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존 그린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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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린 에세이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_인류세 리뷰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_인류세 리뷰
존 그린 지음, 이진경 옮김, 뒤란 펴냄

 

 


우리 인류는, 아니 나는 혹시 살아생전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할까? 딩동댕동. 사실 지구의 종말이나 인류의 종말을 생각하자면, 나는 엄청난 낙천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아, 나의 감정 리뷰는 미뤄두어야겠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고 빙하는 녹고 있고 각종 감염병이 몰려오고 미치광이는 전쟁을 벌이고 경제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최근 들어 우리가 전쟁이나 인공지능 혹은 감염병이나 기후 위기 또는 생태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를 얼마나 많이 접하고 있는가! 그런데 어쩌면 경제적 쓰나미에 휙 돌아버린 사람들이 난동을 벌이다 어느 새 트리거를 건드릴지도 모른다. 이것 때문이든 저것 때문이든 25만 년 동안 하나의 종으로 존재해왔던 우리 현생 인류는 지금, 우리가 멸종으로 내몬 도도새나 자이언트 나무늘보처럼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긴박감에 사로잡혀 있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자, 누굴까!

 

 

우리는 너무나 강하지만 동시에 충분히 강하지는 않다.

 

 

 

인류세가 뭐지? 내가 모르는 세금이 생겼나? 아, 부끄럽지만 그리 생각했다. 찾아보니 인류세란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화학자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란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였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라는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 한번에 팍 이해되지는 않는다 싶다가, 퍼뜩 눈에 들어오는 설명을 찾았다. 지질시대를 연대로 구분할 때 기(紀)를 더 세분한 단위인 세(世)를 현대에 적용한 것! 아하. 몇 기 몇 기를 더 세분화해 몇 기 몇 세~ 이런 식으로 가는 건가 보다. 존 그린의 정의에 따르자면, 인류세란 현재의 지질시대를 가리키기 위해 제안된 용어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대한 리뷰인가?

 

 




 


신생대 제4기 홍적세,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 전혀 새로운 시대. 어쨌든 다른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에서 등장한 개념이 인류세! 아이고 두야? 인류세는 단순히 보자면, 크뤼천이 제안한 2000년 안팎을 그 시작으로 친다. 그런데 이런 거 필요없다. 존 그린의 논픽션 "인류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에 붙은 '인류세 리뷰'라는 말에 너무 얽매여 책을 과학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달까. 

 


이 책은 그야말로 현 시대의 각종 것들에 대한 리뷰다. 지구라는 행성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는 시대인 '인류세'를 살아가는 데서 자연스레 겪었던 일들을 풀어놓은 것이다. 그저 삶과 죽음, 지구, 인류를 탐구하기 위해 지극히 인간적인 기운을 풍기는 주제들을 등장시킨 인문에세이인 셈이다. 이 리뷰들에 존 그린은 개인적 경험과 삶의 자취를 잘 녹여내고 있다. 그런데 마치 신변잡기인가 싶은 2021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논픽션 분야 최우수도서 수상작 "인류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_인류세 리뷰"의 밑바닥에는 지구에 대한 통찰과 사유가 담겨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우주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우주의 유일한 존재다. 우리는 지구의 기후와 생물종의 다양성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 하지만 그것들을 다시 재편할 방법을 선택할 정도로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인류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인류는 끊임없이 지구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함으로써 인류가 이제까지 진화해 온 안정적이고 길들여진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였다. 엘니뇨·라니냐·라마마와 같은 해수의 이상기온 현상,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물리/화학/생물 등 지구의 환경체계도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 이로 인해 우리 인류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면서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 인류세는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킨다. 인류로 인해 빚어진 시대이기 때문에 인류라는 말이 붙은 것이다.

