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으로 소통하라 - 높은 자존감, 건강한 의사소통의 비결
김남원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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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이 개인을 지배하는 사회다. 언론과 미디어에 의해 꾸민 세상은 삶의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갈망이 다변적으로 펼쳐지지만 그리 만족스러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행복지수는 아는 것만큼 퇴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의사소통과 자존감의 하락을 토로한다. 부족할지라고 용기 있는 자신의 행동을 거두고 타인의 이목에 삶을 투영한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극도의 분노와 분열이 사회를 짓누른다. 타인은 물론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문제의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울타리에 갇힌 자신의 처지만을 한탄하고 있는 세상이다. 일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자존감은 더욱 멀어지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 시대. 우린 무너져가는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본서는 자존감을 사랑, 유능감, 주관적 신념의 세 가지 요소로 정의한다. 자기사랑에 대한 의미, 자기존재만으로 귀하다는 생각, 자신에 대한 인정과 소중함이 자존감을 구성하는 사랑이다. 유능감은 어떤 일을 남들보다 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본인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이다. 주관적 신념은 외부적인 성과나 업적에 의한 평가가 아닌 스스로 존재만으로 충분히 사랑받고 유능감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개인적 관점이다. 이를 기준으로 자존감의 정의는나는 사랑받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고 반드시 좋아하고 잘하는 게 있다, 고 믿는 개인의 신념이다.

 

본서에서 말하고 있는 자존감의 정의엔 타인의 시선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겐 몇 가지의 공통된 특징들이 있다. 자신을 감추고 싶거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용기가 부족할 때 허풍이나 과장된 언어를 사용한다. 또한 타인을 쉽게 비난하고 자기 합리화에 익숙하다. 자기합리화는 낮은 자존감의 원인을 제공하는 열등감을 일으킨다. 타인에 대한 비난과 자기합리화를 가장 흔하게 볼수 있는 곳이 정치세계다. 그리고 변화를 거부하고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 착한사람 콤플렉스등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특징이다.

 

반면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삶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느끼며 탁월한 공감능력과 감성지수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다. 또한 항상 희망적인 생각을 품는다. 무엇보다 이들에겐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타인의 가치도 존중하며 사람과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생각과 마음이 의사고통의 내용과 일치하여 나와 상대와의 튼튼한 교류를 수용한다. 하지만 일상의 수많은 상황들은 우리 자존감에 적지 않은 상처를 안겨주기도 한다. 중독과 위기와 한계, 타인과의 비교, 외적인 성공만 추구하는 가치관은 자존감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특히 부모의 양육태도와 방식은 자존감의 회복과 상실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친다.

 

본서는 1부에 낮은 자존감을 허락할 이유가 없다라는 명제를 중심으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와 원인을 설명하며 좋은 자존감을 성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자존감은 욕구를 충족하거나 성취감을 통해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와 태도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듯이 타인의 가치를 수용하는 태도는 자존감의 고양 못지않게 의사소통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저자는 2부 의사소통을 통해 자존감과의 역학관계를 설명한다. 높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은 건강하고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상대와의 실마리를 쉽게 풀어간다. 욕구와 욕망을 지닌 인간에겐 저마다의 관점이 존재하며 이는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의사소통은 언어와 비언어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특히 어떤 언어를 품고 있느냐는 소통뿐만이 아니라 자존감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언어는 곧 자신이다. 비난, 비아냥거림, 말끊기, 욕설이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 갈수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경청과 사랑의 언어를 제시한다. 피드백이 있는 경청은 타인에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전달해주고 사랑의 언어는 인정과 수용, 격려와 응원을 이끌어 낸다.

