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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ㅣ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평점 :
📚 <슬픔의 틈새> #이금이 #협찬
이금이 작가의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마지막 권, <슬픔의 틈새>는 사할린 한인 1세대들의 처절하면서도 꿋꿋했던 삶을 담아낸 작품이에요.
주인공 단옥의 아버지 만석은 일제강점기 때 ‘국가총동원법’이 시행되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사할린 탄광으로 떠납니다. 단옥과 가족들은 만석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이주하지만, 일본 본토로 징용 전환배치가 되면서 또다시 생이별을 겪게 돼요. 남게 된 가족들과 한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지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은 이렇듯 늘 슬픔과 고통의 틈새를 비집고 모습을 드러냈다." (p.313)
"사할린 한인들의 삶을 전할 때, 모진 운명 속에서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고, 슬픔의 틈새에서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찾아내고자 애쓰며 살았다는 것 또한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p.436)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옥의 어머니 덕춘입니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남편과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가족을 지켜낸 모습이 억척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이고 따뜻했어요. 그런 힘은 단옥에게도 이어졌어요.
마음을 나누며 의지했던 치요와 유키에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적과 뿌리, 상황은 달라도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낸 연대의 공동체였어요!
해방 후에도 사할린 한인들은 한국 정부로부터 귀환선을 제공 받지 못하고, 소련 지배 아래 차별과 억압을 견뎌야 했습니다. 단옥은 타마코, 올가 송이라는 세 개의 이름을 가져야 할 정도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만, 그럼에도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희망과 위로를 느낄 수 있어요.
이 책은 사할린 한인 1세대의 고통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하고 책임져야 할 역사임을 절감하게 합니다. 세밀한 감정 표현과 담담한 문체가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에요. 슬픔과 고통의 틈새에서도 기쁨을 피워낸 그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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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