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의 큰 꿈을 위하여
김정태 지음 / 좋은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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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꼭 메모해 둬야겠다 싶어서 적어뒀어요. 생각만 했다면 잊어버렸을 텐데. -김 반장


어떤 가공 업체의 김 반장 님이란 분이 평소에 간단히 메모하는 습관으로 부품 사이에 부직포 한 장을 넣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비싼 설비를 새로 사지 않아도 됐고 불량률은 80%가 감소했다. 


나는 영단어도 아니고, 간단한 우리말 단어 정도야 내 머리로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냉장고 앞에 서면 내가 뭐 가지러 왔는지도 까먹는 사람이. 그래서 메모의 중요성을 말하는 김 반장 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메모는 기억의 창고가 아니라 생각의 도구다. 메모를 해야 생각이 정리되고, 패턴이 보이고, 해결책이 떠오른다. 그 축적된 메모로 김 반장 님이 엄청난 손실을 막았다. 메모의 기적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은 기업의 큰 꿈을 위하여>, 작지만 강한 기업을 일구어 가는 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다. 현장에서 만난 CEO들의 눈빛에서 보았던 간절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현장에서 얻은 실전 경험과 해결책을 담았다. 


직원 채용부터 자금 관리, 기술 개발, 영업까지 모든 것을 혼자 고민하고 결정했던 시간들, 그 후 대학교수와 기술닥터가 되어 만난 수많은 중소기업 CEO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자는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가 실패했던 경험,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와 상담 경험이 담겨있는 이 책은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느끼는 사장님들. 오늘은 자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까? 거래처가 단가 인하를 요구한다. 숙련공이 또 이직한다. 불량이 발생했다. 정부 지원 사업도 있다는데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이렇게 실질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모든 사장님들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을 이끄는 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리더십이 나온다.


리더십은 지위가 아닌 신뢰다. 기술과 경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을 이해하고 사람을 아끼며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가 진정한 리더의 조건이다. 실천 체크리스트를 보면, 매일 현장을 순회하고 있는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가? 직원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가? 감정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가? 와 같은 것이 나온다. 이것을 보완해서 우리 회사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체크만 해도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다. 


피드백은 즉시, 무엇을 잘하고 잘못했는지를 알려주고 개선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월급만큼 인정과 칭찬도 중요하다. 책임 전가나,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 실수에 대한 질책, 차별과 편애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부정적인 문화는 빠르게 퍼지고 오래 남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안부 묻기와 실수해도 격려하기, 어려운 일 함께 하기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의사결정은 어떻게 할까? 부천의 한 금속 가공 업체는 고가의 설비 도입을 검토할 때 3개월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직원들과 충분히 논의한 후 결정했다. 이 신중한 결정은 회사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직원들의 생계는 CEO에게 달려 있지만, 그 CEO가 운영하는 회사의 성장은 직원들에게 달려 있다. 직원들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다. 그래서 매년 직원 당 50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거나, 매월 공장 주변 청소의 날을 정해 직원들과 함께 청소를 시작한 결과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업체도 있다. 결정 사항을 문서화하고 있는가? 의사결정 전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는가? 실전 체크 리스트를 만들고 모든 직원들과 공유해 보자. 


어떤 회사의 사장실 벽에는 2026년까지 자동차 부품 1차 협력사 달성이라는 목표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말도 안 된다며 웃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2차 협력사가 되었고, 이제 1차 협력사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가 있으면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달릴 수 있다. 목표는 글로벌 기업이 되자거나 매출 천억 달성과 같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숫자와 기한이 있고,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5S는 일본어의 정리(整理, Seiri), 정돈(整頓, Seiton), 청소(清掃, Seiso), 청결(清潔, Seiketsu), 습관화(躾, Shitsuke)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계속 정리할 물건이 생긴다. 그래서 습관화 내지는 지속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며칠만 청소를 안 해도 더러워지는 것을 보면 지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빨간 스티커 정리법도 효과적일 것 같다. 어떤 업체에서 한 달간 안 쓴 물건에 빨간 스티커를 붙였다. 한 달 후 스티커가 붙은 채로 있는 건 과감히 정리했다. 나중에 꼭 필요한 항목은 빨간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따로 관리했다. 정리를 해서 버리니 공간이 넓어져 작업 효율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런 청소와 정리는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안 된다. 이사 갈 때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아무리 포장이사를 하더라도 정리하는데 몇 날 며칠이 걸린다. 가정이라면 매일 조금씩, 또는 오늘은 욕실, 내일은 베란다와 같이 구역을 나누어 한다. 회사라면 단계를 나누고 단계별로 정리한다. 섹션별 담당자를 배치해서 청소와 관리를 맡기고 매일 체크 리스트를 체크해서 다 함께 공유해도 좋다. 이때 직원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된다. 형식적인 점검이나 청소가 되는 것을 조심하고 늘 지속해야 함을 명심하자. 


