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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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폴 윤(Paul Yoon)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Once the Shore』(2009), 『Snow Hunters』(2013), 『Run Me to Earth』(2020)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작가로 꼽힌 바 있으며, 전작들은 모두 깊은 서정성과 역사적 맥락이 결합된 정교한 문체로 찬사를 받았다. 폴 윤은 전쟁, 이주, 디아스포라라는 테마를 섬세하게 다루며, 뿌리를 잃은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탁월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벌집과 꿀』은 그런 그의 미학이 가장 응축된 단편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벌집과 꿀』은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소외되고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7편을 담고 있다. 각 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어떤 공통된 정서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긴 여정을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책의 타이틀과 같은 작품, 『벌집과 꿀』은 분단 이후 남겨진 가족을 찾아 떠나는 한 노인의 여정을 통해 ‘기억’과 ‘화해’를 그린다. 정제된 언어로 삶의 공허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포착하는 서사가 돋보인다. 이 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한국,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 디아스포라 서사를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국과 미국,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너무 익숙한 소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폴 윤은 낯익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게 풀어낸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장이 입 안에서 꼭꼭 씹어 먹은 밥알처럼 점점 달콤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평온하고 서정적인 듯하지만, 마지막 문장에 이르면 감정이 묵직하게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문체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직관적이며, 번역 역시 그 섬세한 결을 잘 살려주고 있다. 『진실에 다가가기』의 후아 쉬를 떠올리게 하는 깊이도 느껴져서 좋았다.

이 책은 요즘처럼 무더위에 지치고 마음이 흔들릴 때, 조용히 읽으며 내면을 다독이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작가 폴 윤은, 앞으로도 계속 주목하고 싶은 문학적 발견이었다. 이 책,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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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 한국전쟁 감동 실화
로빈 허턴 지음, 황하민 옮김 / 도레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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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53년 한국전쟁에 참여한 군마 '아침해(Reckless)'의 실화를 담은 로빈 허턴의 《레클리스》는 한 마리 말의 이야기를 넘어,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인간성과 존엄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기록이다.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김신영 작가의 《레클리스》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개 방식과 관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김신영의 작품이 한국인의 시각에서, ‘우리 땅’과 ‘우리 전쟁’을 배경으로 제주도 출신 종마의 여정을 그렸다면, 로빈 허턴의 《레클리스》는 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이라는 세계사의 장면을 조명하며, 그 안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친 한 존재의 이야기를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허턴의 문체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그 전장에 함께했던 말에 대해서는 한없는 존중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전쟁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군마의 존재를 단순한 전쟁 장비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싸우고 함께 고통을 겪은 동료로 기억하려는 시도는 이 책이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서는 이유다.

읽는 내내 감정이 절제된 서술 속에서도 따뜻함이 배어 나왔고, 말이라는 존재를 향한 시선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이 묻어났다. 특히 말이라는 동물이 어떻게 전장에서 '전우'가 되었는지를 사실적인 사례와 함께 묘사한 부분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 존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 책. 《레클리스》는 인간 중심의 전쟁사를 넘어, 함께 전쟁을 겪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기리며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전쟁에 참여하게된 동물의 이야기. 예상하듯 마음이 힘든 장면들이 꽤 있다. 그래도, 한번쯤 읽어보고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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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쌓아가는 완벽한 부동산 습관 - 30살, 월세 그만 살고 집부터 사기로 했다
케이치 지음 / 북스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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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1. 책 내용 정리

《부를 쌓아가는 완벽한 부동산 습관》은 부동산 투자를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다. 복잡한 이론보다는 저자 케이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책은 각 장이 짧은 칼럼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가 궁금한 주제를 제목만 보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 쇼츠나 블로그 포스트를 읽는 듯한 구성 덕분에 책을 끝까지 읽는 데 큰 부담이 없다. ‘투자는 결국 습관이고, 안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2. 저자 소개

케이치는 부동산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며 대중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로 보인다. 정확한 본명이나 이력을 알 수는 없지만, 책에서는 부동산 경매와 매매, 임대 운영 등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자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특히 스스로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점은 초심자 입장에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다만, 필명이 아닌 본명을 사용했다면 독자 입장에서 더욱 신뢰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3. 감상평 — "책은 쉽지만, 고민은 깊지 않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막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입문서다. 짧은 글과 친절한 설명, 실전에서 느낀 감정들을 곁들인 구성은 가독성이 높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떠오른 질문은 "이 책은 다른 투자서들과 무엇이 다른가?"였다. 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얻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정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핵심 개념이나 전략이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읽고 나면 다시 검색창으로 손이 간다.