 

높은 자존감은 인생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자신을 사랑하듯이 타인의 시선에도 자유롭다. 무엇보다 삶의 질이 높아지며 무엇을 하든 밝고 건강한 마음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정보가 범람할수록 사회는 더욱 폐쇄되어 가는 것 같다. 스스로에 올가미를 씌우고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타인과의 소통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상대가 어떻게 자신을 대할지 걱정과 염려가 앞선다. 쉽게 분노하고 쉬운 해결책을 찾는다. 낮아진 지존감은 절벽에 서있는 것과 같다. 어떻게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할 것인가? ‘나는 사랑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고, 반드시 좋아하고 잘하는 게 있다.’ 무너져가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절대적 신념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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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송용구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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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하게 전쟁에 뛰어든 데미안과 씽클레어, 그들에게 전쟁은 필요 불가한 사회정의의 실현 이였을까, 자신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였을까? 데미안을 회상하며 눈을 감는 씽클레어의 가슴속엔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데미안은 출간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씽클레어란 가명을 쓰면서까지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고 싶었던 헤세의 성장스토리는 당시 젊은이들에 삶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가져다주었다. 혁명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자신들의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나가오는 자신에 대한 의문과 질문, 인간은 완성되지 않는다. 불안한 삶이 연속될지라도 삶은 살아가야할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야한다. 데미안이 출시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헤세가 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자신만의 알을 깨야 가능하다는 목소리다.

 

부유한 가정, 자상한 부모, 어찌 보면 너무 이상적인 환경이다. 헤세 역시 외적으론 풍족했지만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을 무척 힘들어 했다고 한다. 씽클레어는 헤세의 분신이다. 그는 데미안이라는 이상을 설정해 자신이 원하고 만나고자했던 인생을 꿈꾸게 된다. 목사가 되어 사회적 갈망을 채우라는 아버지의 바람대신 시인이 되고 싶었던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자신이 품고 있었던 내면의 갈등을 토로하고 젊은 시절의 고만과 번뇌, 갈등과 방황이 어떻게 자신을 변화해나가는지 데미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씽클레어의 일탈로부터 시작된다. 크로마의 집요한 괴롭힘, 결국 악에 원인을 제공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던 씽클레어는 거짓과 위선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정복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지 강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크로마와 가까워질수록 점점 자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씽클레어, 그는 원래 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사상을 고민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 경계선을 걷고 있었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그 앞에 데미안이 등장한다. 씽클레어는 데미안과의 첫 만남이 그의 조그만 세계를 무너뜨릴 만큼 강력했다고 고백한다. 타인의 마음을 꿰뚫어 버릴 듯한 눈매와 묵직한 언행, 반듯한 외모는 자신이 알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풍모를 지녔다. 데미안은 씽클레어의 고민을 받아들이고 크로마와의 관계를 해결해 줄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리고 며칠 후 길가에서 크로마를 마주친 씽클레어는 자못 긴장하지만 크로마가 먼저 피하는 것을 알게 된다.

 

씽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자신이 알던 일상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는 뚜렷한 표적이었다. 그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다시 스스로에 얽힌 고민 속으로 빠져들었다. 술과 방탕, 성적 욕망이 그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이 시기의 씽클레어 모습은 우리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누구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며 또 다른 삶을 갈망하는 처절함, 자신이 만든 감옥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처절한 고뇌와 번민이 삶의 불안을 확장하고 있다. 씽클레어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는 그림을 그렸고 그림은 답이 되어 돌아왔다. 오랜 기간 갈망했던 데미안이 답장을 보낸 것이다.

 

