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배명훈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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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블랙유머,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배명훈 지음, 자이언트북스 펴냄







원기둥 모양으로 생긴 우주 도시 사비는 화성 인근의 스페이스 콜로니다. 화성 침공 계획에 따라 병력 주둔을 목적으로 세워졌으나 침공 계획이 흐지부지되어 그저 그런 도시로 몰락한 사비. 사비에는 군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있고, 주둔군 병기창에서 나온 중화기를 밀매하는 이른바 유통업자들이 등장했으며, 땅을 사서 돈을 번 지주 세력에, 부패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경찰파, 그리고 부두 근처 그러니까 우주 공항 시설 곳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주축이 된 신흥부자세력 오목눈이파까지. 제멋대로가 규율인 이 사비에 지구 밖의 사비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라는 김구름의 아이디어를 훔쳐 비싼 비행기 값을 치르고 날아온 이가 있다. 이초록이다. 그는 미리 사비에 엉터리 역학으로 돈을 벌어 자리잡고 있던 고모를 통해 관직을 사서 이주를 감행했다. 관직을 사지 않았더라면... 아,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많이 듣는다고 꼭 사는 데 보탬이 되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그것 때문에 인생이 꼬이기도 했다.

사실은 늘 그랬던 것도 같다.





기껏 김구름의 아이디어를 훔쳤으나 엉뚱한 곳으로 이주해버린 이초록은 특별한 꿈도 목표도 없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이초록은 기이한 과녁을 발견한다. 인공중력을 만들어내느라 빠르게 자전하는 사비에서 과녁의 중앙을 조준해 성공시킨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화성의 시간은 지구 시간보다 2배 느리게 흐른다. 그러니까 화성에서 1년이 지났다 하면 지구에선 2년이 흐른 셈이다. 게다가 콜로니 지름도 다르고 회전 속도도 다른 원통 모양의 사비에서 총격은 꿈도 못 꿀 일. 하지만 부조리하고 위험한 우주 도시로 전락해버린 우주섬 사비에 등장한 스나이퍼의 존재는 한숨만 나오는 사비의 일상을 뒤흔든다. 스나이퍼의 존재가 떠오르자 암살명령이 떨어졌다는 생각에 각 세력은 동요하고 이초록은 왠지 보호본능을 느낀다. 베일에 가려진 스나이퍼 한먼지, ‘탁월하게 빛나는 존재’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초록의 이 의지는 아마도... 뭐지? 뭘까? 물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아니 우주섬 사비식으로 말하자면, 아니 그러니까 꿈을 훔친 자의 심리로 보자면... 혹시 이초록만 아는 걸까?







'어디에나 있지만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우산꽂이'라든지, '3층 한쪽 벽은 책장으로 가득했는데, 심지어 진짜 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라든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인데, 우리가 숭늉 맛집이잖니' 등등 시니컬한 유머가 등장한다. 거기에 옛 시대의 관직명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근대식 도로명에 탐관오리라든지... 게다가 배명훈 작가는 국제정치를 공부했다고 하는데 왜 물리 같은 걸 등장시켰을까. 독자에게 진정한 블랙유머를 선사하기 위해? 아는 사람은 그가 설명하는 물리의 진실 여부를 알 테고 모르는 사람은 그 진실 여부를 모를 테니 말이다. 마치 비가 오지 않는 우주섬 사비에서 사람들이 비처럼 솓아지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사비에서는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으니 공무원은 놀고 먹는 밥버러지 월급도둑이 되어버렸고 경찰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즐긴다. 그 와중에 우주섬 사비 내 여러 폭력 조직은 세력 다툼을 하고,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명 컨설팅을 받고, 각 조직의 우두머리들이 기둥회의를 함으로써 겨우 평화가 유지되니, 혹시 이것은 화성의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나라 이야기일까?





