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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소요 - 산책하듯 보낸 제주 1년의 기록
비하인드 지음 / 미래시간 / 2016년 8월
평점 :
이런 걸 '제주병'이라고 할까? <제주, 소요>의 저자는 '이런 것들'을 일컫어 '00병'이라고 했다. 미국이 가고 싶으면 미국병, 태국이 가고 싶으면 태국병, 파리에 가고 싶으면 파리병 등이라고 부른다. 요즘 제주병에 걸린 1인이다. 제주에 너무 가고 싶고 지리적으로도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왜 그런지 바다를 건너 가기만 하면 되는데 좀처럼 제주도에 갈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의지에 동반된 문제이겠지만 제주병을 꼭 낫게하고 싶다. <제주, 소요>는 제주도에서 새로운 삶을 살았던 저자의 매일 일상의 일기같은 이야기다. 그날에 무슨 일을 했는지 사진과 짧은 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아주 평범한 일상이다. 오늘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었으며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단하게 적은 것이다.
그런데 남의 일상이라서, 또는 너무나 동경하는 장소에서의 매일이기에 부러운 일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저자는 실제 생활은 낭만적이지도, 멋지지도 않은 그냥 일상이라고 한다. 도시에서 매일 누리고 살았던 것들이 섬에 들어오면 단절되고 도시처럼 흘러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돈까스가 너무 먹고 싶어 찾아갔던 식당은 임시휴업을 하고 24시간 커피숍도 없고 휴일에도 문 열지 않는 식당이 많은 섬에서의 생활은 도시인들에겐 적응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는 섬에서의 생활은 역시나 느림과 이해, 여유가 있는 공간이지 싶다.
제주이주민이라는 말이 있는데 제주민이 아닌 뭍에서 이주해 와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제주도의 땅값도 올라가고 사람들의 인심도 변해간다. 그렇지만 여전히 제주도는 가장 아름다운 섬 중에 하나이고 언젠간 꼭 제주도민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제주, 소요>는 제주도에서 보낸 1년 속에 부모님과 함께 보낸 시간인 것 같아 좋아 보인다. 집 앞 텃밭에 작물을 심고 가꾸고 시간이 지나면서 싹이나고 열매를 맺어 맛있는 반찬이 되는 과정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데 그 속에 가족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