 

 




 




당장 우리에게 닥친 감염병으로도 세상은 휘청였다. 아직 인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여러 질병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바이러스는 그 정복이 요원하다. 그리고 요즘 거의 매일 등장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보도는 사태의 심각성을 예측한 인간들의 엄청난 경고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불감증을 겪는 느낌이다. 어쩌면 인류라는 하나의 종이 이미 지구를 96퍼센트 이상 차지함으로써 공룡이 겪었던 대멸망의 시기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회의론 때문에 포기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 역시 두렵지만 낙천주의자적인 성격을 살려보기로 한다. 인류가 모질게 겪은 참사를 어떻게 이겨냈는가를 떠올리기로 한다.

 


'나는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지 않다고 믿기로 했으며, 끝은 오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다가오는 변화에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 믿기로 했다'는 저자 존 그린의 말이 새삼 와닿는다. 우리에게 추억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통해 작은 실천을 촉구하는 존 그린. 그 실천이 변화를 일으키고 희망을 불러올 수 있음을 깨우쳐주는 책. 인간 중심 행성에 관한 풍부하고 경이로운 탐구서, 존 그린의 감성 가득한 인문에세이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_인류세 리뷰"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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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고블 씬 북 시리즈
송경혁 지음 / 고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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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씬북 시리즈, 송경혁,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송경혁 지음, 고블 펴냄​

 

 


코로나 19가 우한발인가를 두고 설왕설래가 다시 시작된 이 시기에 뱀파이어와 관련한 코미디 SF소설을 읽게 될 줄이야. 타이밍 어쩔~! 이 뱀파이어가 그냥 뱀파이어냐 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루마니아에서 발생한 전염병에 감염된 것들이다. 물린 사람들을 뱀파이어로 변이시키는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는데, 누가 전염자고 누가 안전한 사람인지를 도대체 구별할 수가 없을 정도라 더 급박하다. 충청도인데?



 

 

모든 게 변수야.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잖아.

 

 







영길은 어릴 때부터 심한 입 냄새 때문에 또래한테 놀림을 당했다. 하지만 어쩌랴, 입 냄새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이었는 걸! 어느 날 영길은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갑자기 달려든 트럭에 받혀 길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 때 영길은 마침 근처 농가에서 일하고 있던 상일에게 구출되어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하지만 가족의 사망 소식에 영길은 병원에서 자살소동을 벌이는데... 엄마의 희생으로 자신이 살아났음을 알게 된 미성년자 영길은 유일한 혈육이자 한때 조직폭력 열망파의 보스였던 외삼촌에게 맡겨진다. 그런데 이 외삼촌, 뭔가 이상하다? 

 

 

 

처음과 달리 점점 술에 취한 날이 잦아지는 외삼촌을 뒤로하고, 피를 뽑아 돈을 벌던 영길은 마음을 다잡고 상일과 함께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유럽발 전염병 뉴스가 쏟아지는 참에, 루마니아 출장을 다녀온 상일이 수상한 행보를 보인다. 영길의 지독한 입 냄새가 좋다며 달려들어 그의 흉터에서 피를 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영길은 왜 감염되지 않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앉아 있을 새도 없이, 청년회장이 영길을 피신시키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이내 느려터지기로는 대명사 격인 충청도 지역에서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겁나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는 노인 뱀파이어들이 감염되지 않은 영길 일행을 공격하는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몰라 허둥대는 이때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영길의 외삼촌이 갑자가 나타나 자신들의 입냄새와 관련한 놀라운 사실을 들려주는데... 이거 무서운 이야기 맞아요? ㅋㅋㅋ 전염병 이야기라 마구 웃지도 못하겠네!