나는 재고 관리를 냉동실로 생각해 봤다. 재고 관리란 냉동실에 뭐가 들었는지 파악해서 음식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넣어두는 것이다. 나는 재고 관리가 안 돼서 아예 작은 냉장고를 사서 한눈에 다 보이게 했다. 공장의 창고를 냉동실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이해가 됐다. 나는 냉동실 하나도 관리가 잘 안돼서 음식이 너무 없거나 많거나 하는데 회사 재고 관리는 얼마나 어려울까?


집 냉동실에 있던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은 버려도 내가 망할 만큼 큰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어떤 공장의 경우 3년 전에 구매한 자재가 녹슬어 있어서 조사해 봤더니, 그동안 쌓아 둔 재고가 5천만 원어치나 됐다고 한다. 냉동실에 있는지도 모르고 몇 달이 지난 불고기를 버린다고만 생각해도 이렇게 마음이 쓰린데, 자재를 전부 고철로 처분하자니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재고 관리는 눈대중으로 하면 100% 실패한다. 효율적으로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자재 입출고 시스템의 스텝별 관리와 실제 활용 양식, 불량품 관리와 물류 최적화 방안 등을 배운다. 집 냉장고에는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아도 재고가 없거나 적은 날은 시켜 먹으면 되니까 잘 굴러간다. 눈대중 관리는 집 냉장고만 가능하다.


공구 관리의 색다른 팁은 그림자 보드였다. 만약 공구를 찾는 데 10분이 걸린다고 치자. 하루에 5번만 찾아도 50분을 낭비하는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림자 보드(Shadow Board)의 사용을 권한다. 그림자 보드란 벽에 판을 걸고 각 공구의 모양을 따라 그림자를 그려 넣는 것이다. 공구를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그림자 자리에 맞춰서 걸어 둔다. 예방이 치료보다 경제적이다. 기계도 사람도 고장 난 후 수리하면 이미 늦거나 수리비가 많이 든다. 


성공하는 소기업 사장님들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았다. 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부 지원 제도는 정책 자금 지원, 기술 개발 지원, 맞춤형 컨설팅 지원, 판로 개척 지원 등이 있고, 같은 업종 소기업들과 교류한다거나 대학이나 연구소와 협력 같은 협력 네트워크도 있다. 작은 공장도 세상과 연결되면 큰 기업이 된다. 


매출을 늘리려면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준다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감으로 하는 영업이 아닌 체계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체적인 온라인 마케팅, SNS 활용 전략, 콘텐츠 제작 노하우, 사진 촬영 포인트와 글쓰기 요령, 저예산 마케팅 전략까지 알려준다. 온라인 마케팅은 마라톤이다.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한 거래처가 아닌 평생 고객으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불만을 잘 해결해 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자세, 그리고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동반자가 되어 거래처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나는 브랜드가 상표나 광고라고 생각했는데 브랜드는 광고가 아니었다. 매일의 작은 실천이 모여 브랜드가 된다는 것이다. 어떤 회사 사장님은 처음에 우리 회사가 뭐가 강점인지를 몰라서 거래처에게 직접 우리 회사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물어서 강점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강점을 더욱 강화해 갔다. 아지만 이런 브랜드도 한번 신뢰를 잃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변화는 가장 불편한 것 하나부터 시작하면 된다.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1년 후에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될 것이다. 인맥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 같았는데 바로 매일 만나는 직원들과 거래처 담당자들 그리고 이웃 공장 사장님들 이런 모든 분들이 가장 소중한 인맥이다. 


드라마 <허식당>에서 은실이가 허식당 분위기를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하자 허균이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투덜거렸던 장면이 생각난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시화공단의 한 프레스 업체는 15년 동안 단 한 명의 이직자도 없었다. 급여는 조금 적지만, 사장님이 매일 아침 직원들과 인사하고, 생일도 챙기고, 고민도 들어주고,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 써주셔서 가족같이 됐다는 것이다. 


협력은 Give and give다. 서로 주고자 하는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신뢰와 인정을 받는다면 책임감은 물론이고 더 큰 성과까지 따라오지 않을까? 그리고 기업을 떠나 우리 가족부터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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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의 투자의 눈 투자의 길 - 불황을 돌파하라, 돈의 흐름을 읽어라
김한진 지음 / 김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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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다. 나를 다스리면서 매크로 지표와 시장을 읽어 나가야 한다.

매크로 지표란 국내총생산, 물가지수, 금리, 환율, 실업률처럼 전체 경제의 전반적인 상태와 성과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통계지표다. 이 책은 크게 중단기 경제 흐름, 투자 유망 산업, 투자의 지혜와 원칙의 세 부분으로 되어있다. 중단기 경제 흐름에서는 세계 경제의 사이클과 앞으로 예상되는 경기의 특징을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투자 유망산업 부분에서 산업별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다.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중심축은 4차 산업혁명이다.

먼저 성장산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다음 성장산업 안에서 경쟁력이 있으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주가에 덜 반영된 기업을 고르라고 알려준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라는 관점에서 향후 유망 산업을 조망한다. 이때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건초더미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바늘을 찾지 말고 바늘이 숨어 있는 건초더미를 사라는 말이다.