베아트리체는 씽클레어의 첫 번째 표적이 된다. 어둠의 세계를 경험했던 그는 밝은 세계로의 탈출을 꿈꾸며 베아트리체를 만들었고 세상은 선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악도 존재하며 이 둘은 우리와 항상 같이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마음에 선이 존재하다면 악도 필요한 부분이다.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헤세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데미안은 읽을수록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헤세의 놀라운 점은 자신의 질문에 답하라는 것이다. 당신은 알을 품고 있는가? 이제 막 깨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삶에 도전하고 있는가?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데미안을 통해 만난 싱클레어는 우리의 일상적 모습이다. 고민하고 번뇌하고 스스로 인생을 찾아가는 시간, 나이가 들었다고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린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씽클레어가 찾고 있던 그 표적을 찾기 위해 저마다 고군분투하며 삶을 지탱하고 있다. 데미안은 그 많은 선택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헤세는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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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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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사상은 중국철학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 역시 고증학, 성리학, 실학을 거치며 중국사상을 흡수해왔다. 서구사상이 현 세대의 주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마음엔 인의예지의 공자사상과 무위의 노자, 그리고 소요유의 장자철학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의 소용돌이를 틈타 수많은 사상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던 시대였다. 전쟁은 쓰라린 고통을 남겼지만 철학이라는 삶의 주제도 형성해 갔다. 노자, 공자, 묵자는 전국초기에 등장한다. 전국중기 강태공의 후예가 지배하는 제나라에 반란이 일어나 전씨가 등장한다. 전씨가 혁명의 정당성을 위해 설립한 학문연구기관이 직하학궁이다.

 

직하학궁은 어떤 이론도 통용이 되는 그야말로 사상계의 신세계였다. 이들의 자유로운 학풍은 주로 초기 노자사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장자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고대중국사상의 핵심은 도다. 도는 인간의 길이다. 천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지배관계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인간의 도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시 사상가들은 공통적으로 도를 설파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저마다의 철학을 등장시키게 된다. 장자 역시 도를 강조했지만 장자 철학의 핵심은 기다. 기는 살아있는 생명력을 의미하며 자신에 내재된 강한 의지와 행동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요유로부터 시작되는 장자에 대한 오해는 유유자적이란 말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삶을 즐긴다는 생각이 장자철학의 근원을 배제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고엔 장자가 말하고자하는 변화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한 결과라 평한다. 저자는 공자와 노자 철학이 평면적이라면 장자는 입체적 철학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장자 철학은 변화와 운동이 핵심적 주제다. 생명력이란 결국 움직임이다. 그리고 움직임엔 내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공자나 노자엔 수양이란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 장자는 기를 중심으로 인간이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가며 죽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변화와 흐름을 이야기한다.

 

장자는 총 33편으로 구성되어있고 이를 정리한 사람이 곽상이다. 그리고 300년 후 당나라 성현영이 장자소를 남긴다. 사마천의 사기엔 장자에 관한 단편적인 설명과 함께우언이등장한다. 우언은 이야기책이란 장자의 표현방법이다. 장자는 이야기를 통해 배움을 전달한다.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고 우화적인 요소를 통해 본원적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장자의 기본 개념은 자쾌다. 자쾌는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핵심주제다.‘바람직함, 해야함, 좋음엔 내가 없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내가 존재한다.’자쾌는 도랑물 속이라도 내 존엄과 독립성을 지키며 자신만의 시간을 살겠다는 의지이자 철학이다.

 

자쾌는 우리 삶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자신 있게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우린 대부분 사회시스템을 자신의 선택이라 생각하며 그 속에서 필요한 것을 취하는 행위를 자유의지라 말하고 있다.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이 지배적이며 다른 것을 배제한다. 능력이 되지 않으면서 권력추구에 열심이며 권력을 잡으면 자기이익애 열중한다. 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 장자의 자쾌는 존엄과 독립성이다. 자신에 대한 존엄이 사라지는 시대, 장자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장자의 지략편에 부인이 죽어 혜자가 문상을 갔는데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혜자의 꾸짖음에 장자는 부인이 원래 있던 곳으로 갔다고 말하며 우주의 원리를 이야기한다.‘근본을 살펴보니 원래 태어나는 일도 없고 태어나는 일이 없으니 형체도 없고, 형체가 없으니 기도 없습디다. 곤경과 어려움 속에 살다 본래 모습으로 가니 축하해줄 일이 아니요?’저자는 근원이나 본바탕을 살피라는 찰기시를 설명하며 자기만의 독립적 해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인문적 통찰의 시작이라 말한다. 왜 자세히 살피느냐?‘살핀다는 과학적 사고로 사물을 쪼개서 바라보며 관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결정지어진 판단이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철학적 태도다.

