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 여행이란 닮은 것은 꼭 이십대에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샙대에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골조가 약한 상태에서 집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그 이후를 보내게 될 것이며 살면서 안개를 맞딱뜨리는 일이 잦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이십대에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는다면 삼십대에는 자주 허물어질 것이다.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中에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작가 책을 읽다보면 남자인데도 무척이나 감수성이 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에세이를 잘 쓰는 것 같은데 이번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런 느낌이 강하다. 아마 시인이라는 또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성이지 싶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과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어울려 있는 이번 산문집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한참 읽다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저자가 강연을 끝내고 사인을 해 주고 있는데 한 여대생이 대뜸 술을 사달라고 한다. 어떨결에 '네'라고 대답을 한 저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사인을 받고 있던 한 남학생에게 저녁을 먹자고 한다. 그렇게 세 사람은 동행을 해 술을 마시게 된다. 그런데 낯선 사람 셋이 모였지만 너무 싸늘한 분위기에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남녀 대학생은 약 6개월간 교제를 하고 헤어진 이후에 이렇게 작가와 술을 마시게 된 것이라 한다. 타인들은 이런 경우를 '인연'이라고 부르지만 당사자인 두 사람에겐 '악연'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막 이별한 연인들 한자리에 두고 술을 마시게 된 저자의 가시방석같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었을까? 알고 미리 만든 것은 아니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이런 기막힌 인연은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여행이라고 해서 꼭 짐을 싸들고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며칠씩 외국이나 집이 아닌 곳, 먼 곳이 여행지는 아니다. 새로운 곳으로의 시간도 짧지만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단양이 어디예요?'라고 묻던 베트남 출신의 근로자와의 만남은 뭔가를 남기게 된다. 한국어 선생이라고 해봤자 두 번 정도 한글학교에 간 일이 전부였지만 형동생하는 사이가 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 청년은 꿈을 가지고 가정을 이루어 살아가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런 만남이 저자에겐 새로운 곳에서의 여행과 같은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일, 이런 일들이 다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