인덱스 펀드 회사 뱅가드의 창립자인 존 보글이 말한 '건초 더미 투자 방법'인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 매매다. 아는 것이 없는 현실을 극복하는 꾸러미 투자 방법이다. 어떤 꾸러미 투자든 그 건초 더미에 귀한 바늘이 있다면 시간 가치는 결국 투자자의 편이다. 4차 산업과 AI 산업이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는 판단이 틀리지 않는 한, 관련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는 좋은 결실을 거둘 것이다.

분업 질서 변화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핵심 소재 산업이나 부품, 장비 산업의 몸값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국방, 재생에너지, 원자력, 전력 기기와 미국 공공 조달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트럼프 정부도 인프라 개선 투자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국방과 우주 관련 산업, 기후 변화 수혜 산업, 자원 관련, 고령화 관련 사업 등 유망 산업을 소개한다.

트럼프 1기, 2기 정책이라고 하지 왜 트럼프 2.0 정책이라고 하는지 찾아보니, 소프트웨어 버전 표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떤 것의 발전 단계를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2.0에서는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 탈 동조화)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나는 왜 경제에서 커플링이 나오나 했는데, 디(de-)는 분리라는 뜻이 있으니까 커플링 빼버리고 더 이상 안 만나겠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듣고 막가파를 생각했다. '막가는 인생'이라는 막가파는 무모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나 집단을 말한다.

내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우리나라가 국방력 세계 5위의 군사 강국이라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다음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가장 작은 나라인데,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이 그간 쌓아놓은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니 뿌듯하다. 방위 산업이 세계 무대로 시장을 넓히면서 마진율이 평균 2배로 높아졌다고 한다.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에 이어 K-방산이다. 앞으로 고부가 방위 제품이 출시되면 K-방산의 위용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주식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다. 이 말을 들으니 미래가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식은 단기 부침이 큰 위험 자산이지만 장기로 보면 다른 자산 군에 비해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한 나라의 주가지수는 결국 기업 실적과 실질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추세와 일치한다. 주식 수익률은 보유 기간이 길수록 그 어떤 자산보다 높은 성과를 보인다.

저자는 증시를 사계절에 비유한다. 이 비유는 주식뿐 아니라 다른 자산 전략에도 도움을 준다. 봄에서 초여름까지의 경기 회복 기에는 원유나 구리 등 경기 민감 원자재와 낮은 등급의 회사채, 신흥국 주식 및 통화를 공략해 보는 것이 좋다. 반대로 경기 둔화가 시작되는 가을부터 경기 침체기인 초겨울까지는 안전한 달러, 금, 은, 우량 리츠, 배당주 등이 유리하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자산 가격은 집단 지성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유용한 정보를 함축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주가가 '나쁜 경제 지표'에는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고, '미미하지만 약간의 경제 지표 호전'에도 즉각적으로 반색을 하면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반대로 경기가 아직 좋은데도 주가가 '좋은 경제 지표'에는 시큰둥하고 '약간의 나쁜 경제 지표'에 과민반응을 보인다면 이는 곧 가을과 겨울인 경기 침체와 주가 약세장이 코앞에 와 있다는 신호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면 경기가 아직 살아 있는 여름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무리 둘러봐도 경제에 좋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장기 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달러도 강세에서 약세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면 이는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다.

저자는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각 기업의 가치 변화에 집중하라고 한다. 지금 어떤 산업이 성장하며,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지, 어떤 기업이 앞으로 돈을 많이 벌 것인지를 예측해 보라는 것이다. 이것이 막연한 시장 분석보다 유용하다. 경제나 금융 환경의 변화보다 성장 산업과 쇠퇴 산업, 그 안에 있는 기업 가치의 변화에 집중하라. 기업의 가치를 공부한 투자자는 주가 하락을 반기고, 가치에 대해 소신이 없는 투자자는 주가가 오를수록 추격매수를 한다.

투자의 최종 성과는 투자자가 가치를 중시하느냐, 가격에만 집착하느냐에 달려있다. 현명한 투자자는 습득한 정보의 진위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다른 것과 비교하거나 검증해 본다. 하지만 깐깐하게 따져 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투자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아무 정보나 덥석 물어 활용한다고 다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투자를 하려면 정보를 가공하고 소화하는 훈련을 평생 쌓아가야 한다.