 

삶의 두께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가벼워져가는 삶에 높이와 깊이를 더해 두께를 만들어야 한다. 식상한 언어가 난무하고 자신과 다르다는 생각만으로 장벽을 친다. 배제는 생존을 연상시킨다. 정치의 목적과 의미가 작위적으로 바뀌고 인간의 존엄과 독립성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장자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어려운 세상이라도 삶엔 저마다의 의미가 있고 개인의 존엄은 스스로 지켜야한다고 말한다. 본서는 저자의 탁월한 동양사상의 지혜가 가득 담겨있다. 읽는 내내 둔탁한 머리를 일깨운다. 삶의 자세는 사고의 틈을 통해 전달되는 것 같다. 우린 많은 틈을 가지고 있지만 틈을 메꿀 의지가 박약하다. 장자는 자쾌를 통해 자신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 말하고 있다. 깊이 있는 저자의 내공에 고개가 숙여진다. 자강불식, 결국 우리는 더 나아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단단한 내면을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자를 읽어야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좁은 세상을 넓혀줄 삶의 실력, 장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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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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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치마는 히미코산 기슭의 슈도겐 영지를 찾는다. 그곳엔 신을 모시는 오카쿠시 신전이 있다. 그는 신전 옆 물이 흐르는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며 16년 전의 일을 회상한다. 한 여름의 찌는 더위를 알리는 기름 끓는듯한 매미 울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잠시 후 신전 앞으로 두 사람이 다가온다. 쓰루미야와 에리사와, 낮선 둘의 방문에 긴장하지만, 헤치마는 16년 전 자신에 다가온 낯선 연못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매미 돌아오다는 헤치마가 산사태로 인해 신의 연못으로 쓸려간 한 소녀의 유령을 보았다는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헤치마는 자원봉사단원으로 이곳을 찾았고 역시 봉사를 목적으로 온 이와쿠라와의 인연을 떠올린다. 헤치마는 당시 사건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산사태로 휩쓸린 소녀를 찾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소녀는 신의 연못이라는 금지구역에 파묻혔고 시신을 찾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연못은 토속신앙을 섬기는 성역으로 외지인의 출입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할 무렵, 헤치마는 소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소녀의 죽음과 함께 묻혔던 미스터리를 알게 되는데,

 

본 책은 출간 전부터 많은 이들에 회자되었던 만큼 기대가 무척 컸던 작품이다. 구성진 플롯과 탁월한 시간배치와 공간 이동을 통해 몇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곤충을 소재로 이토록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일상적인 곤충을 통해 사건의 전개를 이어간다. 매미가 그토록 애절하게 우는 이유가 한계절도 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만 자유를 얻게 된다. 소녀의 죽음은 마치 오래된 관습을 어긴 형벌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신을 구속시키는 건 형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 자신을 옭아맨 인식의 틀이었다. 매미가 허물을 벗어야만 날수 있듯이 오랜 구속을 벗어나고픈 소녀의 갈망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삶은 죽음을 통해 새로 태어난다. 매미는 삶의 연결고리다. 매미는 돌아온다. 모호한 기분이 몸을 꿈틀 인다.

 

본서는 2020년 제74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및 21회 본격 미스터리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일본 소설의 장점이랄 수 있는 디테일이 무척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5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주제로 전개되지만 데자뷰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염낭거미는 시간을 축소해놓은 듯한 플롯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미를 잡아먹는 새끼거미의 운명을 자신에 투여한 여학생의 처절한 분투, 다소 이질적이긴 했지만 펜션을 중심으로 한 딱정벌레의 운명이 비극으로 끝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반딧불이의 계획은 저자 특유의 미스터리 진수를 보여준다.

