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자동차 여행
강구 지음 / 아임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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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해안선을 따라 자동차 일주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한국은 내륙 어디에서 출발하든지 1시간 남짓이면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만큼 바다와 가깝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풍부한 셈이다. 강화도 앞바다의 창후리 선착장을 거쳐 외포항을 갈수도 있고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연안부두를 만날 수도 있다. 해안선은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저를 반기는 이들에 풍족한 마음과 너른 여유를 선물해준다. 붉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을 추억하는 것도 해안선을 만나는 행복이다.

 

해안선 자동차 여행은 45년지기 친구들이 서해, 남해, 동해를 거치면서 지역의 멋과 맛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은퇴 후 해안선 일주를 꿈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173개의 항구와 포구, 81개의 해변을 방문하며 누구나 찾기 쉽게 여행 경로와 여정을 소개한다. 1112일 여정과 3,000km의 거리엔 그들만의 추억을 간직한 해안선 여행이 기록되어있다. 요즘 어딜 가든 지역을 소개하는 지도 덕분에 지역 축제나 특산물, 맛집등을 소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맛집을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해의 붉은 노을이 일품인 변산 해수욕장은 여름에 인파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중 하나로 하얀 모래와 푸른 소나무가 일품이다. 요즘엔 거의 모든 해수욕장에 백사가 깔려져 있는 것 같다. 과거엔 울퉁불퉁한 자갈들이 있는 곳이 제법 많았는데 유치지원전략 일환으로 고운 모래알갱이들을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다. 인근 변산반도의 채석강은 거친 파도에 깎인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져있다. 퇴적층위를 가로지르는 파도는 보면 볼수록 그 위엄을 느끼게 된다. 곰소항의 젓갈단지는 어머니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명소다. 젓갈이 나오는 10월엔 전국축제가 열린다.

 

본 책을 읽다보면 1011일은 아닐지라도 주말에 갈만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음을 풀고 몸을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즐비하다.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도보여행도 가능하고 쉬고 싶은 곳에서 야영을 하거나 민박을 선택할 수 도 있다. 여름 바다도 좋지만 겨울바다의 파도에 몸과 마음을 맡겨도 좋을 것이다. 서해안은 천해갯벌이 펼쳐져있다. 가는 곳마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각 고장이 자랑하는 고유의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남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근사한 대교들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에는 배를 타야만 건널 수 있었던 섬들을 이젠 자동차로 만날 수 있다. 완도, 진도, 여수, 거제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꽃이 필 무렵 신안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어진다. 오래전 지인과 강진 마량항에서 굴 구이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개발되어 사라져버렸지만 마량항에 정착한 배들은 여전히 고기잡이가 한창이다. 세월은 모든 것을 잊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도 있다.

 

강화평화전망대로부터 고성통일전망대까지 3,000km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마음을 뒤흔드는 곳도 있을 것이고 쉽게 잊히지 않는 풍경도 있을 것이다. 떠나고 싶지만 시간과 용기가 나지 않아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리움은 현실이 된다. 이 책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에 해안선의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주말여행 실용서로도 손색이 없으며 각 일차마다 서로 다른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햇빛 가득한 바닷가를 거닐며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과 마음을 싣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진실한 삶의 여정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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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석의 주도주·성장주 투자법
한옥석 지음 / 미래지식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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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2,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끝없는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MAG7 상승세가 꺾였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시장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보복관세의 염려와 수입물가의 상승, 부채증가등이 소비시장을 위축시키고 탈달러를 시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미관료들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을 해석하는 것 같다. 관세정책이 결국 미국 내 산업의 부흥을 일으킬 것이며 가상화폐가 달러기치를 더욱 굳건하게 유지할 것이라 신뢰한다.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등 미국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한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구상해야할 것이다. 투자시장 역시 다른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대다수가 주식시장에 참여한다.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통신도 한몫을 했지만 한국인 특유의 도전의식(?)을 무시할 수 없다. 헌데 시장참여의 조건이 없다보니 예상보다 저조한 투자실적이 나오면 쉽게 포기한다. 또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워 개인적인 학습이 대부분이다. 유튜브에 귀 기울이고 책 몇 권 읽었다고 투자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어렵고 빠져나오기 힘든 곳이 투자의 세계다. 투자엔 수많은 변수가 등장한다. 종목선정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시적 변수와 미시적 변수를 이해하는 것은 투자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투자의 대가라 불리는 워렌버핏이 그토록 오랜 기간 신문과 책을 읽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과 중국, 일본시장에 크게 좌우되며 채권과 선물과도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특히 fed의 금리정책과 미국 재정정책은 금리변동과 유동성을 확대하거나 축소해 시장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한국은행의 금리도 미연준의 금리정책을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 서브프라임 당시 밴버냉키 연준 의장을 헬리콥터 밴이라 불렸다. 코로나19 당시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재정정책을 펼쳤고 그 후유증이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 수년간 고금리의 고통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최고가를 기록하며 미국투자자들과 서학개미들의 꿈의 무대가 되어갔다. 그런데 시장주의자라 믿었던 트럼프의 배신(?)은 금리와는 별개로 증시가 어떤 변수로든 조정이 가능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증시는 정치적 이슈와 경제적 난제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근근이 주도주의 변경이 이루어지며 폭발적으로 시세가 분출된 종목들이 생겨났다. 본 책은 시장에 관한 흐름을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주도주를 결정하는 방법, 그래프를 이용한 매수, 매도타이밍 기법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하이에셋 대표로 투자 교육강사로 활동중이다. 본 책은 주식에 관한 전반적인 상황을 디테일하게 설명한다. 1장부터 4장을 통해 주식 전략을 알 수 있다면 5장은 성장 테마주를 다룬다. 성장 테마주는 누구나 관심이 있는 미래의 먹거리라 할 수 있다. 아직은 매출이나 이익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나 점진적인 개발과 투자로 큰 이익을 창출할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다.

