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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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용기가필요해 🐼🎋

이 책은 대나무를 오래오래 꼭꼭 씹어 먹고, 느릿하게 산책하다, 나무 위로 올라가 한참 낮잠을 자고.. 깨어나서 다시 첫 끼니처럼 대나무를 먹으며 남들이 뭐라하든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판다를 닮은 사람이 '어른의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림과 글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잔잔한 에세이였다.

아침마다 지옥철을 뚫고 출근을 해서 회사 과장님으로 보내고, 퇴근 후엔 다음 전시를 준비하며 10년째 화가의 꿈을 지켜가고 있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멋진 분이란 생각을 했지만, 그 과정들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니 더 어엿한 어른의 모습이 느껴졌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작심삼일의 반복과 자잘한 30분이 쌓여 아름다운 일상이 완성된다고 믿는 마음, 그림은 엉덩이 힘으로 그린다는 말처럼 꾸준함과 성실함의 기적, 남들과 다른 취향의 음료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용기들이 어떤 행복을 그려나가게 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세상 무해한 판다들의 그림만 보아도 몽글몽글 편안한 미소가 지어지고, 어깨에 들어간 힘이 툭-! 빠지는 쉼의 순간이기도 했다.

20대, 30대 때 꿈을 위한 삽질을 많이 했었고, 그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삽질한 만큼 내 땅이 된다는 저자의 말이 다정한 위로와 다독임으로 느껴졌다.
여전히 새로운 꿈이 자극하고 있다는 말에 나도 작은 용기를 내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책을 덮은 이 순간, 훌륭한 어른보단 나다운 어른, 완벽한 하루보단 충만한 하루를 살아가고 싶어진다!

(’-’*)📝
꼭 무언가에 열광하지 않아도 된다. 미친 듯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의 평범한 하루에,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하다. p.51

일본의 뇌과학자 가바사와 시온은 뇌과학에 근거하여 최고의 하루를 보내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오전 7시부터 9시가 집중력이 극대화되는 골든타임, 9시부터 12시는 골든타임은 아니지만 뇌가 활동적인 시간이다. 그리고 오후 6시는 뇌를 리셋하는 시간, 오후 7시부터 9시는 두 번째 골든타임, 마지막으로 9시부터 11시까지는 옥시토신 분비가 활발한 릴렉스 타임이라고 한다. (...) 하루의 여러 시즌 중 하나만이라도 나를 기쁘게 했다면, 오늘 하루도 대성공이다. p.181

'굳이'는 해방의 부사다. 체념이 아니라, 이대로 다음으로 넘어가도 괜찮다는 긍정의 단념이다. p.212

치열하게 일하고 퇴근 후엔 밤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오래도록 타는 것, 자기계발을 하는 틈틈이 소설 책을 읽는 것처럼 무용한 낭만을 간직하는 게 어른이 부릴 수 있는 최고로 가치 있는 사치가 아닐까.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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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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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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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 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필립 라킨, <새벽의 노래>🪹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는 필립 라킨 시의 마지막 한 줄이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단편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너무 와닿았기에.

🤎[너무 늦은 시간]
주말마다 만남을 가졌던 카헐과 사빈은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이란 능숙하고 쉽게, 애정을 담아서 요리를 하던 그녀와 그저 저녁을 함께 먹고, 아침에 같이 일어난다고만 생각했던 카헐은 현실의 벽 앞에서 당황하고.

사빈은 그가 일했던 회사의 여자 동료들의 말을 빌어, 그동안 지켜본 카헐이 여성혐오자임을 애둘러 표현하는데. 카헐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 비친 자신의 추한 모습을.

그러나 모든 책임을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서 찾으려는 듯, 내뱉은 욕지거리가 앞으로도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애킬섬 하인리히 뵐 하우스의 레지더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여성 작가가 주인공. 한적한 곳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설렘도 잠시, 독일인 교수라는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의 하루를 흔들어 버린다.

