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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입
마스다 미리 지음, 이연희 옮김 / 라미엔느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음식의 맛을 구분하고 미각이 발달해 식(食)의 즐거움에 빠진 것도 아니기에 음식은 식사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것이면 된다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지도 않고, 무엇이 맛있다는 말을 들어도 일부러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몸을 건강하게 하고 에너지를 내는데 필요한 양만큼만 먹으려고 하기에 먹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 책 <최초의 한입>을 읽으며 그 동안 먹었던 것들 중에 여러가지가 생각이 났다. 특히 어렸을 때 먹었던 불량 군것질거리나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사춘기시절 친구들과 적은 돈이지만 십시일반해서 먹었던 간식거리들이 생각났다. 이 책은 그런 추억과 밤에 야식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작가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지 않다.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에 계속해서 작가의 책이 번역되어 나오고 있고, 만화에 소설, 에세이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쓴 작가라는 것이 최근의 느낌이다. 작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책을 통해서 작가의 감수성과 재치가 넘치는 것 같았다. <최초의 한입>에서는 어릴 적 먹었던 달콤하고 맛있었던 군것질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맛을 찾아다니는 사람처럼 맛에 탐닉하고 기억을 떠올리려 하는 것 같았다. 누구나 어렸을 때 (엄마는 먹지 말라고 하지만) 먹었던 학교 앞 불량식품 군것질거리를 하나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먹으면 사탕 색으로 혀와 이가 온통 물들었던 사탕이나 어디서 만들었는지도 모를 달콤하고 치약 모양의 튜브에 들었던 액상 초콜릿,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트보다 저렴했던 문방구의 아이스크림도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는 그런 것들이 너무 맛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 그런 군것질거리를 먹어보라면 망설여지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먹어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 기억나는 음식들도 있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맛을 알 수 있는 음식이나 어렸을 땐 못 먹었던 음식을 입맛이 변해 먹을 수 있게 되었던 음식 등이 바로 그런 추억들이다. 그리고 처음 가보는 곳으로의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기억에 남는다.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과 그곳만의 음식 맛으로 여행을 더욱 즐겁게 했던 음식들은 그 맛이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억속엔 남아 있게 된다. 그 뒤에도 자주 먹게 되는 음식도 있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음식도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듯 음식도 음식이 가진 이야기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