투자자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비상구가 붐비기 전에 파티장에서 탈출하려면 되도록 비상구 근처에 자리를 잡고 파티를 즐겨야 한다. 현금성 자산과 국채, 금과 같은 적절한 안전 자산 비율을 유지하고 너무 비싸지 않은 주식 즉 PER(Price to Earnings Ratio, 주가 수익비율)가 너무 높지 않은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전체 주식 가운데 적어도 30% 이상은 미국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근 세계가 미국 중심의 운영 체계로 되어 가고 있고, AI, 컴퓨팅, 반도체, 로봇, 자율주행, 제약, 바이오 등 미국의 지배력과 경쟁우위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제조업 부흥이 결합되면 미국 경제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미국 상장 기업 중에는 세계 시장에서 안정된 점유율을 유지하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 많은데 매출과 이윤의 변동 폭이 작고 배당 수익률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주식은 주주 환원율이 높아 다른 나라 주식보다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입수한 정보는 반만 믿는다는 원칙을 세운다. 나머지 반은 자신의 품과 지식과 직관으로 채우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 정보가 나만의 것이 된다. 이때 내가 아는 정보는 다수가 이미 알고 있음을 인정하고, 시장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게 없다고 전제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경제와 산업에 관한 이해와 직관력을 키워 놓아야 한다. 기업 관련 정보는 전체 거시 환경이나 산업 사이클을 함께 고려해 활용한다.

공부한다고 투자에 성공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부도 안 하고 성공할 리는 없다. 시장의 추세와 현재의 시장 위치를 파악하고 지금 대중이 어디로 가는지 되도록 그 반대나 조금 다른 길을 찾는다. 투자는 객관적 결론(과학)과 주관적 결론(감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타협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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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여사들의 엑셀 혁명 with 챗GPT - 암기 NO! 복잡 NO! 압도적 실용성 YES! 실무 엑셀 기본기+챗GPT 활용법
공여사들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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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는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이라는 영어 속담이 노 페인 예스 게인(No pain yes gain)이라고 살짝 바꾸어 실려 있다. 영어를 직역하면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뜻인데, 한국어 속담으로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No pain, 고생하지 않아도 이젠 AI가 도와주면 Yes gain,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다 해 주더라도 사람이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챗 GPT의 영역이 있다. 그래서 엑셀l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부터 배운다. 은 ㅇ이 밑으로 쭈욱 내려가는 숫자 방향이다. 나는 행의 ㅇ받침을 원문자라고 생각했다. ① ② ③...을 행(Row)이라고 한다. 오른쪽 방향으로 옆으로 늘어서 있는 A, B, C.. 를 (Column)이라고 한다. A, B, C 기둥이 옆으로 쭉 늘어선 모양을 생각했다.

네모칸은 (cell)이라고 한다. 엑셀(Excel)이라는 말은 뛰어나다는 뜻이지만, 뒤의 셀이 엑셀 워크시트의 가장 기본단위인 셀이기도 하다. 이 하나의 셀은 열과 행으로 고유한 주소를 갖는다. 이름 상자에 보면 A 열의 1번째 행에 있는 셀 이름은 A1이다. 이 셀을 병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입력 방식, 참조, 값의 표시 형식, 절대 참조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아주 기초적인 숫자, 텍스트, 날짜와 시간을 다루는 함수를 익힌다. 예제 파일을 다운 받아 천천히 엑셀의 기본기를 따라해 보자. SUM 함수 같은 기본을 익힌다. 고급 함수나 기능은 남들도 모르기 때문에 실무에서 쓸 수 없으니 최소한으로 배운다.

그다음 직장인들이 쓰는 주요 함수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집계하는 법과 엑셀 치트키인 피벗 테이블에 대해 공부한다. 데이터 정리의 핵심인 IF 함수, 여러 테이블을 하나로 합치는 VLOOKUP, 원하는 값만 세는 COUNTIF, 원하는 값만 더하는 SUMIF를 알아 두면 일일이 챗 GPT에게 묻지 않아도 돼서 훨씬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COUNTA 함수는 텍스트가 포함된 데이터도 세어 주기 때문에 COUNT함수보다 활용성이 더 높다.

피벗 테이블(Pivot Table)은 사용자가 데이터를 회전((Pivot)시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양한 관점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요약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SUMIF나 COUNTIF를 쓰지 않고. 이 피벗 테이블로 보고서를 만들면 더블클릭 한 번으로 세부 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센스 있다는 칭찬을 들을 것이다. 내게 판매 데이터가 있다고 치자. 이 피벗 테이블을 사용하면, 월 별 총 판매액은?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특정 기간 판매 추이? 지역별 판매 현황과 같이 유용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이제 PART 2, AI부분으로 가 보자. 책에는 PART 1 최소한으로 배우는 엑셀 상식 마지노선인 인간의 영역 핵심 내용 총정리가 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보기를 참조해서 공부하면 된다. 내가 처음 챗 GPT를 접했을 때 프롬프트 라는 단어가 생소했는데 알고보니, 네이버에 검색할 때는 검색어라고 하고 카톡은 메시지 입력이라고 하고, AI에게 질문할 때는 프롬프트 입력이라고 하는 것일 뿐이다.

요새는 다들 챗 GPT와 함께 엑셀을 쓴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엑셀을 쓰지? 챗GPT가 엑셀도 해 준다고? 정말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이 책 한 권으로 모두 해결되었다. 일단 사람이 알아야 할 엑셀 기초를 배웠으니 챗GPT를 활용한 엑셀 사용법을 알아본다. 엑셀과 AI를 결합하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제목인 <엑셀 혁명>이다.