"우리는 글을 쓸 수가 없어서 그런는 건데, 그런데 당신은 작가라면서 하인리히 뵐의 집에서 케이크나 만들고 있군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기 오고 싶어 한다던 독일인 교수의 말을, 그가 그녀의 케이크를 얼마나 게걸스럽게 먹었는지를 생각하며 그녀는 글을 써내려 갔다. 글 속에 등장하는 남자의 유언장과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묘사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앙갚음을 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심장이 벌렁벌렁 했으나, 내가 생각한 그런 죽음이 아니었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귀여운 복수였다!

💜[남극]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던 가정주부의 일탈. 가족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간다고 하고 집을 나선 여자는 낯선 남자를 만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

두 사람이 함께 술잔을 비우고 밖으로 나간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가벼운 산책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집으로 가요."란 남자의 말에 그녀가 따라갈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으리란 걸 예감했다.

"당신이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생각해요." / "내가 콜럼버스가 될게요." 🫣

주인공이 단순하게 생각한 즉석 만남의 결말은 장르가 바뀌었나 착각할 정도로 강렬했고. 긴급하고 절망적인 순간에서 남극의 눈과 얼음, 죽은 탐험가들의 시체, 지옥과 영원을 떠올리다니..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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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라는 부제에 담긴 간결하고 섬세한 세 편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제목만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전개여서 몰입감이 컸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해석의 자유를 독자에게 선물해준다는 점에서 매력만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허를 찌르는 반전 결말은 다시 생각해봐도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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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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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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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고양적이며 삶을 긍정하는 책이다" / 가즈오 이시구로(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

이 책은 스티븐스 가족이 보그너 해변으로 보름간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티븐스 씨 부부, 양재사 밑에서 일하는 곧 스물인 큰 딸 메리, 런던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열일곱인 둘째 아들 딕, 아직 학교를 다니는 열 살 아들 어니가 주인공이다.

휴가를 떠나기 전날 밤의 설렘 가득한 일상으로 이야기의 포문이 열리는데, '이번에도 보그너냐'고, '아직도 해수욕을 즐기냐'는 이웃들의 짓궂은 물음과 방해를 솜씨 좋게 넘기고 보그너를 향한 기차에 몸을 싣는다.

열차에서는 읽을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신봉하는 주의의 스티븐스 씨가 클래펌 환승역 서적 노점에서 가족들을 위한 읽을거리를 사거나 평평해지는 창밖 전원의 세세한 풍경들을 눈에 담는 사소한 일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고. 😌

매년 오는 휴가임에도 바다가 처음으로 보이는 갈림길에서는 늘 헤매고, 해변 오두막을 예약하는 것만으로도 더없는 기뻐하며 지나가는 무리의 관계를 알아 맞히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이들을 보는데 '왜 때문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지.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맛본게 언제적인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스티븐스 씨가 혼자서 한나절 동안 산책을 즐기는 것을 가족 모두가 배려해주는 것, 아이들이 경험하는 모험과 낭만. 낡은 게스트 하우스의 허깃 부인을 향한 의리, 날씨 하나에도 감사하는 마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안락한 잠을 청하는 모습들이 특별할 것 없지만 큰 울림이 있었는데..🌱

다른 모든 이가 귀가 중이거나 곧 귀가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구월의 휴가에서 받는 위안 중 하나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여름내내 휴가를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고, 더 소중했을 터였다.

실상 그저 해수욕을 했고, 대부분 빈둥거렸을 뿐임에도 찬란한 행복을 맛보았다는 마음이 사소하지만 소중하게 느껴졌고..

몽고메리 씨 저택에서의 다과회가 살짝 걸리긴 했어도 이마저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스티븐스 씨를 보며 인간의 선량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도 있었던 소설이기도 했다.

