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는 착각 -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법
황규진 지음 / 북스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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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황규진의 운명이라는 착각은 ‘운명처럼 느껴지는 관계’가 사실은 사랑폭력, 가스라이팅, 데이트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그런 관계에 빠진 이들이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심리 상담 안내서다. 먼저 ‘나르시시스트(narcissist)’의 심리 기제와 그들이 사용하는 조종·통제의 수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내가 다 잘못했어” 하며 스스로를 낮추어 상대방의 동정심과 책임감을 끌어내거나, 반복적인 감정 롤러코스터 — ‘사랑 → 후회 → 사과 → 되풀이’ 같은 패턴 — 로 피해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점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후에는 잘못된 관계를 멈추기 위해 필요한 행동 지침과 마인드셋을 중심으로, 상담소장다운 현실적인 조언이 중심이다.

저자 황규진은 심리학자이자 상담소장으로, 특히 연인·부부·가족 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폭력과 통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왔다. 이번 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누군가에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조심스럽고도 실질적인 손길을 내미는 역할을 한다. 나르시시스트의 심리 탐색에서 끝나지 않고, 잘못된 관계 속에서 살아가다 발을 빼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탈출의 문을 세세하게 열어주려는 의도가 잘 드러난다.

이 책을 신청할까 망설였던 당신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이게 과연 나에게도 필요한 책일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도대체 왜, 누가 봐도 뻔한 관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읽고 나면, 그 답을 어느 정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보다는 행동 지침을 중심으로 삼아, 실제로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지 정성스럽게 안내한다. 주변에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살짝 건네거나, 직접 오지랖을 부려서라도 내용을 나눠주고 싶다.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지옥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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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 다산어린이문학
도미야스 요코 지음, 이구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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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야스 요코의 두 개의 달은 타임 리프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들이 등장하는,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인 청소년 SF 소설이다. 주인공들은 어느 여름 날 오래된 별장에 모이게 되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서로의 사연이 다른 또 한사람의 주인공 이 별장의 할머니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된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이들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히 시간여행을 넘어, 존재의 의미와 선택,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창한 듯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경쾌하고 서정적이며, 무엇보다도 따뜻하다.

작가 도미야스 요코는 일본의 동화 작가이자 청소년 소설 작가로, <두 개의 달> 외에도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시리즈와 <신비의 달>같은 감성적인 작품으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시리즈나 요괴 병원 시리즈에서는 유쾌함이 주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섬세한 문체와 감정을 잘 포착하는 능력이 돋보이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꾸준하다.

사실 이런 설정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기도 하다. 타임 리프, 비범한 능력을 지닌 소녀들, 낯선 시간 속의 만남… 어찌 보면 뻔할 수도 있는 이 플롯을 도미야스 요코는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 감동과 풋풋함을 잘 녹여냈다.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묘하게 신선하고, 너무 감성적으로 흘러가나 싶다가도 뜻밖의 깊이와 여운을 주는 대담함이 있다. 초등학교 5~6학년 대상 소설로 소개되었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여운이 남는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이야기에 만족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아주 재밌게 읽었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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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엔 누룽지나 오차즈케로 -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던 혀끝의 기억
후카자와 우시오 지음, 김현숙 옮김 / 공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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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마지막엔 누룽지나 오차즈케로>는 재일교포 2세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의 첫 에세이로, 한일 양국에서 주목받는 그녀가 “음식”을 통해 삶의 크고 작은 순간들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김치, 스시, 컵라면, 프라이드치킨, 베이글, 녹차(오차즈케), 누룽지 등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하며, 각 음식에 얽힌 개인의 기억, 가족사, 정체성, 문화적 담론이 교차한다. 특히 어린 시절 언니의 죽음과 스시의 연결, 아버지의 권위에 저항했던 다이어트와 사랑, 일본과 한국 사이에 서 있는 정체성의 어두운 면과 빛나는 일상들이 진한 감정으로 그려진다.

저자인 후카자와 우시오 (Fukazawa Ushio, ふかざわうしお)는 1966년 도쿄 출생의 재일교포 2세 작가로 2012년 <가나에 아줌마>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대상 수상하며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단편집 <애매한 생활>,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 등이 있고, 재일동포와 여성의 삶을 주로 다룬다.