챗GPT와 엑셀을 함께 활용하여 데이터 분석, 자동화, 보고서 작성 등 엑셀 초보자뿐만 아니라 숙련된 사용자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업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켜 줄 것이다.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개발 고수들보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챗GPT를 활용해 실무 중심의 솔루션을 얻을 수도 있다. 실무를 잘한다는 건 상사가 내 결과물에 추가 질문 없이 한 번에 통과시키는 것을 말한다.

나는 문과생도 날로 먹는 매크로 짜기가 어렵지만 신기했다. 매크로(Macro)는 간단히 말하면 사용자가 자주 쓰는 작업을 기록해 두었다가 자동으로 재생하는 기능이다. 일련의 마우스 클릭, 키보드 입력과 같은 동작들을 순서대로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VBA(Visual Basic for Applications)란 엑셀에 내장된 프로그래밍 언어다. 이런 매크로를 개발하는 데 사용한다. 그래서 이제껏 엑셀 매크로/VBA는 엑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고생해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챗 GPT한테 요청만 하면 알아서 뚝딱 상황에 맞는 VBA 코드를 내준다. 다양한 업무 상황별 문제들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챗 GPT가 없을 때는 배울 엄두도 못 냈던 복잡한 소스 짜기, 매크로 짜기, 데이터 분석하기 등 초보도 복잡한 엑셀 수식을 얻어 낼 수 있다. 우리는 이 어려운 엑셀 서식을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면 끝!

현재 내가 업무에서 필요한 상황을 그대로 입력하면 챗 GPT가 알아서 체계적으로 설명을 해주고, 나는 그대로 엑셀에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수식에 대해 구간 별로 나눠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는 식으로 챗 GPT한테 모르는 것을 자세하게 얘기해 주면 된다. 게다가 화면을 캡처해서 질문해도 되고, 엑셀 시트나 구간을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해도 된다. 사진까지 검색해 주다니 놀라웠다.

챗 GPT에게 어떻게 질문을 하는지 예제를 보면서 나도 따라 해 보았다. 몇 번 따라 하다 보니 질문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이 좀 잡힌다. 저자가 유튜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구독자들이 에러가 생기면 저자에게 묻고 답을 기다려야 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챗 GPT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나도 예전에 엑셀을 할 때 #######으로 에러가 나서 황당한 적이 있었는데 칸 늘이기로 간단히 해결된다. 이젠 당황하지 말고 챗 GPT에게 물어보면 되다니 세상에 이런 신세계가 어디 있단 말인가.

데이터 유효성 검사, 체크박스, 스파크 라인 같은 다른 사람이 만든 엑셀 파일에서 나도 써보고 싶은 기능을 봤다면 굳이 그 파일을 만든 사람에게 묻지 않아도 챗 GPT한테 물어보면 된다. 실무를 하면서 훔치고 싶은 일잘러의 엑셀 스킬을 발견한다면 캡처해서 챗 GPT에게 물어보고 내 것으로 만들자.

챗 GPT의 도움으로 나눗셈의 나머지를 구하는 함수인 MOD 함수를 활용하는 법도 배운다. 잘 쓰이지 않는 이런 함수들은 챗 GPT가 알려준 것을 복사해서 그대로 쓰면 된다. 하지만 자주 쓰는 IF 함수는 물어보는 게 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외워두는 것이 빠르다. 네이버를 검색하면 내 업무 상황과 비슷한 글을 찾아서 설명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챗 GPT는 엑셀의 모든 함수를 외우지 않아도 다양한 실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XLOOKUP이라는 함수는 특정 값을 찾아 해당 값과 같은 행 또는 열에 있는 다른 값을 반환하는 함수인데, 어떻게 쓰는지 연습할 수 있는 샘플 데이터와 함께 사용 방법을 알려달라고 프롬프트를 입력한다. 이때 챗 GPT가 내가 엑셀을 학습하고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도록 채팅방을 새로 만들지 말고 이어서 질문하는 것이 좋다. 나의 훌륭한 엑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공짜로 연습도 시켜준다.

GPT 스토어에 대한 것, 보안 설정하는 법, [GPT 탐색]을 클릭해서 데이터 분석하는 법, 나는 막대형 차트가 익숙한데 항목 간 비중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한 원형 차트,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분산형 차트 등도 있다. 저자는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는 답변 내용이 맞는지 100% 확신할 수 없으므로 실제 엑셀 파일에서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엑셀과 챗 GPT를 연결해서 생각한다는 게 막막하기만 했는데, 이제 AI가 도와주니 엑셀이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I 시대의 사람은 엑셀의 기본만 딱 익히고 나머지는 챗 GPT한테 맡긴다. 챗 GPT를 이용해서 엑셀을 배우는 것이 아예 쌩으로 엑셀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나의 능력도 업그레이드된다. 챗 GPT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이렇게 많다니! AI의 엑셀 여전사가 된 느낌이다!

