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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청첩장이 끊이지 않고 날아드는 30. 30대가 되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대화 자리에서 결혼 이야기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누구는 신혼집을 어디에 구했는지’,

전세를 얼마에 얻었는지’,

말도 안 되게 신혼부터 집을 매매로 얻었는지’,

배우자 집에선 얼마를 보태줬는지등등.

    

 

이런 대화 자리에서는 보통 돈을 가진 사람일수록 전세금을 커밍아웃한다.

    

 

“0억에 계약했어.”

 

    

나는 가진 게 쥐뿔도 없었지만 자신 있게 실존을 드러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반지하 전세 4500만 원.

그것도 4500만 원의 70%는 대출받아 구했어.”

    

 

우리 부부처럼 양가 도움을 받지 않고,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다 채워서 5000만 원도 안 되는 전셋집에서 신혼 생활을 하는 부부는 생각보다 드물었다. 대출 꽉 채워 받은 4500만 원 전세도 감지덕지했다. 서른을 넘기지 않고 가까스로 직업을 얻었다. 그로부터 1년 뒤 결혼했다. 그해 직장을 갖지 못했다면 결혼을 하기는 할 수 있었을까? 대출은 받을 수 있었을까?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 세대에 세 가지를 해냈으니 일단 다행이다. 기본을 이뤘으면 만족할 법도 한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세 가지에 더해 인간관계와 집을 포기한다는 오포 세대를 적용해봤을 때, 나는 과연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고민이 됐다. 없는 살림, 없는 돈에 전세를 찾아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면서 현실의 높은 벽을 마주했을 때 나도 언젠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오포 세대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

포기라는 말은 다시 말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필요하지만 내려놔야 한다는 뜻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아파트가 올라가고 촘촘하고 빼곡하게 주택이 들어선 요즘 시대에 집을 사지 못했다면 그것은 포기다. 가져야 하는 것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직면한 불안함을 뒤로하고 우리 부부는 그렇게 신혼을 출발했다.

 

 

 

2화에서 계속됩니다.

 

* 위 내용은 <나의 주거 투쟁>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나의 주거 투쟁>

김동하 지음 / 궁리 펴냄 / 2018년 6월 18일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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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궁리 2018-06-12 09:53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주거 이야기를 한 개인사적 고백으로 풀어쓴 책입니다. 6월 18일경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곧 소식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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