 



 

 




 

대체적으로 작가의 말을 읽지 않는 편인데 엉겁결에 거기까지 읽어버렸다. 그리고 이거 블랙코미디 SF소설인데 뭔 이런 가슴 찡한 문구 날려주셨나 싶다. 세상의 모든 이가 나를 버린 것 같아도, 아니 실제로 버렸더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한 명만 있다면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변수를 마주치는가. 그리고 그 변수는 우리의 삶을 얼마나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가.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가. 이 삶의 와중에 우리는 얼마나 흔들리고 무너지고 회복하고 관계를 이어가는가. 가족을 잃고 혼자나 다름없어진 이 앞에 나타나 손 내밀어준 타인의 가치는 그 누구도 함부로 값을 매길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게 변수지만 본질을 찾아내라고 주문하는 SF소설 고블씬북 시리즈 8번째 책. 충청도 출신 작가 송경혁표 사투리가 귀에 들리는 듯한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이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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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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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문학을 통한 인간의 연대를 서술하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아니 에르노로 결정된 지금, 2018년 ㄴㅂㅁㅎㅅ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첫 번째 에세이집 "다정한 서술자"를 만났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하나의 그림을 두고, 사인칭 서술자의 입장에서 자신과 자신의 글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즐기고 있다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시점은 시작부터 나와 사뭇 다름을 깨닫는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니만큼 그녀의 시선을 먼저 인정하고 계속 들어가본다. 세계가 본질적으로 크지 않으며 우리가 충분히 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은 누구일까. 흠... 이런 걸 궁금해할 줄이야. 이래서 나와 감상 수준이 다른 걸까. 그런데 저 문장을 읽고 나니 나도 궁금하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올가 토카르추크는 독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자임이 분명하다.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민음사 펴냄

 

 

 


쥘 베른의 책들 속에서 성장했다고 말하는 올가 토카르추크와 여행에 대해 생각을 나눠본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상 탈출! 진정한 자유! 헉헉대지 않고 숨을 내쉬는 것! 휴식! 이동 수단이 다양해지고 먼 거리도 거뜬히 짧은 시간 내 움직일 수 있는 시대를 사는 내게, 여행은 이러한 의미이다. 그런데 저자는 가깝게는 우리 조부모들이 살던 시절만 해도, '여행은 낯섦을 연습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그렇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숱한 정보를 이미 얻은 채 여행을 떠나지만 선조들의 여행은 하나부터 열까지 대부분 상상이 함께했겠다. 그렇게 보자니, 우리에게 어쩌면 여행은 단순히 떠난다는 행위에 대한 설렘만 있을 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세상이 획일화되고, 대부분의 장소에서 거의 비슷한 것이 자리잡고 있기에, 혹은 세계 곳곳에 놓인 마데인이 만든 기념품 때문에, 세계여행은 매력적인 잠재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아, 한편으로 또 그렇구나 하고 동조한다!

 



나는 우리 삶이 사건들의 총합일 뿐 아니라 

각각의 사건들에 우리가 부여하는 다양한 의미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것이라고 믿는다.

 

 





 

 


여행의 의미가 어떠하든 간에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 사태에 따른 팬데믹 시대로, 세상은 작아지고 여행은 꿈이 되었으며 우리는 단절되었다. 돈이 있어도 이동할 수 없던, 박탈당한 자유는 이제 막 고삐가 풀리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두렵다. 그것만큼이나 두려운 것이 또 있으니, 호모 콘수멘스(소비하는 인간들)의 지적 재화의 소비다. 지금 내가 이 책 "다정한 서술자"의 감상을 적겠다고 자판을 두드려대는 이 순간에도 수백 혹은 수천 건의 기사와 시, 소설, 에세이, 보고서 따위가 창출되고 있다. 이것이 무한성이다.