저자가 말하는 기획자란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챗 GPT가 틀린 답을 줬다고 쓸모없다고 외면하는 게 아니라, 재질문을 통해 괜찮은 답을 찾아내야 한다. AI라는 도구를 부정하며 옛날 방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 어마어마한 도구를 잘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우리는 이제 AI와 협업하여 더 재밌고 더 하고 싶은 일, 부가가치가 있는 일에 우리의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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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 노트 - 창의력을 자극하는 174가지 그래프
팀 샤르티에.에이미 랭빌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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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수학의 규칙이 노트의 규칙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 책은 노트다. 이 노트의 마법은 모든 페이지에 3가지 목적이 공존한다는 데 있다. 이 노트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모아 놓은 갤러리이며, 일련의 비공식적 수학 과외수업이다. 또한 이 노트는 당신 것이니 무엇이건 당신이 원하는 것으로 채울 수 있다. 선들은 그 사이의 공간에 생각과 글과 그림을 초대한다. 당신이 채우길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각각의 페이지가 제공하는 독특한 초대를 즐겨보자.

선들을 바꾸면 생각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약 똑바른 평행선들을 곡선이나 십 자 선으로 바꾸면 어떨까?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았던 면에 각각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만약 선들이 무질서해진다면 어떤 개념들이 살아날 수 있을까?

페이지의 모든 점은 한 쌍의 좌표이고 모든 좌표는 페이지의 한 점이다. 수는 공간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공간은 수의 지도일 뿐이다. 창조성은 모든 제약에서 벗어날 때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제약을 극복하고 상상력을 펼칠 때 진정한 창조성의 발휘된다. 우리는 규칙이 필요하다. 그것을 깨기 위해서라도. 이 노트가 수학의 창조적 측면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각 장별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장 : 직선. 수학에서 가장 단순하고 우아한 기본 구성 요소다. 그래서 직선으로 뾰족점, 교차점, 톱니 모양, 곡률의 착시까지 만들어 낸다. 이 이미지들은 음악의 모든 화음이 각각의 음들로 이루어지듯, 직선들의 조화로 교향곡이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절도'라는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절도 있게 선을 딱딱 정해진 만큼만 그으면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탄생한다. 스카이라인 페이지를 통해서는 적분이란 개념을 알게 되었다. 구불구불한 곡선 아래의 넓이는 어떻게 계산할까? 적분은 선분 조각들을 사용해 계산을 한다. 곡선 아래를 직사각형들로 채워서 스카이라인(리만 합)을 그린다. 직사각형이 더 가늘고 그 수가 많을수록 계산이 더 정확해진다. 이렇게 단순한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곡률을 계산할 수 있다.

2장 : 포물선(抛物線). 포(抛)는 던진다는 뜻이다. 물(物)은 물건, 선은(線)은 직선 사선할 때 그 선이다. 포물선이란 물건을 던질 때 생기는 선이라는 뜻이다. 공중으로 돌을 던졌을 때 포물선 궤적으로 날아간다.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혜성도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모든 포물선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동그라미가 크건 작건 찌그러졌건 어쨌건 결국은 동그라미이듯.

어떤 것은 폭이 넓고 마루와 골이 완만하고, 어떤 것은 예리하고 좁아 보이며 급 커브를 그린다. '꼬집기'라는 제목의 포물선이 재밌었다. 양 끝을 포물선으로 처리하고 가운데는 직선을 그대로 두어 정말 꼬집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전하는 포물선을 보니 옛날에 계단 위에 올려놓으면 스스로 톡톡 튀면서 내려가던 무지개 링 인가? 하는 스프링 생각이 났다. 특히 '다항식, 70행' 와! 어떻게 원주율 π 마크가! 원주율은 동전 둘레가 동전 지름의 몇 배인지 알려주는 숫자인데, 이것은 늘 3.14로 같다. 나는 3.141592...까지만 외웠던 기억이 난다.

3장 : 다각형(多角形). 각이 많은 도형. 영어로는 폴리곤(polygon). 폴리는 많다, 곤은 각(角, angle)이란 뜻이다. 미국 국방부 건물이 5각형이라서 펜타(penta, 5) 곤이라고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다각형의 기본은 삼각형이다. 변이 4개인 사각형은 삼각형 2개가 결합된 것이고, 오각형은 삼각형 3개가 결합된 것이며, 나머지 다각형들도 같은 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부분이 전체와 비슷한 모양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정삼각형으로 시작한 프랙털 구조(Fractal pattern)와 정삼각형의 각 변을 3등분 해서 가운데 부분을 기준으로 정삼각형을 튀어나오게 해서 만든 아름다운 코흐 눈송이(Koch snowflake)의 기본이 다각형이었다. 정말 만화경을 보는 듯 황홀했다.

4장 : . 원으로 만들게 눈사람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6개의 원으로 꽃무늬가 나타나더니 32개의 원은 드라마에서 클럽 천장에 달려있는 반짝거리는 동그란 공 모양 같은 것이 탄생한다. '요요'라는 직선과 원의 콜라보는 정말 딱 요요 같아서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닥터 후에 등장하는 우주선 타디스와 기타 피크 같은 모양의 릴로 삼각형이 인상적이었다.