우주만큼 근원적인 외로움 혹은 물려받은 광기에 몸부림치는 한먼지. 별 관심도 없으면서 좋은 건 기가 막히게 알아보고 이거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과감함까지 갖춘 이초록. 두 사람은 과연 사비의 탄도학을 정복할 수 있을까? 이것이 사회를 꼬집은 것이구나 싶어, 내가 사는 현실에 대해 씁쓸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배명훈의 블랙유머 미래 SF소설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우주섬사비의기묘한탄도학 #배명훈 #자이언트북스 #블랙유머 #판타지 #SF #미래소설

#글꽃송이리뷰 #책리뷰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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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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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음, 그러니까 말이지. 이름이 길기도 하지, 발리 카우르 자스월이 지은 이 소설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19금일까? 제목만 봐서는 19금인데. 그럼 열아홉짤밖에 안 먹은 글꽃송이는 이 소설을 읽어도 되는 걸까? 정숙한데 과부들이고 과부들인데 정숙해. 게다가 발칙하게도 야설이란 말이지. 그런데 클럽이라고? 혹시 북클럽일까? 헙! 번역가 이름은 또 뭐야. 작은미미? 엽떼요, 미미인형인가요? 알고 보니 인디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의 멤버!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 작은미미, 박원희 옮김 | 들녘 펴냄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는 부모님의 바람을 뒤로하고 로스쿨을 자퇴한 인도 출신의 영국인 니키. 어찌 보면 MZ 세대의 표상이다. 언니처럼 항상 모범이 되고자 하거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고향 사람들이 모이는 사원의 결혼 게시판에 자기소개를 걸어 결혼상대를 구하는 구닥다리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질색이니까.

 

 


어쨌든 언니의 심부름(!)으로 쪽지를 붙이러 들렀던 사원 커뮤니티 센터에서 오히려 일자리를 구해버린 니키. 그런데 그 일자리라는 게 영 수상하다. 분명 글쓰기 수업에 스토리텔링 강사인데, 수강생들이 한 명 빼고 모두 글자를 모른다! 더구나 모두 과부들이다! 살와르 카미즈를 뒤집어쓴 과부들 말이다! 글자도 모르는 과부들을 데리고 어떻게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라는 거지? 이런 의문은 넣어둬 넣어둬. 당장 글을 쓸 줄 아는 1인에게 나머지 수강생들은 입으로 글을 쓴다. 아, 그런데 정말! 입으로 쓰는 글에 수위가 어디 있으랴. 그녀의 허벅지 사이, 달콤하고 비밀스러운 그곳이 움찔거리며 심장박동처럼 고동쳤다. 참으로 훌륭한 이 종마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중략) 그녀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을 자극... 수상한 스토리텔링 수업은 이미 막을 올렸다!

 

 


허구와 실체의 경계는 모호한 법이라고요.

 

 

 







우리는 과부거든요. 남자랑은 더 이상 아무런 접촉도 없어요. 그건 허락되지 않아요. 자신들의 마음을 마음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채 종속된 존재로 살아가는 여자들의 푸념은 니키의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입술과 손가락을 거치며 어느새 바뀐다. 그녀는 더 이상 과부가 아니었다. 애정을 갈구하는 젊고 부드러운 여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순조롭기만 할 순 없지. 수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예상치 못한 곳과 예상했던 곳에서 동시에 터지고 여성수업은 존폐 위기에 놓인다. 이때 또 하나의 반전이 등장하니, 입소문이다. 엉뚱하게도 이들의 수업에 대한 소문이 쫘악 퍼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다들 얼마나 노력했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저 집에 사는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읽었을까?
그들의  인생도 바뀌었을까?

 

 


야시시하고 야리꾸리한 제목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속에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숨겨져 있다. 그 요소들을 종횡으로 엮어내는 건 바로 성장. 전통과 관습에 얽매인 삶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는 성장소설이랄 수 있다. 등장하는 과부들 역시 성장을 추구한다고 말하면 감이 오시려나. 억압받고 살아온 영국 내 인도 교민 여성들은 남편과 즐겁게 지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를 궁금해한다.