 

최근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가 화제다. 몇 년간의 엄청난 성장세도 흥미롭지만 시세가 분출된 고가에 3조가 넘는 증자물량도 대단하다. 시장 참여자의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유상증자는 항상 문제가 되어왔다. 아직 한국엔 소액주주를 위한 방어책이 그리 많지 않다. 이번에 개정된 상법이 들어있다고 하니 소액주주로선 반길만한 일이다. 주식시장의 투명성은 유동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같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매도 매수가 갈라지는 선택의 갈림에서 투명성 확보는 시장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헝가리 태생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투자에 관한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그 중 잊히지 않는 말이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투자를 포커게임과 다르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시장엔 분명한 투자원칙이 존재한다. 그는 투자에 앞서 투자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의지 행동을 공부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그 어떤 투자기법보다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투자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심리게임에서 지지 않을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주식의 방향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 실패했다고 내일 실패하진 않는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주식은 내공이 필요하다. 하지만 좋은 내공이다. 주도주와 성장주는 자신의 성공을 이끌어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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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위기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현훈 지음 / 메이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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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정말 위기일까?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잠잠했던 위기론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 같다. 부동산 공화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위기론은 해마다 거론되는 단골메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았던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투자는 그들과 반대로 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릴 정도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론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유튜브와 경제지에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크게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측이 빗나간 것 같다. 삼성전자는 오르기도 어렵지만 무너지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위기를 대하는 자세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AI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헤게모니가 펼쳐지고 있지만 대한민국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트럼프 2기의 집권과 함께 미국은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정책을 펼치고 있다. 내수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또한 철저하게 자국이익을 앞세울 것이기에 과거와 같은 기대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 성장을 이룬 국가다. 미국,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루었지만 둘의 교착상태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결국 한국의 미래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제정책에 달려있다. 또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상황도 대한민국 미래에 그리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닐 것이다.

 

1만 년 전의 농업혁명과 200년 전의 산업혁명은 인류사를 뒤바꾼 대혁명이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디지털 혁명이 눈앞에 와있다. 1900년대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과 2000년대 스마트폰에 이어 AI-로봇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는 미래의 먹거리가 아니라 인간의 노동과 정신을 대체하는 실질적인 경제의 주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혁명은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단점과 기회창출이라는 장점이 상존한다. 결과가 어떻든 인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제, 문화, 정치구조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사회, 노인사회, 양극화사회, 기후위기는 현대사회를 가늠하는 뉴노멀이다. 또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자 위기의 본질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노인증가율 세계1위라는 불명예기록을 갱신중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를 좌우하는 이들은 노인인구다. 그들은 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을 손에 쥐고 막강한 경제권을 행사한다. 또한 절대적 인구 수치 덕분에 정치적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비생산적이지만 보건 의료를 비롯한 노인복지와 서비스에 엄청난 자금이 투여된다. 이는 국가성장을 저해하고 세대 간의 격차, 소득 격차를 늘리며 양극화의 원인들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양극화사회는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다. 많은 난제들이 쌓여있지만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법은 대한민국의 존망과도 연관되어 있다.