재일 교포의 글이지만 엄연히 일본어로 쓰인 (주로) 일본음식에 대한, 음식 에세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당연히 일본 가정식과 일본인들이 즐겨 사 먹는 디저트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음식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삶의 가장 사소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들을 섬세하게 잘 담았다. 읽으면서 입에 침이 고이기도 하고, 울컥 하기도 하고, 피식 웃음 짓게 되는 순간을 꽤 많이 만났다. 우리 나라도 좋은 음식 에세이가 많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선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이 떠오르는 음식 수필집이었다. 꽁냥꽁냥한 사는 재미가 있는 음식 이야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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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뇌과학 - 요요 없이 평생 유지하는 뇌과학 기반 다이어트 혁명 쓸모 많은 뇌과학 12
카트리나 우벨 지음, 장혜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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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전문의이자 공인 체중 감량 코치로, 과거 직접 20kg 이상을 감량한 경험이 있는 저자의 건강하고 요요없는 다이어트 안내서이다. 저자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의사들에게 요요 없이 체중 감량을 지도하고 있다. 본래 의대에서는 영양이나 체중 관리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에 “의사는 질병 치료 전문가일지라도 자기 식습관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자신이 직접 효과를 경험한 뇌과학 기반 접근법을 체계화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뇌과학, 심리적 접근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강조하는 다이어트 지침서의 시대는 애저녁에 끝났다. 우리의 본성을 살피고, 그에 기반한, '지속할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찾자는 목소리는 그 전부터 있어왔다. 이 책은 과학적 근거에 근본을 두고 “감정적 식욕”과 “뇌 회로”라는 주제로 기존 다이어트 접근을 과학적으로 재정의한다. "먹고 후회하는 나"라는 고리를 스스로 끊도록 도와주는 심리·뇌과학 기반 실천 지침서에 가까운 책이다. 특히, 마음이 흔들릴 때 물 한 잔, 산책 5분 같은 '작은 대체 행동'을 통해 감정 대응 회로를 재설계하라는 메시지는, 단기적 의지가 아닌 뇌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 인상 깊었다.

저자의 실제 변화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설계되고, 전문직(의사) 대상 현장 검증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신뢰가 느껴진다. 내가 직접 해봤거든? 이걸 이길 곳이 있겠냐 말이다. 뇌 과학에 익숙하고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실천 방법들에서 좀 더 깊은 감명을 느낄 것이고, 반대로, 뇌 과학 분야에 낯 설은 다이어터들, 감정적 과식에 시달리거나, 다이어트가 늘 실패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단순한 팁이 아니라 ‘인생 마지막 다이어트’가 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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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mh!: 레전드, 비하인드, 레코드
뮤직메카 지음 / 북엔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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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나

여기서 문외한이라는 거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감'이란 부분에서 단연 최고의 무식함을 말한다. 일단, 음감이나 그 '서정적임'에 대한 가치판단이 안 된다. 흔히 말하는 음유시인가수들의 멜로디도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흥얼거리듯 읇조리는 노래들에 대해서 정말 짜증에 가까운 비호감을 가지고 있다. 나한테는 소음일 뿐이니. 그나마 신나거나 가창력이 빛나는 노래에 대해서만 겨우 가치를 알아보는 '똥귀'를 가지고 있는. 이러니, 내가 이 책을 처음 잡을 때의 걱정과 후회가 얼마나 컸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사람도, 진짜 재밌게 읽은 책이다.

국내외 음악계를 주름잡은 음악과 정말 유명한 뮤지션의 이야기(레전드) 그들, 또는 그들간의 뒷 이야기(비하인드), 가수는 없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아니 영원히 남을 그들의 명반(레코드)에 대한 기록들을 특유의 문체로 잘 풀어냈다.

내용이 진짜 알차다. 그리고 나처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따라갈 수 있도록 조근 조근 잘 설명 해 준다. 그리고 본문에서 설명한 내용을 표로 진짜 잘 정리 해 두었다. 좋은 부분이 정말 많은 책. 팝 음악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다면, 좋은 노래들을 추천 받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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