 

매미 돌아오다 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잔잔한 구도를 이어가다 급격한 반전이 일어난다. 에리사와는 각 편마다 동일인물로 등장하지만 사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본서는 등장인물간의 섬세한 심리변화가 압권이다. 곤충은 사건의 실마리이자 복선으로 연결된다. 인간에 잊힌 곤충이지만 어떤 삶은 곤충이 매개가 되어 마치 삶이 윤회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무엇보다 본서는 몰입감과 집중도가 뛰어나다. 일상의 틈을 깨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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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논어
공자 원저, 심범섭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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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혼란스러운 사회를 규정하기 위한 정치철학서로 이해됩니다. 공자는 주유천하를 통해 그가 무엇을 위해 학문을 설파하는지를 설명합니다. 공자사상은 수백 년 동안 중국의 주류를 이루었지만 불교전파로 인해 극심한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가사상은 고증학, 성리학, 실학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동아시아의 주류 철학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현대사회의 도적, 윤리 체제의 핵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논어는 인의예지를 중심으로 사상적 전개를 펼치는데 그 중심이 인입니다. 인은 서구사회의 사랑과 같은 개념입니다. 인을 실천하기 위해 예가 필요하고 세상은 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합니다. 인의예지는 공자 사상의 핵심주제로 다수의 해설이 존재하지만 균형과 조화라는 관점에서는 동일합니다.

 

공자는 춘추전국이라는 중국 역사의 가장 혼란한 시기를 살았습니다. 천제의 권력이 제후로 넘어가고 철기시대의 도립은 상하관계의 전복과 전란을 일으켰는데 당시 학문을 연구하던 수많은 사상가들 또한 저마다 역량을 펼치기 위해 힘 있는 제후와의 결탁을 공모합니다. 공자 또한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 제후국을 드나들며 정치적 해법을 제시했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정치가란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명성과는 달리 이상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가 남긴 철학이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어 책으로 편찬되었는데 동아시아 학문의 주류를 이룬 논어입니다.

 

논어는 사람답게 사는 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 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봉건제 사회는 신분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은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전쟁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백성들은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이 시대에 공자가 강조한 것은 조화와 균형이었습니다. 특히 군주와 신하간의 예를 중심으로 사상적 논제를 일으킵니다. 누구보다 평화주의자였던 공자였지만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선 위계질서의 재정립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그가 시종일관 서로간의 의무를 강조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공자는 예를 통해 상호존중을 실천하라고 말합니다. 논어엔 군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군자의 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본 책은 논어의 주요부분을 발췌하여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장은 사람답게 사는 길을 통해 논어의 핵심사상인 인의예지를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덕불고 필유린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라는 뜻입니다. 덕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삶의 방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의 첫 번째 덕목이자 삶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사사로운 감정과 강요에 의한 관계는 결말이 좋지 않습니다. 공자는 원망마저 덕으로 갚으라고 말합니다.‘자신을 원망하는 사람이나 원망하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한결같이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정직함으로 대해야한다.’공자는 생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그 본질에 다가서라고 충고합니다.

 

지식이 풍부한 세상이지만 삶의 질마저 풍족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개인 간의 관계 설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벼운 만남이 삶의 질을 높이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소중한 만남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과 인정욕구입니다. 결국 서로를 배려해야만 가능합니다. 공자는 죽을 때까지 실천해야할 덕목으로 서()를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라는 뜻을 지닌 서는 이 시대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 전에 자신도 상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로 살아야하는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들에 의해 질문되어온 문제지만 여전히 이것이다란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자 역시 전란의 회오리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공자는 누구보다 학문에 대해 진지했고 학문의 필요성을 강조한 철학자입니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질문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공자 역시 수많은 질문을 통해 지혜의 두께를 쌓아왔습니다. 논어는 삶의 질문에 관한 책입니다. 청소년기의 생각은 인생의 두꺼운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논어를 통해 마중물을 만나길 바랍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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