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이 놀랐다, 가 아닌
적잖이 놀라지 않아서 놀라웠던 책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집안 평화'의 빈부를 느낀 적이 있다
그 친구네 부모님은 아직도 소파에 함께 누워
껴안고 칭찬을 주고받고 입맞춘다고…
어렸을 적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댁에서 자랐다
좀 더 커서는 부모님과 함께 지냈지만
지치고 피곤했던 어머니는
나를 자주, 차갑고 엄하게 대했다
그래서 나는 투정이 많아졌고
사람을 믿지 않는 것이 편한 아이로 자라났다
엄마가 생각하는 행복은
아이들이 남 만큼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남 만큼만, 이라는 뜻은
적어도 지방에서 알아주는 대학교를 나와서
적어도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겠지?
그러나 지금 나는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중간에 지쳐 쓰러져 몇 년을 방황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엄마는 육체와 머리를 동시에 바쳐서
숭고한 노동의 댓가로 우리들을 키워냈다
바치다? 희생하다?
십일조를 포함해서 ㅋㅋ 우리들을 키웠다
번 돈을 알뜰하게 분배해서
지나치게 가지고 싶은 게 많은 나의 욕심을 제어하고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다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했다
최선이라 생각하는 사랑을 주었다
어릴 적 베개맡에 누워 자주 상상하곤 했다
늙은 엄마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생각을
엄마도 나처럼 방문을 닫고 엉엉 우는 모습을
그러다가 꽥 하고 소리 지르며 방문을 쾅 닫으면
짐짓 엄하고 무섭게 엄마에게 혼을 내는 나의 모습을
지금 생각해보니 만약 그러더라도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엄마도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내내 행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라는 말보다
"엄마가 너 덕분에 얼마나 행복했는데"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엄마에게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어쩌면 아빠에 대한 생각이
증오보다는 연민에 가까운 것임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빠보다는 사람이,
엄마보다는 엄마라고 불리는 한 사람이 눈에 보인다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투르고 두려워서
불안해서 무서워서 서로 반목하고 믿지 못하는
그런 나날들
자신도 상처 입은 어린시절을 보냈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만은 그렇지 않은 척
이겨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