5장 : 파동. 파동은 반복의 원초적인 형태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의 반복은 사인 곡선의 오르내림으로, 자연계의 메트로놈이다. 우리의 삶은 주기와 파동을 따라 움직인다. 빗소리를 내는 원통형 악기인 레인스틱을 표현한 페이지에서는 빗소리가 후드득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전기로 삐죽 선 머리카락은 너무 비슷해서 혼자서 웃었다는.

6장 : 극한. 극한이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끝, 최대치, 최고 한도를 말하지만 수학에서는 리미트! 어떤 변수가 특정한 값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개념으로 쓰인다. 영원히 다가가지만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목적지가 극한이다. 한곳으로 계속 다가가는듯한 이미지들이 영원을 느끼게 해준다.

7장 : 회전. 회전의자에 앉아서 친구 보고 돌려달라고 하면 여기가 어딘지 정신이 쏙 빠지던 생각이 난다. 방향과 위치 감각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 회전의 힘이다. 회전은 우리가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한다. 하지만 무엇을 해체하진 않는다.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M. C. Escher)는 빙빙 돌면서 끝없이 반복되는 파충류들을 구조의 해체 없이 방향 감각을 혼란에 빠뜨리는 놀라운 예를 보여준다. 정말 어디를 보나 비슷한 도마뱀 모양이 신기했다.

8장 : 확대와 축소. 이 노트의 페이지들은 물리적 대상일까, 아니면 수학적 상상력의 작품일까? 둘 다다. 닐 게이먼(Neil Gaiman)의 판타지 소설 <신들의 전쟁(American Gods)>에서 어떤 인물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섀도는 자신이 머리 위 30cm 높이에 있는 1달러만 한 크기의 달을 보고 있는지, 혹은 수천 마일 밖에 있는 태평양만 한 크기의 달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물리적 현실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대립한다. 하지만 수학에서는 그 둘이 서로 일치한다. 닐 게이먼은 "어쩌면 그것은 그저 관점의 문제일지 모른다"라고 썼다. 특히 모자이크 42 열에는 모나리자가 있었다. 책을 보면 좀 더 잘 보인다. 42개의 원들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너무너무 신기하다!

9장은 극좌표계다. 극이란 북극이나 남극처럼 한 점을 말한다. 이 점의 위치는 거리와 각도만 있으면 된다. 영화 같은데 보면 레이더에 반짝이는 물체의 위치를 말할 때 이 극좌표계를 쓴다. 10장은 경로. 매개변수 방정식을 이용하여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경로를 그려내는 것을 볼 수 있다. 하트, 웜홀 모양이 신비롭지만 매개변수 개념은 이해를 못 했다.

11장은 무작위성인데 각 페이지마다 딱 피카소 생각난다.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마지막 12장은 3차원. 우리의 착시 현상을 다룬다. 누에고치인 줄 알았더니 하트였고, 올챙이배도 신기하다. 정말 배가 뽈록 나온 것 같이 보인다. 어떻게 이런 착시 현상이 생기는 걸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요새 꽃 구경이 한창이다. 블로그 사진만 봐도 그 화려함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미술관에 간 적은 없지만 아름다운 명화를 책으로 구경하는 것도 너무 예뻐서 정신을 못 차린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도 그렇고 아름다움으로 나의 혼을 빼놓는 것들이 꽤 된다.

그중에서 수학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못하고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모양들이 전부 수확과 관련이 있었다니.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 책에 나의 고정관념을 깬 사건들을 적기로 했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라는 책에서 본 최정화의 '소쿠리 탑'처럼 시장에서 파는 천 원짜리 소쿠리도 이런 어마어마한 사랑의 탑이 될 수 있다니, 나의 고정관념이 산산이 부서졌던 생각이 났다. 신비한 수학 랜드에서 정신없이 잘 놀고 와서 어질어질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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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한 영어 필사책 - 하루 한 문장 나를 위한 영어 라이팅북
북킷 지음 / 싸이프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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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영어 필사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질문이다. 필사란 문장이나 글을 보고 베껴 쓰는 것인데 이 책은 +1이 더 있다. 그것은 100개의 영어 명언마다 그 명언과 관련된 질문이 있다는 것! 나라면 영어 문장은 다른 노트에 필사하고 이 책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으로 기록해 나가고 싶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빈센트 반 고흐, 월트 휘트먼, 벤저민 프랭클린, 조지 엘리엇, 랄프 월도 에머슨, 미셸 드 몽테뉴, 제인 구달, 윈스턴 처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데일 카네기, 에밀리 디킨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존재감이 넘치는 분들의 명언과 함께 영어 원서 북클럽 북킷 크루의 영어 관련 경험담도 실려 있다.