자신들에게 둘러진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누군가 불을 붙이기 전에 행동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그들은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혐오와 위협에 공감하다가도 페미니즘을 둘러싸고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세대 간에도 자연스레 갈등을 드러낸다. 음란한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아니, 어쨌든 언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사람들은 드디어 행동하기로 결심하지만! 발리 카우르 자스월의 19금 아닌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과연 이 과부들, 아니 여성들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

 

 

출판사 지원도서*
#정숙한과부들을위한발칙한야설클럽 #발리카우르자스월 #작은미미 #들녘 
#성장소설 #미스터리 #로맨스 #글꽃송이리뷰 #책리뷰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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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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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환상을 들추는 반전 미스터리 |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모로 펴냄







어느 집에든 고민거리는 있다고 한다. 정말일까? 부를 척도로 삼아본다. 타워팰리스에 사는 이들은 어떨까? 외모를 척도로 삼아본다. 여신미모 남신 미모로 한 비주얼하는 가족은 어떨까? 더 흔하게는 공부를 척도로 삼아본다. 부모가 신경쓸 일도 없이 아이들이 알아서 척척 해내는 가정에 다른 고민이 있을까? 어쩌면 모두 사상누각? 아무리 행복해 보여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고민거리가 없는 집은 찾을 수 없다는 말은 진실일까? 문득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을 떠올린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가정이었건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음을 알게 된 이가 있다. 가정에 충실한 남편과 반듯하고 상냥한 아이들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나는 이렇게나 행복하다고!' 하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던 이즈미다.





그가 죽어야 했던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용의자 하야시의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던 마에바야시시에서 중학생 다이키가 사망한다. 고등학교에 합격한 소년은 새벽 2시 경 등록되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마침 하야시를 뒤쫓던 경찰차와 맞닥뜨린 다이키는 불심검문을 피해 도망을 가다가 주차된 트럭에 세게 부딪치는 사고를 일으켰다. 구급차를 부르고 사고 현장을 검증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허비되었고 그 틈에 용의자는 멀리 달아나버렸다. 그리고 다시 발생한 살인사건. 사람들은 장례를 치른 다이키의 가족에게 다이키를 욕하고 비난하는 전화를 걸어댄다. 다이키 때문에 연쇄 살인범을 놓쳤다고 소리쳤다. 다이키 때문에 살 수 있었던 한 여자가 죽었다고 윽박질렀다. 다이키 때문에... 다이키 때문에... 다이키는 그날, 그 시각에 왜 거리에 있었을까?




다이키가 죽은 후 그의 엄마 이즈미는 슬픔에 잠식당해 일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그저 다이키의 불단 앞에 자리한 채 울거나 울부짖거나 발버둥을 칠 뿐이었다. 자신이 구축해놓은 '더없이 행복한 집'이 부셔지다니. 생각하기도 싫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며칠 후 다이키와 비밀리에 사귀고 있었다는 소녀가 등장한다 마리카다. 이즈미는 그날, 10시 10분 경에 자신의 귓전을 울렸던 그 짤깍 소리를 기억해낸다. 자전거 자물쇠를 풀고 다이키는 어디를 가려 했던 걸까? 마리카를 만나러 갔던 걸까? 무려 네 시간이나 밖에서 만났다고? 이즈미는 의문을 풀기 위해 노력하다가 또 하나의 몰랐던 진실과 마주한다. '이즈미의 행복한 집'에서 다이키가 답답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말도 안돼!.하지만 어쩌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식을 방해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내 그릇된 생각이 다이키를 죽였을지도 모른다. (중략)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아서, 내가 형편없는 엄마라서,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서. 전부 내 탓이었던 것이다.




다이키의 누나 사라는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즐겁지 않다. 이건 자신의 가족을 향한 냉대적 시선 때문이기도 했지만 거의 엄마 때문이었다. 사라는 동생이 죽었는데도 태연히 대학도 가고 친구랑 놀고 웃기도 하냐는 엄마의 독설을 견디기 힘들었다. 엄마와 함께 있으면 행복해질 권리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 사라는 집을 나와 할머니 집에서 살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는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죄책감 없이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엄마와는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사라는 뜻밖의 사실을 듣게 된다. 다이키는 마리카와 사귀지 않았다고? 진실이 뭐지?