 


무한성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생산하며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 인간에게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제공하기 위해 취약하고 보잘것없는 검색 엔진 도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우리는 세뇌당하여 우리가 그것들을 지배한다고 착각한다. 스스로 바보인 줄도 모르고 바보로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를 세상과 분리된 유일하고 단일한 존재로 인식한 똑똑한 호모 사피엔스들이 말이다.​ 그런데... 분리되었던 우리는 '다정함'에 의해 다시 서로 연결되고 유대하며, 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는다. 과연 다정함이 무엇이기에?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무한한 연대와 공감의 정서이다. 다정한 서술자 올가는 에세이를 빙자한 리뷰를 통해 이 세상은 살아 움직이고 있고,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더불어 협력하고,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내게 문학이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직조하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상호 간의 영향과 연결이라는 통합적 관점으로 세상을 조망하는 에너지가 문학만큼 강력한 장르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중략) 문학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크'와 유사하다. (중략) 그러므로 문학은 정교하고 특별한 인간의 소통 수단이며 (하략).
작가는 글을 창작해 쓰고 독자는 그것을 해석하며 읽는다. 쓰기와 읽기로 단순화되어 보이는 이 행위에 '다정함'이라는 놀라운 도구가 끼어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작가가 개입해 탄생하던 단순한 스토리텔링은 작가가 개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창조로까지 이어지고, 독자들은 뜻밖의 연대를 이룬다.


소설가이자 강연자요 심리학전공자인 올가 토카르추크는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호기심을 펜데믹 사태를 기점으로 날카로운 현실 진단으로 전환한다. 그녀는 환경 문제와 동물권 수호를 위해 전 지구적 결속을 추구해야 하며, 소외된 대상에게 다정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한다. 올가는 "다정한 서술자"에서, 작가로부터 파생된 존재이지만 어느 순간 작가의 의지를 벗어나 자율적인 목소리를 내는 독립적인 인격체인 서술자가 되기 위해 작가 지망생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 그 방향을 짚어준다. 신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유대의 끈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의 서술에 독자인 나는 다정한 서술자의 창작을 다정한 마음으로 대하려 한다.


올가 토카르추크가 그동안 발표한 에세이와 칼럼, 강연록 중에서 여섯 편의 에세이와 여섯 편의 강연록 등 열두 편을 직접 선정해 엮은 에세이집 "다정한 서술자". 이 글들을 통해 그녀가 엮어내는 문학과 글쓰기의 과정을 만나보자. 동일한 것을 두고 작가와 나는 어떻게 느끼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민음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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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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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무엇이고 벌은 무엇인가,

혐오를 드러낸 세계고전문학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심리소설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옮김, 열린책들 펴냄​​​

 

 

 

 

한 인간의 '죄'와 그에 따른 '벌'을 도서 제목에 직관적으로 드러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로쟈는 왜, 하필 도끼로 왜, 하필 전당포 주인을 살해했을까? 라스꼴리니꼬프는 왜, 전당포 주인을 <이>라고 여겼을까.

 

 

 

 

 

​혐오, 살인, 혁명, 고립, 사랑, 자유

 

 

 

소설 "죄와 벌" 초반, 라스꼴리니꼬프는 마치 ​개인적 영달을 위해서 범죄를 계획했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이것은 작가가 놓은 덫일 뿐 진실은 그와 달랐음이다. 더 많이 용기를 내어 일을 감행하는 사람만이 사람들 눈에는 옳아 보이는 거야. 보다 많은 것을 무시하는 자만이 그들의 입법자가 되고, 더 많은 일을 해치울 수 있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도 옳은 사람이 되는 거야!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눈먼 사람들만이 그것을 모를 뿐이지!

 

 