어떠한 극적인 사건도, 반전도, 긴박감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소설이었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평안한 마음으로 안도감을 느끼며 몰입해서 읽었고.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느끼게 할 만큼 섬세하면서도 정교하게 풀어내는 문체에 홀릭했던 것 같다.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

"당신은 사실, 기어를 바꾸려고 더듬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한순간 여행길이라는 윙윙대는 저속 기어와 휴가라는 보드랍고 천천히 변하는 고속 기어 사이 중립의 공백 속에서 달리고 있는 것이다." p.157

"어쩜 시간은 이토록 놀랍게도 쏜살같이 지나갔던지! 그들은 거의 뭘 하질 않았다, 실상. 그저 해수욕을 했고, 빈둥거리고 다녔지. 그런데도 찬란한 휴가였다."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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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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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결핍을 딛고 세계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로 우뚝 서게 된 나타샤는 치명적인 사고로 은퇴를 선언하고. 자신을 가장 높이 올려주고 다시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사람들과 욕망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는데,
과연 프리마 발레리나 나타샤의 마지막 도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

발레리나 나탈리아 레오노바의 치열한 삶을 그린 김주혜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 <밤새들의 도시>를 읽어보았다. <작은 땅의 야수들>로 2024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님의 신간이라 설레었다.

발레리나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은 처음이라 신비로웠는데. 삶과 예술, 욕망의 꿈틀거림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내용 전개, <지젤>이라는 타이틀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극적인 여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몰입감이 컸다.

고전 발레란 이런 것이구나를 경험한 느낌. 😌

디테일하게 묘사된 러시아와 프랑스 도시 풍경, 발레리나들의 동작들, 인물들의 심리 표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고. 최고가 되기 위해 애쓰는 무용수들의 삶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마린스키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 같은 유명 발레단과 <백조의 호수>, <호두까지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등의 작품들이 등장해서 반가웠다.

풍요로움 속에서는 불안이 싹틀 뿐, 창작 본능이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것, 절박함이 예술가들에게는 '평생의 항상성'이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삶이라는 예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기에.

풍요롭고 우아한 문체, 비유와 은유로 가득했던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전작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이틀 전에 구입했는데, 얼른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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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빛 하늘이 점점 보랏빛과 로즈골드빛으로 물들어 간다. 황혼은 일출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낀 곳은 여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밖에 없다. p.19

🔖아무리 멀리 날아가는 새도 결국엔 고향으로 돌아온다. 최대 수년간 땅에 발 한번 딛지 않고 공중에서 잠자며,
같은 종을 한 번도 보지 않으면서 홀로 바다 위를 나는 알바트로스 새도 결국은 영겁의 서식지,
이들 모두가 태어난 바로 그곳으로 돌아온다.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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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윤경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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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를 축하하는 연회가 성대하게 열린 날, 그날의 주인공인 사장 도지로가 행방불명이 되고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그의 실종 앞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욕망과 음모. 과연 탐정들이 통찰한 사실은 무엇일까?

'이 사건은 두 가지 '왜'가 풀리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우선, 왜 범인은 도지로 씨의 시체가 필요했는가?
그리고 왜 현장이 밀실이었는가?' p.84 [위장의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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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찔린 엄마의 시신을 마주하게 되는 딸. 아빠와 언니, 이모는 자신에게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아빠의 벗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을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그때 아빠와 언니가 보인 행동은 정말 이상했거든요." p.198 [의뢰인의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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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과 기세, 모두를 얻은 대학 교수 다이조는 둘째 딸의 혼전임신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아이의 아버지를 밝히기 위해 '탐정 클럽'의 의뢰인이 되었는데, 첫째 딸이 죽는 사건이 또 발생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충격적인 내막은!

간자키는 죽여야 했고, 나오코도 죽어 마땅했다. p.339 [장미와 나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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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부, 히가시노 게이고의 저서 104권 중에서 14번째로 출간된 단편 추리소설이다.
<탐정 클럽>이 독자들의 복간 요청에 의해 새로운 이름과 표지로 재출간된 것.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치밀한 트릭과 반전이 흥미로운 요소였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 특히 <장미와 나이프>는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복간된 작품이라고 해서 더 유의미하게 느껴졌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위장의 밤>과 <장미와 나이프>였고.
<의뢰인의 딸>은 결말이 살짝 아쉽기도 했다.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간 순삭 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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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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