15년 후, 도쿄의 한 빌라에서 젊은 여성이 살해된다. 그녀에게는 불륜 상대가 있었는데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의 행방을 찾기 위해 경찰이 움직이고 그의 어머니가 움직인다. 그의 어머니 지에는 며느리 노노코를 의심한다. 며느리는 남편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고 걱정하는 눈치를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남편의 넥타이를 가위로 잘라 쓰레기통에 버려두었으니까. 게다가 지에가 노노코에게 전화를 했을 때 남자가 받지 않았던가. 며느리의 불륜 상대일 것이 틀림없다. 며느리가 그 불륜 상대와 아들에게 해를 가한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있을 수 없지. 지에는 며느리에게서 손주를 떼어놓기 위해 행동을 개시한다. 하나의 가정이 여기서도 깨져간다. 그리고 이 일은 15년 전의 다이키 사건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어릴 적 가정적 불운을 겪었던 미쓰야는 이 두 사건에 투입된다. 맹목적인 사랑과 정신줄 놓아버린 광기에 의문을 표하고 '왜 죽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괴짜 형사 미쓰야 슈헤이. 치밀하게 분석하고 행동하는, 그러나 함께 일하는 파트너에게 별로 친절하지 않은 그는 다이키 사건과 도쿄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








아뿔사, 또 당했다. 저 표지를 유심히 보지 않은 탓이다. 아주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표지는 뜻밖에도 결말을 암시하는 키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폭탄 하나씩을 품고 산다던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그걸 바꿔본다. 누구나 마음속에 괴물 하나씩을 키우고 산다. 행복하고 예의바르고 반듯하고 청순하고 요염하고 상냥하고 외롭고 고독하고 천진난만하고... 어떤 모습으로든 포장 가능한 사람들, 어떤 모습으로도 감춰지는 사람들의 마음이 섬찟하다. 마음이 병든 사람들은 모든 걸 자신의 방식대로 받아들인다. 렌조 미키히코의 반전트릭 추미스 "백광"의 반전 못지않은 반전 미스터리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가족에 대한 관념적 환상을 와장창 부셔버리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에 가서야 뜻밖의 진실을 토해내는 마사키 도시카의 진실 찾기, 그 첫발을 무척 잘 떼었다.






출판사 지원도서*

#그날너는무엇을했는가 #마사키도시카 #모로 #가족미스터리 #반전미스터리

#추미스 #글꽃송이리뷰 #책리뷰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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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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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 성장기, 퀀텀 라이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라는 말이 있다. 흔히 부자가 천국에 간다는 것과 엮여 쓰이는 이 말은 이제 엮이는 말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갱스터가 물리학자 되기'랄까. 이 억지스러움은 가난과 폭력이 일상이던 빈민가에서 갱스터 너드로서 살았던 한 소년 제임스가 밑바닥 인생을 극복하고 마침내 물리학자로 우뚝 섬으로써 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했던 과학계에서 항공 우주국 나사의 우주과학 교육 관리자로 일했던 하킴 올루세이 이야기다.

 

 

 


퀀텀 라이프
하킴 올루세이, 조슈아 호위츠 지음 | 지웅배 옮김 | 까치 펴냄

 

 

 


나의 운명은 어느 방향으로도 펼쳐질 수 있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의 운명은 오른쪽 또는 왼쪽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었다.

 

 

 


제임스는 여섯 살에 배운 브리지 게임에서 카드를 유추하고 맞힐 수 있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깨달았다. 이 능력은 작은 가전제품과 같은 주변의 물건들 속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대체 그 물건들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그 빛나는 가전제품들 속에서 어떤 마법이 벌어지는 걸까? 제임스는 가전제품들을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했고 가끔 미처 조립해놓지 못한 부품들 때문에 엄마한테 매질을 당하곤 했다. 제임스는 매질이 무서웠지만 제품들 속 숨은 비밀에 대한 유혹을 참기 힘들었다. 그는 또 분해했고 실험했으며 매를 맞았다.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동안 겪은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의 실상, 사랑과 용기로 엮인 '뛰어'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트레버 노아의 "태어난 게 범죄"를 읽으면서 느꼈던 특이한 엄마는 "퀀텀 라이프"에도 등장한다. 트레버 노아의 엄마는 남들 보기에 꼴통 같았다고 하겠지만 제임스의 엄마는 그냥 꼴통인가 싶다. 자식의 똑똑함에 자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순간일 뿐, 연애 상대를 바꿔가며 사느라 아이들에게 수많은 대디를 선물(!)한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 씨다른 형제가 생긴다. 그런데 가다 보니 아빠도 그렇고 다른 가족도 그렇... 배다른 형제가 생긴다. 그 당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런 가족 구성이 유행이었나 싶은!