세계경제는 1920년대의 대공황과 유사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2024920ECB총재 리가르드는 IMF연차총회에서 1920년대 대공황을 꺼내들었다. 리가르드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큰 위협을 느꼈던 것일까? 저자는 2세계 대공황이라는 유령의 귀환을 통해 미국 패권주의의 진실과 중국경제의 몰락, 트럼프의 미국발 세계 대공황 시나리오를 꺼내든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가상화폐 대통령이라 부르며 미국을 가상화폐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호언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비트코인류는 트럼프 집권과 더불어 엄청난 시세를 분출했다. 그런데 그 이면엔 달러패권이란 장막이 감추어져 있다고 한다. 달러에 길들여진 미국경제는 달러가 무너진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미국인과 미국에게 달러는 그 어떤 정책보다 우선적이고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와 고관세 정책은 트럼프의 바람과는 달리 관세전쟁을 넘어 무역전쟁으로 번질 것이다. 리가르드는 트럼프 집권 전 과잉생산과 소비둔화, 주식시장의 붕괴, 통화량의 축소, 재정혼란등을 이유로 대공황의 데쟈뷰를 느꼈다. 트럼프의 출현이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본 책은 1부 뉴노멀의 진단과 2부 대공황의 귀환, 3부와 4부에서 대한민국의 현 주소와 문제해결방안을 다룬다. 대한민국 소멸은 급진적인 초고령화와 초저출산으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의 중심엔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는 부동산헤게모니가 존재한다. 빚으로 만든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그야말로 유별나다. 앞으로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을 것이며 부동산문제는 재정위기는 물론 사회시스템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이해관계와 욕망, 정치권의 탐욕, 부동산은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고 위기 속을 헤치며 살아온 민족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엔 끈끈한 힘이 있다고 자부한다. 출산, 교육, 부동산, 모두 사회시스템과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다. 공존하기 위해선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와 생존의 갈림길에서 우리의 선택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토록 소중한 자녀의 미래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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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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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면 신윤복의 단오풍정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19세기 단오는 세시풍속이었다. 세시풍속은 지금도 국가적 혹은 지역적으로 행해지는 풍속인데 설날에는 떡국을 먹고 정월대보름에는 부럼을 깨먹는 전통을 말한다. 5월 단오엔 창포에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이는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평안을 기원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였다. 단오풍정엔 멱을 감는 여인네와 그네 타고 수다 떠는 아낙네들이 등장한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조선시대 목욕은 심신의 피로를 달래는 것과 더불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온천으로 확대되었다. 좋은 온천을 찾으면 상을 준다고까지 했으니 씻는 것에 대한 위로는 왕으로부터 신하까지 특별한 행사이자 치유의 수단이었다.

 

누구나 목욕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다. 어렸을 적 엄마를 따라가 욕탕에서 물장구치던 추억을 잊기 어렵다. 당시엔 목욕보단 때를 벗기는 게 우선이었다. 시커멓게 뭉그러진 때를 물로 씻을 때의 쾌감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목욕 문화도 크게 바뀌었다. 그런데 목욕은 언제부터 인간에 유래된 것일까? 또한 목욕은 어떤 방식으로 흐름을 이어온 것일까? 목욕은 새벽마다 다니는 동네 목욕탕으로부터 최신식 사우나까지 여전히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본 책은 씻는 것의 역사를 소개한다. 씻지 않고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역사엔 수백 년 동안 씻지 않았던 시간이 기록되어있다.

 

1347, 검은 죽음이라 불리던 흑사병의 창궐은 질병과 범죄의 온상이라 불렸던 공중목욕탕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흑사병은 19세기까지 유럽을 덮쳤는데 당시 유럽인구의 1/3인 액 2,50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흑사병의 원인이 물에서 솟아나는 공기에 있다는 파리대학교 의학부 교수들의 발표는 목욕문화를 완전히 거부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15~16세기 유럽 왕들의 문헌엔 목욕에 대한 자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목욕 대신 옷을 자주 갈아입었는데 특히 앙리 4세는 악취를 감추기 위해 필요이상의 향수를 뿌리고 다녔다고 한다.

 

목욕의 기원은 3000년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존하는 모헨조다로 유적은 당시의 관개시설이 얼마나 발달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상하수도는 물론 실내 배수관과 목욕을 위한 방까지 구비되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적과 마찬가지로 침략과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무너뜨려 버렸다. 그리스도 목욕을 활성화시켰지만 목욕문화가 꽃을 피운 때는 로마시대였다. 공화정을 추종했던 로마는 목욕을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다루었다. 4세기 로마에는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테르미아(대중 목욕탕)이 존재했다. 황제는 권력 유지를 위해 목욕권과 오일, 이발권을 남발했다. 당시 목욕에 대한 로마인의 열정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본 책은 목욕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 1부에서는 모헨조다로의 목욕문화로부터 중세유럽을 거쳐 인도의 쿰브 멜라와 일본의 센토까지, 세계목욕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2부에서는 삼국시대로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한국의 목욕문화를 다루고 있다. 다양한 삽화와 사진, 고증적 자료가 이야기의 재미를 덧붙인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목욕 문화는 불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는 제례의식과 풍속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눈여겨 볼 대목이 고려시대 송나라 사신 서등이 남긴선화봉사고려도경의 문구다. ‘남자와 여자의 분별도 없고, 의관을 언덕에 놓고 물굽이에 따라 몸을 벌거벗되 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려의 자유분방한 목욕문화를 서술한 내용이다. 고려의 목욕문화는 성리학이 주를 이루었던 조선시대엔 완전히 폐지되었고 목욕은 질병을 치유하거나 심신의 피로를 푸는 용도로만 이용되었다.