사회적 모순을 깨뜨리기 위해 라스꼴리니꼬프는 응징의 대상을 정한다. <이>로 표현되는 전당포 노파다. 전당포 주인은 돈을 구하기 위해 그나마 지니고 있던 것을 들고 온 사람들에게서 악착같이 착취하기를 거리끼지 않는다. 남의 고통을 빨아 자신의 살을 채우는 셈이다. 로쟈는 조롱의 빛을 내비치는 노파의 눈동자에 잠시 흔들렸지만 결국 그녀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이 기준을 세운 '선'을 실행한다. 에이, 이봐, 자연을 변화시키고 조정하는 것은 인간이야.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돈까지 다 내주던 로쟈. 가난에서 탈출할 출구를 초인이 됨으로써 찾고자 했던 로쟈. 그러나 로쟈의 선택은 뜻밖의 변수로 어그러진다. 이러한 상황은 가진 게 없는 자가 사회를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한 노릇임을 극명히 보여준다. 로쟈는 기생충 같은 존재인 전당포 주인을 처단하였으나 '초인'이고자 했던 그의 원대한 구상은 <이>에게 역시 고혈을 빨아먹히고 있던 그 여동생을 연이어 도끼로 내리치는 뜻밖의 상황으로 산산조각나고 만다. 진정한 '죄'를 짓고 만 것이다. 바로 그때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그런 공포를 체험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신의 손아귀에서 무사할 수 없음이다.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로쟈의 마음은 지옥이요 꿈에 시달리며 이미 벌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그가 초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받음으로써 벌을 받고 더 나아가 자유를 강탈당함으로써 벌은 그 정점을 찍는다. 정작 로쟈가 불쌍히 여겼던 소냐는 어떠한가. 오히려 자신의 상황을 꿋꿋이 버텨내는 강인함을 보이고,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갇혀 강 건너를 바라봐야 하는 '벌'을 받는 이들에게는 자애로운 모습으로 마치 구원자, 성모 마리아 같은 인생을 구현한다. 누구는 살아야 하고, 누구는 죽어야 한다고 심판할 권리를 누가 내게 주었나요? 그녀는 끝까지 신을 믿고 따르기를 선택했고, 마지막까지 로쟈에 대한 마음을 지킴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다. 그녀의 선택이 오히려 사람들을 구원하고 스스로도 구원받았음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며 내가 궁금했던 몇 가지는 그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짝 훑음으로써 해결되었다. 이를테면 로쟈는 왜, 부엌에서 간단히 챙길 수 있을 법한 칼을 제쳐두고 굳이 도끼를 무기로 선택했을까 같은 의문 말이다. 그러다 또 다시 진정한 논쟁거리일 수 있는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한 사람의 돈을 빼앗아 훗날 전 인류와 공공의 사업을 위해 쓰이도록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라스꼴리니꼬프의 결심은 진정 정당한가?

 

 

초인이 되고자 했던 몽상가 라스꼴리니꼬프는 나폴레옹을 흉내내 공공의 적을 없애고자 하였으며 이를 이루었으나 끝내 감옥에 갇히고 만다. 신을 부정하던 로쟈가 감옥의 문이 닫힌 후 소냐의 복음서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7년을 7일로 생각할 준비를 갖추며 자유를 갈망하는 장면에 대한 감상은 내 마음에만 간직하기로. 이제 새로운 이야기, 한 사람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는 이야기,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는 이야기, 이제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작품이 나온 당시의 사회 배경을 알지 못하면 문학작품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짚어낼 수 없음을 절감하게 해준 세계고전문학. 혐오에서 시작해 사랑과 자유에의 갈망으로 끝을 맺는 도스토옙스키의 심리소설 "죄와 벌"이다.

 

 

 

리딩투데이 함유도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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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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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죄와 벌 상,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심리를 다룬 범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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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아 내 인생을 망쳤다는 적반하장식 범죄자 전주환의 계획범죄에 새삼 이렇게 무서운 곳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한탄이 공포감에 묻어 나온다. 문득 모든 범죄는 결핍과 감정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의 부족은 그 충족을 위해 노력하다가도 고무줄이 생명을 다해 끊어지듯 어느 순간 넋을 잃게 만든다. 감정의 결핍과 과도함은 또 어떤가. 모자라도, 차고 넘쳐도 이 역시 어떤 계기가 되곤 한다. 이를테면 범죄 같은 것 말이다. 라스꼴리니꼬프는 두 개 모두에 휘둘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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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옮김, 열린책들 펴냄