 

"뿌리"를 읽으며 쿤타 킨테라의 생활에 자신을 대입하던 제임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받은 교과서를 첫날 전부 읽어버리고는 지루하고 따분해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던 제임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서 강한 동질감을 느낀 제임스. 지능 검사로 인정받은 천재 제임스. 하지만 아무리 뚝심 있더라도 어린 나이때부터 주어지는 삶의 환경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이 세상에는 짐승 같은 놈들이 있다. 한 손으로는 악수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칼을 찌르는 놈들이지.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센 놈이 되어야 했다. 아빠의 '거실 사업'을 보고 자란 제임스는 결국 문제아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만다. 능력 없는 엄마는 제임스를 친구나 친척 집으로 떠돌게 했다. 제임스는 혼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고등학생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여 상대성 이론을 시연하는 게임을 만들 정도의 영재성 이면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서 친구들에게 대마초를 파는 문제아적 면모가 있었다.

 

 

운 좋게도 제임스는 매년 2만 달러를 지원해줄 것이며 대학에도 보내주겠다는 해군의 제안을 받고 입대한다. 그러나 핵 스쿨에 입학하고도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은 배 위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제한에 걸려 명예 제대하고 만다. 그나마 뛰어난 지능에 집념으로 스탠퍼드 물리학과 대학원에 들어가지만 인종차별에 맞닦뜨린 그는 소속감을 가지지 못한 채 끝내 마약에 빠진다. 길거리 마약 중독자, 크랙에 미친 약쟁이로 전락한 채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한 그는 문득 생각한다. ' 밤하늘의 별들을 모두 세고 싶다'고. 그는 이름을 하킴(지혜로운) 무아타(진실을 추구하는) 올루세이(신이 행하신 일)로 바꾸고 자신의 삶을 신성하게 여기고자 한다. 이제 미래로 향하는 길을 나 스스로 구축할 때가 되었다.

 

 



 

 

 

 

 

아무리 단단한 벽이라도 통과할 수 있다.

 

 

 

어느 거리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가 총에 맞은 갱스터 제임스 플러머 주니어의 삶을 떨치고 평행 우주 저편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따고 우주 망원경을 설계하는 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 교수로서의 삶을 이룬 갱스터 물리학자. 제대로 된 양자 터널링을 이룬 셈이다. 그의 양자역학적인 삶에 무수한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다중 우주를 넘나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광형 저자도 상응하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고. 찢어지게 가난하고 지독하게 위험했던 시절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된 하킴 올루세이는 말한다.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희망"이라고.

 

 

모든 것이 살아 있으며 나에게 달려들거나 나를 물거나 독이 오르게 만든다.​
찢어지게 가난하고 무지막지하게 폭력적인 삶 속에서 마약에 노출되었던 그가 과학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을 놓치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이가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겠다. 제임스에게는 스탠퍼드에서 만난 태양물리학자 아서 워커가 특히 그러했다. 피부색과 계급이라는 사회적 기표에 의해 평가받지 않는 세상. 이것은 수많은 차별을 당하고 있는 더 많은 이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닥치는 대로 읽는 책벌레에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모조리 답하는 교수님 하킴 올루세이가 그토록 단단한 벽을 통과한 성장기 "퀀텀 라이프". 비록 그가 바르게만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꿈을 정하지 못하고 희망이 없다고 원망만 늘어놓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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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세이 #책리뷰 #북리뷰 #글꽃송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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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가짐 - 세상에 나로 서는 말하기의 힘
채자영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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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자영의 말하기 태도, 말가짐

 

 




 



말가짐
채자영 지음, 블랙피쉬 펴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반면, 구시화문이라고도 했다. 입이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으로, 언제 어디서든 말조심을 해야 함을 이른다. 요즘 구시화문의 끝을 달리는 정치인들이 몇몇 있다. 별 경험이 없음에도 시대를 잘 타고나 회자되는 위치에 올랐으나 자신들이 잘나서 그런다고 착각하며 사는 이들. 말꼬리 잡고 휘두르고 말씨름하듯 이 말 저 말 내뱉는 그 입을 그냥 찰싹... 아, 폭력은 안 돼! 말가짐 좀 가지면 참 좋겠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말의 역할은 무엇일까.

