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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하지 않는 지구 - KBS <환경스페셜> 김가람 PD의 기후 위기 르포
김가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필독서 📕
2024년 호주의 폭염과 대형 산불이 있었고, 미국은 한파로 일주일에 8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얼어붙은 미국과 펄펄 끓는 호주가 있었는 가하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3년 12월 초, 서울 낮 기온이 16°C까지 올라 여의도에서 개나리 구경을 했을 정도인데 보름새 영하 14°C까지 내려가는 한파를 겪었지 않은가.
이런 이상 기온은 올 봄에도 마찬가지. 첫눈 내리기가 무섭게 초여름 날씨가 반복되는 통에 온가족이 돌아가며 감기를 앓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폭염과 한파, 가뭄과 해안 도시 침수를 동시에 우려해야 하는 이 순간에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으로 책속의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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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구는 없다'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만든 김가람 PD가 발로 뛴 현장에서 가슴으로 느낀 생생한 환경 문제를 고발하고 우리가 몰랐던, 외면했던 것들을 깊이 숙고하게 만들었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질문을 던지고, '근거있는 가능성'으로 희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읽는 동안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페트병으로 업사이클링을 해서 옷을 만들 수 있다고 했을 때 나는 그것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았다. 내가 입은 플라스틱 재질의 비교적 값이 저렴한 옷들이 세탁을 할 때마다 많은 양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농산물의 비료로 쓰여져 우리 식탁으로 되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헌 옷 수거함에 버려지는 많은 옷들과 소비기한이 한참 남아도 폐기되는 음식들,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소각되고 매립되고 산처럼 쌓여가는 가전 제품과 휴대폰을 보니 가슴이 쓰라렸다.
옷을 꼭 사야한다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신중하게 골라 옷을 사는 주기를 최대한 늘리거나 휴대전화 약정 기한을 1년씩만 늘려도 탄소 배출을 확 낮출 수 있다는 데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부유한 1%의 탄소 배출량은 가장 가난한 50%의 배출량을 모두 합한 것의 2배를 넘어서는 게 현실인 점에서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기에, 자신은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그 거대한 태산을 가리키고자 한다는 저자의 의지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주 한숨을 내쉬고, 멈추어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분명해졌다. 느리지만 우리 사회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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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무선 키보드의 건전지를 교체하기 위해 근처 다이소에 들렀는데, 비오는 날이라 매장 입구에는 우산 비닐을 씌우는 장비가 세워져 있었다. 단 1~2분 사용하기 위해 그 비닐을 써야한다는 게 꺼림칙했다. 쇼핑을 마치고 스타벅스에 들렀는데 입구에 있는 '친환경 우산 빗물 제거기'가 그렇게 위풍당당해
보일 줄은 몰랐다. 반갑기까지 했다. 이 책을 읽은 후, 바뀐 점이라고나 할까.
최대한 물기를 털고 닦았더니 카페에 있는 동안 빗물이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대만족!) 스타벅스가 하는 일을 왜 그들은 하지 않을까를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친환경 우산 빗물 제거기를 모든 공공 장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날도 오겠지, 하는 희망을 품었다.
기후 위기로 화성에 이주할 수 있는 돈이 나에겐 없다. 돈이 있어도 탄소 폭탄을 터트리는 전용기는 사지 않을 것이며, 그런 사람을 동경하지 않을 만큼 가치관이 변하고 있는, 지금의 달라진 내가 좋다. 내가 달라지면 내 가족도 달라질 수 있기에.
물론 평범한 다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위 1%가 외면하면 안되는 게 환경 문제라는 것도 안다. 그런 까닭으로 명색이 기후 회의를 하러 모이신 각국의 지도자들께서는 앞으로는 전용기를 타지 않으시길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지속 가능성을 헤아리기 위해 불편해도 알아야 하는 진실이 이 책속에 가득했다. 저자의 희망대로 이 책의 쓸모가 사라지는 미래가 꼭 오길 바란다. 그때까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과 노력을 해 나갈 생각이다. 그게 티끌처럼 미미할 지라도 조금은, 기꺼이 유난을 떨어보고 싶어졌다.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 제품은 99%가 화석 연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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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