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인연(因緣)'이라는 말을 믿지만 '정말 인연이구나'라는 감탄을 할 만한 인연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을만한 인연을 만나보고 싶지만 어떤 사람이 인연일지 알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연이 지난 후에 '그것이 인연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노련하고 원숙한 작가에게서 듣는 인연의 이야기가 어쩌면 나의 인연을 찾는데 도움이 될지 몰라 내심 기대하며 책장을 넘긴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는데 작가는 나의 마음을 꿰뚫어보았는지 인연에 관한 따끔한 충고 한마디를 한다.

 

'생에 크고 작은 인연이란 따로 없다.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작게 느끼는가에 모든 인연은 그 무게와 질감, 부피와 색채가 변할 것이다. 운명이 그러하듯 인연또한 우리들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p. 52)

 

인연이 운명같이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글귀에서 아차! 싶었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운명같은 '인연'이라는 허상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인연이라는 것을 수동적으로, 소극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당연히 내게 찾아와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인연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인연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오지 않으면 '인연이란 없다'며 자포자기하며 인연에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의 인연을 잠시 엿보면 최초의 인연인 부모님, 특히 어머니와 누나의 이야기는 여러 권(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천국에서 온 편지 등)의 에세이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인연이다.

나이많은 어머니를 대신한 큰 누나가 집안의 버팀목이었고 기둥이었고, 병으로 누나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그 슬픔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가족이외의 인연은 책을 영화로 만들며 만난 지인들이었다. 영화배우와 감독, 뮤지션 등과의 솔직한 인연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의 아버지이고 아버지 같았던 '황순원' 작가님과의 인연은 국어책에서 보던 그 '소나기'의 '황순원' 작가님이라는 것만으로도 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아내와의 인연의 결실인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준 것도 '황순원'작가님이었다. 황순원 작가님이 돌아가시고 큰 인연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연이라는 것이 꼭 내 인생을 로또가 되어 180도 바꿔줄 것이라는 허황된 꿈을 기다리는 것보다 내게 찾아온 작은 인연도 소홀히 하지 않고 큰 인연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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