언제부터인가 라스꼴리니꼬프(로쟈)는 긴장과 초조 상태에 있는 우울증 환자처럼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다. '그것'이 그가 '그것'을 계획한 또 하나의 동기였다. 그런 일을 저지르려고 하면서, 이토록 하찮은 일을 두려워하다니!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다만 겁이 나서 사람들은 모든 일을 망치는 것이다. 로쟈는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지 꼽아본다. 새로운 한 걸음, 자신의 새로운 말, 이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어머니인 뿔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아주 감성이 예민했지만 거부감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소심해서 어느 부분까지는 양보를 잘하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많은 것을 양보하여, 자신의 소신에 맞지 않더라도 많은 점에 동의할 수 있는 여인이었다. 그렇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이 지닌 정직함과 원칙, 최소한의 소신을 저버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로쟈의 여동생 아브도찌야 로마노브나(두냐)는 키가 크고 놀랄 정도로 늘씬한 몸에, 동작 하나하나가 강하고 자신감에 넘쳤으며, 부드러움과 우아힘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이 무슨 소용이람, 그들의 주머니는 비어 있었고 이로써 굴욕을 참고 견뎌야 했다. 그리고 가족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두냐의 희생은 로쟈에겐 트리거가 되었다. 모든 일은 자기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거의 뜻밖으로 약간은 우연하게 그렇게 일어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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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어야 할 지경의 가난은, 그런 극빈은 죄악입니다.

사회적 필요악 같은 존재들이 노력없이 편하게 사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던 로쟈에게 선술집에서 만난 퇴역관리 마르멜라도프의 푸념은 불쏘시개가 된다. 두냐가 사기꾼 같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승낙할 수 없는 로쟈는 마침내 계획범죄를 실행한다. 그는 자신의 범죄가 들통나지 않도록 살인에 쓸 흉기를 훔치기로 한다. 이미 소름돋는 계획범죄인 셈이다. 마치 전주환이 경찰 수사 교란 목적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GPS 조작 앱을 설치하고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정신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치밀함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행보다. 장갑과 위생모까지 주문한 전주환처럼 로쟈는 원래 계획과는 약간 빗나갔지만 결국 도끼를 훔치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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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꼴리니꼬프는 도끼로 전당포 여주인을 내려치고 허겁지겁 물건을 훔친다. 그리고 재수없게도 그 장면을 목격한 여주인의 동생에게도 도끼를 휘두른다. 생각으로만 머물렀던 것을 행동에 옮김으로써 로쟈는 마침내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 그는 마치 정신분열을 앓는 사람처럼 몸져 눕는다. 범죄는 항상 병을 수반한다는 주장을 하셨더군요. 그런데 이 사건, 정말 일어난 걸까? 혹시 그의 무의식 속에서만 일어난 시뮬레이션은 아닐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만... 신기루 같은 것은 꺼져 버려라. 괜한 공포도 환영도 썩 꺼져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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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세를 지불하지 못해 집주인을 피해 다니는 일상을 지내던 로쟈는, 두 개의 선택을 마주한다. 가족의 목구멍에 들어갈 음식을 구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몸을 팔아야 하는 소냐의 선택과 가족의 앞날을 위해 사기꾼 같은 남자와의 결혼을 결심한 두냐의 선택이다. 죽느냐 사느냐로 이어질지도 모를 현실을 극복하려는 몸부림과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꾀하는 방편은 닮아 보이지만 다른 종류의 문제겠다.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좌절하던 로쟈. 도스토옙스키의 범죄소설 "죄와 벌"의 상권 초반 '인생은 날아가버려라!'라고 분노하던 로쟈는 후반에 가서는 '내겐 인생이 있다!'고 급선회한다. 힘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음을 절감한 로쟈는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이제 어떻게 행동할까. 상권 후반부부터 급격한 심리전이 펼쳐지는 "죄와 벌". 긴박감을 안은 채 하권으로 달려가본다.

 

 

리딩투데이 함유도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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