매일이 아니더라도 가장 덜 바쁜 요일이라던가, 주 3회라던가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 놓고 필사를 하자. 가끔 생각날 때 쓰면 결국 흐지부지하다가 책장의 장식용 책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명언을 읽고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날짜와 함께 기록하면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써도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적어도 영어 명언 100개는 읽을 것이고, 언젠가 세월이 흘러 내가 쓴 답의 내용이 바뀌는 것을 보면 나에게 주는 가장 값진 선물이 되지 않을까?

나는 100개의 문장에서 아들 생일인 13을 빼면 87이니까 87번 명언과 질문에 답을 적었다. 나처럼 영어가 잘 안되는 분들은 AI에게 작문해달라고 해서 그 문장을 필사하면 된다. 그러면 영작 연습도 된다. 나는 질문을 필사하고 내 답을 적었는데, 영어 문장은 한국어로 AI에게 질문한 것을 베껴 쓴 것이니 필사한 거 맞다. 나는 명언을 필사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다른 노트에 하고, 이 책은 질문에 내한 나의 답으로 기록해야 값지다고 생각한다. 나만을 위한 기록이니까.

오늘이 아들 생일인데 이번 주에 같이 밥 먹으면서 이 #영어필사 책을 생일 선물로 주려고 한다. Dear. My Sentence, Dear. My son. 작년에도 내가 서평단 하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을 선물했는데, 너무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QR 코드를 스캔하면 유튜브로 연결돼서 본문에 있는 영어 명언과 질문을 ASMR로 들으면서 잘 수 있다.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지만 나는 별로 쓸 소재가 없어서 블로그에 일기 대신 서평을 쓴다. 하지만 이 책은 특별한 글쓰기 기술도 필요 없고 소재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명언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일기 대신 적어놓으면 되니까. 그러면 나처럼 아무런 기록도 해놓지 않아서 인생이 통째로 날라가 버린 것 같은 아쉬움은 남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목적이 분명한 책이다. 이 책의 목적은 딱 하나다. 어제보다 나은 나 만들기. 그리고 그 수단으로써 필사를 권한다. 100개의 명언이 나오고 10개의 명언이 끝날 때마다 '영어가 주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과 같은 북킷의 릴리와 제니님 글이 실려 있다. 부록에는 더 즐겁고 친숙하게 영어를 배우는 팁이 나온다. 추천 테드 영상과 팟캐스트 소개는 물론 넷플릭스를 이용해서 영어와 친해지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필사란 단순히 글자를 옮기는 일이 아니다. 손으로 문장을 쓰면서, 문장의 의미가 마음에 스며들고, 낯선 단어들이 익숙해지며, 머릿속의 복잡했던 생각들까지 정리가 된다. 신기하게도 영어 문장을 따라 쓰면서 아침을 시작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한다. 문장 속의 긍정적인 메시지와 감정이, 하루를 바라보는 마음의 태도를 바꿔주나 보다.

나처럼 작심삼일인 사람은 3일에 한 번씩 필사를 하면 꾸준히 필사를 지속할 수 있다. 필사는 매일 해도 좋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해도 좋고 내 마음이다. 규칙을 정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위에서도 강조한 명언을 #필사 하는 게 아니라 그 명언은 읽고 그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적는 것이다. 이 책에는 남들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썼는지 영어로 힌트가 있어서 답을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단 차례대로 100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고, 다시 처음부터 계속 반복한다. 그날의 운세 보듯 처음 딱 펼쳐서 나오는 페이지에 답을 적어보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몇 달이 될 수도 있고, 몇 년이 될 수도 있지만 소중한 나 자신만의 보물 1호가 될 것이다.

이 책 제목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한 영어 필사 책>이다. 어제보다 낫다는 말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사람은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비교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비교하지 않고 꼭 남들과 비교한다. 그러면서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 엄마 친구 아들이 잘난 것이 아니라 남의 떡이 더 커 보여서 그렇다. 그래서 나의 장점도, 내 자녀와 내 가족의 장점도 눈을 크게 뜨고 찾으려고 노력해야 보인다.

앞으로는 자기 자신의 색깔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자신만의 특색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나만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 실력을 쌓는 것의 기본이 영어다. 논문은 거의 다 영어로 되어 있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의 강의는 모두 영어다. 영어를 알면 그만큼 폭넓고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말대로 영어를 배우는 것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친구 한 명을 사귀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나은 나를 계속해서 만들어갈 수 있을까? 뭐라도 좋으니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하나 있으면 된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영어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즐기려면 일단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단 뭘 해야 즐기든 말든 할 테니까.

저자에게 아침에 만나는 한 문장은 일상의 작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선물해 주었다고 한다. 오늘도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격려하고 하루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작은 습관이 되고, 이 습관은 단순히 영어를 공부하는 것을 넘어 내 삶의 변화를 불러온다.

이 책은 문장이 주는 울림과 거기에 반응하는 마음에 천천히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단어 한 문장을 따라 쓸 때마다 내 손이 움직이는 동안 마음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스스로 느껴보자. 영어 문장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스로를 발견해 보자. 영어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그 순간이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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