력을 느낀다. 우리는 일상적인 삶속에서 당연시 여기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예측에서 시작되었고 진전되었음을 쉽게 망각한다. 특별한 IT기기들은 인류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며 역사적 흐름마저 전환시켜왔다. 2023년 인류는 또 다른 도전 앞에 서있다. 갑작스러운 chat GPT의 출현은 모든 이들을 경악하게 했으며 어쩌면 가까 미래에 자신의 직업뿐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마저 잃을 수 있다는 엄청난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창조되었거나 우주에서 툭 던져진 사물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이제 그 효용성이 입증되기 시작하자 인류에게 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왜 인류는 인공지능을 선택하고 있는가? 과학적 진보가 인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불분명하다. 혹자는 인류의 진보와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인간 삶의 질을 진보와 성장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하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의 효용성을 부정하긴 어렵다. 23년에 시작된 AI의 화두는 앞으로 10년이 아니라 인류의 진보과정 자체를 송두리째 전환 시킬 가능성이 크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 이를 소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거대기업의 이해타산이 그 어느때보다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업을 지배할 인공일반지능(AGI)가 온다. AGI는 생성형 AI를 넘어선 인식의 전환단계를 시행중인 인공지능이다. 스스로 알고리듬을 만들어 계산하고 판단한다.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IOT의 실행과정이다. 이는 엄청난 데이터를 생산할 것이며 지속적이고 빠른 반복은 결국 인간 뇌의 신경조직과 유사한 지능을 보여줄 것이다. 이에 각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 그리고 미래를 염려하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한군데 모아지고 있다. 그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정부의 규제나 인공지능에 관한 규칙과 예측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개인의 역량은 인공지능의 효용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미래보고서는 AGI에 관한 대담과 인공지능에 관한 다양한 사회적 진화과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의료와 기후, 환경 부분에 관한 인공지능의 역할에 주목한다. 인류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위기에 직면해 있다. 더불어 질병과 노화, 생명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 불확설성 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훨씬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미래보고서는 인공지능의 미래와 현재진행형인 인공지능 혁명의 실체를 보여준다. 특히 인류가 직면한 예측 가능한 표면적인 문제에 직간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제 생성형 AI를 넘어 AGI시대다, 우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눈앞에 다가온 AGI시대에 모든 것이 편리해지고 넘치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직업을 준비해야할까? 아니면 단순한 소비자로 만족해야할까. 인공지능은 과거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켰듯이 우리의 가치관과 삶의 구조를 완전히 변환시킬 것이다. 우린 미래에 대해 예측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 AGI 역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대상에 대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분명 AGI는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앞으로 10,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AGI 시대를 맞이하게될까? 미래를 먼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가능성과 희망을 미래보고서에서 만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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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 칸, 신 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 - 어떻게 위대한 정복자가 우리에게 종교적 자유를 주었는가
잭 웨더포드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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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국가를 형성하기 어려웠던 몽골제국의 역사를 보면 약탈적인 서구 제국주의 역사와 극명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이 지배하던 시절, 신 앞에 자유로울 수 있었던 위대한 정복자의 꿈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당대를 지배했었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과거를 조명해볼 수 있는 기대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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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기력이다 - 인지심리학자가 10년 이상의 체험 끝에 완성한 인생 독소 처방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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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다보면 뭔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여전히 서있는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마음을 다잡고 계획을 세웠지만 며칠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 계획이란 원래 세우라고 있는 것이니까.’ 너무 쉽게 포기란 단어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또 다시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그렇다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는 많을 것이고 그때 잘하면 되는 거니까? 헌데 난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 다른 계획을 세워야하나.

 

맛난 음식냄새를 맡으면 침이 고인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본능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본능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여기 날지 못하는 부엉이가 있다. 다리를 다친 것이다. 이를 발견한 인간은 부엉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치료를 했고 매일 맛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정성스러운 치료덕분에 부엉인 정상적인 몸이 되었지만 문제가 생겼다. 날기를 거부한 것이다. 부엉이는 재앙이라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트라우마는 자기통제의 한계를 심어주었고 결국 날고자하는 의지마저 꺽은 것이다.

 

우린 아주 어렸을 적부터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강요받아왔다. 가장 큰 기여자는 부모다. 부모 역시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았던 무기력 징후를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물려주었다. ‘어쩔 수 없었어. 내 책임이 아니야. 그래 모든 상황이 일을 이렇게 만든 거야.’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무엇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 가득하다.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지나가는 문제라 생각하기에 세상에 대한 집념을 떨칠 수가 없다. 달리지 못하는 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세울 힘이 없다. 처음엔 느리지만 빠르게 침몰한다. 무엇 때문에 이리 힘들고 어려운 것일까?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회, 통제에 익숙한 사람들, 틀 안에서 느끼는 안도감, 그들이 느끼는 삶에 열정이 존재할리 없고 즐거움이 낄 자리가 없다. 무기력한 사회, 통제된 개인, 감정을 짓누르는 매체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쉽게 얻고 쉽게 버린다. 우린 대부분 학습된 무기력에 노출되어있다. 학습된 무기력은 자기 통제권을 박탈한다. 문제는 스스로가 무기력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기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린 무기력을 단순히 행동장애로만 생각해 왔지만 무기력은 이미 정서, 인지, 동기부재등을 통해 충분히 암시되어왔다.