 

21세기 목욕은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되었다.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집에서 간단한 샤워로 대체한다. 혼밥이나 1인가구의 증가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와 다양한 사회적 관점이 대체한 까닭이다. 또한 기존의 목욕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질병치료에 집중되었다면 현대인에게 목욕은 피로를 풀거나 씻는 것 이상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앞으로 목욕이 지속될 것인가? 저자는 목욕문화를 마무리하면서 전 세계적인 물 부족문제를 꺼내든다. 물 부족에 대한 이해관계는 국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한정된 자원은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가끔 목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한국사회는 물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다. 목욕의 낭만을 추억하기엔 우리가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하지만 목욕의 역사엔 인간의 농밀한 내면이 가득하다.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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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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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하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선택이 어떤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 기준은 자유의지, 즉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한 것일까? 우린 스스로의 선택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대부분 기억이라는 틀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적인 반응이다. 뇌는 에너지 사용에 진심이다.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없기에 최대한 효과를 얻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왔다. 기억 역시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그중 12시간이상을 정보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우리의 모든 감각은 뇌를 통해 인식되고 기억되며 재생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없다.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폐기된다. 특히 반복적인 정보는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뇌의 이런 기능은 정말 중요한 사건이나 상황을 인지하고 기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활용방법이다. 뇌는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생각하는 뇌에 대한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뇌는 기억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 뇌는 망각하기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은 왜 방금 한 일을 쉽게 잊어버리고 혼란에 빠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다.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어떤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하고 어떤 정보를 프로그램화 할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한다. 흔히 경험하는 자동차 키를 찾는 오류는 뇌 기능의 이상이나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뇌의 작용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작용을 정보간의 우위를 다투는 간섭현상이라 말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뇌의 획기적인 발견은 감각에 대한 뇌의 반응이 연쇄적이고 통합적이라는 것이다. 신경세포간의 연결과 신경 가소성은 환경변화나 유전적 발현에 따라 뇌 기능이 얼마든지 조절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눈에 띄는 기억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주의력의도를 강조한다. 주의력은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뇌가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수많은 정보들 중 무엇에 주의력을 가질 것인가? 이를 보충하는 것이 의도다. 의도는 주의하고자하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1972년 에스토니아태생의 심리학교수 툴빙은 인간이 두 가지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개체로만 인식되었다. 툴빙은 지식을 얻기 위한 의미기억과 특정 시간과 사건으로 돌아가 정신적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는 일화기억으로 구분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일화기억은 경험이다. 인간의 기억은 학습과정 중 변형이 일어나더라도 기능 상실이 일어나지 않으며 사건을 서로 다르게 저장하고 색인을 붙여 통제한다. 또한 기억 저장소라 알려진 해마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인공지능의 역할이 의미기억을 강화한다면 일화기억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억이 아닐까?

 

본 책은 기억에 대한 오류와 착오, 잘못된 고정관념을 제시하고 있다. 1부는 신경세포의 역할과 전전두엽피질의 의미, 일화기억등 기억의 기본원리를 소개한다. 특히 기억의 회상이 인상적이다. 우린 어떻게 과거로 돌아가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가? 뇌의 공감각적 기능은 일화기억을 통해 이루어진다. 2부는 기억 그 이상의 효과와 현상을 이야기 한다. 특히 기억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이론을 통해 환경과 신경구조와의 상관관계를 파헤친다. 우리의 기억이 진실일까? 뇌 과학자들은 단호히 거짓이라 말할 것이다. 뇌는 편의적으로 작동한다. 정보의 파편이 흩어지고 모여 새로운 정보를 생성한다. 또한 감정, 장소, 현재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우리의 일상은 현재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되고 새로운 기억으로 형성된다. 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르쳐주고 선택의 기준이 되며 신념을 만든다. 즉 기억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기억한다는 착각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일상일수 있다. 하지만 기억은 서서히 그리고 순간적으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해체해 버린다. 우린 기억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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