결국 이 책은 부동산 입문자에게는 가볍게 읽기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지만, 책 한 권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독자에겐 다소 아쉬운 깊이다. ‘완벽한 습관’이라는 제목과 달리, 독자의 사고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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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나 괜찮다 - 흔들리는 시간을 넘어 단단히 나를 세우는 법
이현수 지음 / 북파머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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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괜찮다>는 마흔 이후의 삶을 지나는 이들에게 ‘마음의 사용법’을 다시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예전처럼 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회복하고 돌보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고. 이 말이 아주 뻔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요즘 서점가에 넘쳐나는 힐링 에세이 속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책의 무게감은 ‘누가’ ‘어떤 시선으로’ 말하고 있느냐에서 달라진다.

저자인 이현수 박사는 임사 심리학자로서 실제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음을 다루는 일을 해 왔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단순한 위로나 예쁜 말들의 나열이 아니라, 회복의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따라갈 수 있게 도와준다. 우울과 무기력, 자기 비하, 반복되는 후회나 자책, 관계에서 오는 상처 등 누구나 겪는 감정에 대해 ‘왜 그런지’ 설명하고, ‘어떻게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책은 거창한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허락하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함께 해본다. 마음을 돌보는 일이 ‘결과’가 아니라 ‘태도’임을 잊지 않게 해 준다.

이현수 박사는 임사 심리학자로, 주로 호스피스 환자들과 가족, 중환자실의 보호자, 생의 말기에 다다른 이들의 심리 상담을 맡아왔다. 단순한 임상 상담을 넘어서, 인간의 삶 전체를 조망하며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전문가다. 이전 저서에서도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삶의 진실을 꺼내 보여주었고, 이번 책에서는 보다 일상적인 영역, 특히 ‘마흔 이후의 자아 돌봄’에 집중하고 있다.

저자의 특징은 추상적인 조언보다 경험에 기반한 설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공감 가능한 이야기들을 이끌어내고, 독자 스스로 자기 상태를 점검하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본 이야기’ 같으면서도, ‘이건 지금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심리학 박사가 말하는 마흔살의 마음챙김, 나를 챙김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다.

"마흔 이후, 우리에겐 '다른 방식의 삶'이 필요합니다. 이전처럼 버티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고 돌보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합니다."

어찌 보면 여느 자기계발서나 힐링 에세이에 나오는 뻔한 말인데,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지 요즘 너무나 지쳐있는, 40대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 너무 와 닿는 말이라서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임사 심리학자인 저자의 직업특성을 살려서 여러 환자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가며 나를 챙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모든 이야기가 공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두가지만 건져도? 일단 올해를 잘 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안도감으로 책을 덮었다.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기보단, ‘지금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해주는 책이다. 누구에게 위로를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안아주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이 시점에 나에게 꼭 맞는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이 제대로 와닿는다. ‘당신은 언제나 괜찮다’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다정한 약속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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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다산어린이문학
탁정은 지음, 이명애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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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낯설고 힘들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아이들의 이야기

테니스 유망주로 성장 중인 초등학생 샛별, 아라, 지수와 이안은 또래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훈련, 주말마다 이어지는 대회, 성적과 랭킹에 따라 요동치는 부모님의 기대와 코치의 시선. 샛별은 테니스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런 이들의 곁에는 같은 훈련을 받는 친구들, 그리고 테니스 외에도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또래들이 있다. 누군가는 경쟁 속에서 좌절하고, 누군가는 가족의 갈등 속에 흔들리지만, 그들 사이에서 조금씩 자신의 속도와 감정을 조율하는 법을 배워간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그것은 코트 위의 순간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믿는 용기라는 것을.

탁정은 작가는 어린이 문학에서 스포츠라는 장르를 통해 감정과 성장의 이야기를 깊고 세심하게 그려내는 작가다. 수영, 야구, 축구, 티볼 등 다양한 스포츠를 소재로 삼아 왔고,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의 노력, 긴장, 갈등, 그리고 우정을 진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특징이다.

탁정은의 작품은 단지 ‘스포츠를 소재로 한 동화’가 아니다. 스포츠가 배경이 되긴 하지만, 결국 중심에 있는 건 ‘사람’이고 ‘관계’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메달이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등장한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지’, ‘누구의 시선으로 자신의 성장을 측정해왔는지’ 같은 내면의 여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작가다.

『서브』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테니스라는 종목이 이토록 아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테니스는 개인 종목이고, 상대의 실수보다는 나의 컨디션과 리듬이 더 중요한 스포츠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 아이들의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성취감은 더 깊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사실 테니스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탁정은 작가는 그런 거리감마저도 서서히 걷어내고, 테니스를 ‘아이가 땀 흘리고 실수하고 고민하는 일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배치한다. 그 과정이 정말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승리’나 ‘성공’ 같은 단어만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선수인 아이들은 계속해서 랭킹이라는 숫자와 씨름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힘겨워하면서도 결국엔 ‘내가 왜 테니스를 좋아했는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 장면이 참 묵직하고 따뜻했다.

탁정은 작가는 늘 ‘운동을 하는 아이는 다르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조심스럽게 풀어내는 작가다. 『서브』에서도 아이들이 얼마나 예민하고 복잡하고, 동시에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게 필력이라는 거겠지. 덕분에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 모습이, 이젠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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