 

 

 

몸, 맘, 말. 이것을 마치 하나의 몸에서 탄생한 것처럼 보는 게 수사학의 기본 개념? 수사학이라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아리스토텔레스밖에 없다. 아, 수사학을 배척한 인물이 플라톤이라는 것도 아는구나. 그러니까 수사학은 고대 그리스 때도 있었고 현재에도 실현되고 있다는 게 팩트.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정의가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이고 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감성적 설명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 몸가짐, 마음가짐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말가짐이 가세하니 이 단어, 혹시 등록되려나?

 

 



 

 

 

채자영 저자는, 말은 마음을 전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말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인들과의 속 깊은 대화를 나눌 때도, 모르는 이들과 스치듯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그 매개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말은 날카로운 가시가 될 수도 있고 따뜻한 포옹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자세로 상대에게 임하냐에 달렸음이다. 그야말로 말가짐이다.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하는 이로서는 더더욱 그러하겠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말하는 내용에 어울리는 표정까지 갖춰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터.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리듬감을 얻어야 비로소 현장에서의 압박감을 극복하고 긴장감과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겠다. 말이란 생각을 몸으로 내뱉는 일, 몸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대화 중 침묵이 흐르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침묵도 하나의 '말'로 본다. 침묵은 또한 우리의 언어를 조금 더 매끄럽게 만들어 주는 윤활유라고 보았다. 말의 밑바탕이고 없어서는 안 될 여백 같은 침묵은 말에 쫄깃한 긴장감과 극적인 안도감을 준다고 여긴 것이다. 아, 대화 중 흐르는 침묵을 어색하고 견디기 힘들어하는 1인으로서 저자가 보이는 발상의 전환은 참 귀한 깨달음이다.

 

 



 

 

말에도 자존감이 있다.
뭔가 손에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잘 잡히지 않고 구체화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채자영 저자 역시 그러했던가 보다. 그녀는 머릿속에 두둥실 떠다니던 흐릿한 생각도 언어로 포착하면 명료해지니, 언어란 참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은 연필로 쓰라 한 걸까. 아무리 가슴앓이해도 드러나지 않고 불분명하니 구체화하고 명료하게 만들어 확신을 가지라는 의미인가, 하고 혼자 북치고 장구쳐본다. 물론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겠다. 이 역시 소통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을 테니, 나의 마음을 명확히 전달하고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경청이 따라야 함은 필수리라.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가마니로 본다고 대화에서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이도 있다. 상대는 자신의 행동과 말을 솔직이니 진솔이니 하며 포장하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불쾌하면 그것은 무례다. 어이쿠, 글꽃송이의 반성 시간이다. 나도 무언가 궁금할 때면 상대에게 거침없이 묻곤 했는데, 혹시 그들이 엄청 불편해하진 않았을까. 상대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얼마나 솔직하게 대답했을까. 언제까지 그런 질문을 참아낼 수 있었을까... 복도에 나가 손 들고 서 있을 노릇이다. 말가짐 좀 갖춰야겠다.

 

 


 

 

 

나다운 삶, 올바른 말하기에서 시작된다.

 

 

 

내 말하기는 아름다운 말하기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 내 안의 의미를 찾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하기로 확장해 왔다.


저자는 오랜 시간을 들여 결과물을 내놓는 글쓰기에 비해 말하기는 오랜 습관을 튱해 굳어진 채 입밖으로 내뱉어지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맛의 껍데기가 아닌 말의 탐구하던 저자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이야기'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 할 '프리젠터'를 엮어 스토리젠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좋은 말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누구나 좋은 말을 하는 세상을 꿈꾸는 저자 채자영. 본질에 대해 나답게 말하기의 시작, 평생을 '말'과 함께해온 스토리젠터 채자영의 "말가짐"으로 방향을 설정하자.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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