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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 세 번의 봄 ㅣ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평점 :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말 그대로 믿고 본다!
어느덧 벌써 쇼트 시리즈도 20권까지 나왔다
(최근 18번째 권 <밀림의 연인들>을 리뷰한 적이 있다)
대망의 20권, 바로 이 책이다
무려 강화길 작가님의 책!
제목은 <원진: 세 번의 봄>이다
이제는 대세가 되어버린 그 이름!
2020 젊은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음복>이란 파격적인 작품으로
처음 이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내내 아쉬웠다
숱하게 그의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아 한 편의 이야기도
읽지 못했던 점이 말이다
나는 엄마에게서 그 기회를 박탈하고 싶었다. 엄마가 억울한 나를 벌주길 바랐다. 엄마의 마음에 자기도 모르는 빚이 쌓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엄마를 완전히 떠날 수 있게 되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랐다. 미련은 오직 엄마의 몫이기를. 죽는 순간까지 오로지 그녀의 품 안에만 남아 있기를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먼저 상처를 주고, 믿지 않기 위해 먼저 믿음을 저버리는, 그러고서 그냥 모르는 척 살아가는, 사람의 역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모든 것이 그런 식이었다. 아이에게 설탕을 먹이지 않겠다는 다짐이 돌 전에 무너졌던 것처럼, 분홍색과 파란색을 똑같이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이 처음부터 아예 실현되지 않았던 것처럼. 왜냐하면 여자아이들의 많은 물건이 대부분 분홍색이었고, 분홍색 물건들이 다른 것들보다 훨씬 예뻤기에, 아이가 매번 분홍색 물건을 집어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종숙 언니는 무엇도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이 책에 실린 3개의 단편,
<깊은 밤들>, <비망>, <산책> 중
<깊은 밤들>이라는 단편이 가장 좋았다
세 작품 모두 모녀 관계를 다루는,
여성 중심 서사라는 점이 동일하다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이야기로 보이기도,
아닌 것 같기도···
진물이 나는 상처에 덕지덕지, 그렇게 얹고 얹은
가장자리에 때 탄 반창고같은 이야기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피상적인 '가짜' 모녀관계와는 다른
'진짜' 현실 같은 애증의, 아니 애증이라고 말하기에도
복잡다단한 그 감정의 연쇄를 말하는 작가의 문체가
교묘하고 촘촘하다
제목이 <안진: 세 번의 봄>인 이유는
도시 안진이 배경이고, 세 단편의 주인공이
인생의 봄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일까?
봄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곧 연속성을 지닌 인생에서
앞날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를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과 삶이 뒤엉킨 인생에서
서로를 그리고 서로를 증오하면서
길을 헤메이는 여성들의 모습
봄날은 간다,
그리고 다시 온다
세 번의 봄이 지나면,
네 번째 봄이 올 '안진'의 미래를 향하여
+) 보는 내내 주인공의 성격 묘사에 대해
애착이론과 정신장애의 구체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며 흥미깊게 읽었다
#소설 #안진세번의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