 

그런데 인간을 통제하는 동력을 알게 된다면 무기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인지방식은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세상에 대한 인식의 틀이다. 같은 사물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거나 이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기는 어떤 일을 하려는 의욕이며, 정서는 시시각각 외부에 반응하는 결과로 해석한다. 우린 무기력에 대한 원인으로 행동을 주목하지만 행동은 인지, 정서, 동기의 결과로 나타난다. 결국 무기력을 탈출하기 위해선 자신의 마음상태를 확인하고 인지, 동기, 정서, 행동을 통합적으로 조절해야한다.

 

참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헌데 자존심은 무기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중요한 부분은 자존심이 경쟁을 전제로 한 감정의 차이라는 점이다. 자존심은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한다. 그런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경쟁우위에서 떨어지면 심각한 열등감을 느낀다. 열등감은 인지부재와 정서에 상처를 입히며 빠르게 스스로를 침몰시킨다. 결국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이들은 무기력에 빠지며 우울증에 걸릴 확률마저 높아진다. 이에 반해 자존감은 비교우위의 우월감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감정이다. 즉, 외부의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가 높여야 할 것은 자존감이다.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조건임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난 무기력에서 자유롭다고? 우린 무기력한 사회에 살고 있다. 정제된 사회 관념과 통제된 시스템은 선택된 자유마저 제어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미션이나 동기가 무엇인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모두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순간 학습된 무기력은 여지없이 통제권을 박탈한다. 무기력은 개인과 사회에 치명적인 질병이다. 무기력에 대한 원인을 좆다보면 ‘나’에 대한 생각으로 집결된다. 결국 인생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의해 움직이듯이 가장 중요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이 무기력을 만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실증적인 고찰과 깊이 있는 연구, 빼어난 문장이 돋보이는 ‘문제는 무기력'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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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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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달아오르는 실업률 때문일까?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세계를 강타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그 어느 곳보다 복지시설이 잘 갖추어진 유럽국민들의 점령에 대한 호소는 아시아 지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지만 불합리한 불평등은 참기 어렵다. 누구보다 생존권을 부여잡은 이들이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악순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권력의 무궁한 힘을 자랑하지만 권력은 생태적으로 한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 이를 증명하는 건 역사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자기기만을 감추기 위한 기득권의 권리가 아니다. 사회 지도층으로서 베풀어야할 지극히 당연한 도덕적 의무다.

 

독립운동은 상놈들이나 하는 짓이다.’ 경술국치로 기억되는 1910년 일제는 양반들에게 귀족의 작위를 부여한다. 놀라운 건 과거 그들의 자손이 여전히 한국정치를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이지만 경성 최고의 갑부 이회영은 조심스럽게 가문의 모든 재산을 처분한다. 외롭고 힘든 망명길을 선택한 것이다. 압록강을 건너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만주로 간 이회영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한 무장투쟁을 전개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그의 무정부주의 세계관이다. 그에게 조국은 오직 조선 하나였고 그는 또 다른 권력을 극히 경계했다. 독립을 위해 가산을 탕진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뒤에선 온갖 불법과 불평등을 저지르는 지도자들이 그의 발자취라도 따라올 수 있을까?

 

우린 어떻게 역사를 인식하는가? 망국적인 병에 시달리는 일본이 호전적이 아니라고 말할 한국인이 있을까? 가장 근접한 국가지만 일본만큼 한국에 정서적으로 피해를 준 민족이 있을까? 최근 일본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계대전 후 묶였던 자위권을 풀기위해 헌법 개정을 서두르는가하면 틈만 나면 독도문제를 들고 나와 극우세력을 자극한다. 그들에게 있어 한반도는 대륙을 침탈하기위한 교두보에 지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섬나라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어떤 국가이자 민족일까? 백제와의 문물교류, 신라와의 투쟁, 왜라 불리며 오랑캐로 천대받던 민족이 우리가 알던 일본이다. 하지만 그들은 조선을 수차례 유린했고 정복했다. 불과 10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시 피어오르는 일본군국주의, 역사를 인식하는 것은 현재를 바로 보는 것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이다.

 

긴 문장이 아름답지만 짧은 문장은 강렬하다. 미디어가 눈과 귀를 잠식하는 시대에 페이퍼가 설 땅을 만들기 위해선 조그만 자극이 필요하다. 바로 역사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이다. 읽히고 생각하는 역사가 재미있는 역사다. 우린 역사를 너무 무겁게 배워왔다.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역사보단 매번 전쟁을 통해 방어에 익숙한 역사가 우리가 아는 역사다. 저자는 팩트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팩트란 무엇일까?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우리가 아는 역사는 모두 팩트일까?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역사적 팩트를 극복하는 일은 자기 상실을 극복하는 첫 단계다.

 

역사e는 우리가 알던 역사의 틈바구니를 파헤친 역사서다. 무엇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석이 무지를 깨우쳐준다. 병자호란에 끌려갔던 사대부여인들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중국에서 들여온 환관제도가 고려시대에 꽃(?)을 핀 이유는? 왜 일본인들은 그토록 한국문화에 열정적이었을까? 역사e는 지루하지 않다. 역사에 대한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증명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기억해야하는가? 과거의 앎이 현재의 삶에 던지는 화두, 역사e, 짧지만 강렬한 역사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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