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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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비오는 ‘보수가 자유를, 진보가 평등을 중시한다’라는 흔한 논리를 비판하고 거부합니다. ‘자유’는 우파와 좌파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이고, ‘사회적 평등에 대한 태도’가 우파와 좌파를 구분하는 일차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등과 불평등, 자유주의와 권위주위를 축으로 삼아, 보비오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네 범주로 나눕니다. 권위주의적인 동시에 평등주의적인 ‘극좌’, 자유주의적인 동시에 평등주의적인 ‘중도좌파’, 자유주의적인 동시에 불평등주의(능력주의)적인 ‘중도우파’, 권위주의적인 동시에 불평등주의(능력주의)적인 ‘극우’가 그것입니다.

사람들이 100미터를 평균 17초에 뛰는 세상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철수는 14초가 걸리고 영희는 20초가 걸릴 때, 철수와 영희 모두 17초에 뛰도록 강제하는 것이 평균주의이고, 20초 걸리던 영희가 19초에 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 평등주의입닏가. 좌파는 당연히 평등주의적인데 이것은, 모든 사람이 어떤 수준에서 완전히 똑같아지기를 바라는 평균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비오는 강조합니다. "좌파 역시 개인의 차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좌파는 이런 개인 간의 차이가 사회적, 제도적인 차별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평균주의가 유토피아적 이념인 반면, 평등주의는 지금 불평등한 곳에 있는 이들을 조금 더 평등한 쪽으로 이끌기 위한, ‘정책 추진을 위한 이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보비오의 생각입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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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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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의 창시자, 애드먼드 버크

프랑스의 혁명 주도 세력에 향해서는 ‘목적이 수단을 거룩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버크는 왕과 귀족의 권력을 약화시키려는 모든 움직임에 반대하고, 혁명의 파장이 영국에까지 미칠 것을 우려합니다. ‘왕권과 귀족제 역시 사회 안정의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제도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는 역사적 경험과 축적된 지혜를 통해 발전하는 유기적인 존재(생명체)다. 프랑스는 급격한 혁명으로 이런 균형을 파괴하고, 결국 무질서와 희생을 초래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건물이라면 고치고 다듬어 써야지, 무작정 허물어 버리면 안 된다.

버크가 보는 사회는 과거, 현재, 미래 세대 사ㅣ의 연속적인 계약이어서, 각 세대는 이어지는 다음 세대에게 안정된 사회를 물려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혁명을 통해 기존의 질서를 모조리 파괴하는 것은 버크의 관점에서 과거 세대, 미래 세대 양쪽과의 계약을 모두 위반하는 행위가 됩니다. - P72

토머스 페인이 버크의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을 비판하며 펴낸 다른 저작<인간의 권리>에서는 프랑스 혁명을 적극 지지합니다. 영국 명예혁명은 영국인의 권리를 확인하는데 그쳤지만, 프랑스혁명은 ‘인간의 권리’를 되찾는 과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 인간은 불가침의 자연권(생명권,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을 가진다. 이러한 인간의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부라면 저항을 받아 마땅하다고 썼습니다. - P74

경제, 정책과 더 밀접한 우파, 좌파

우파와 좌파라는 단어는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다른 주장을 가진 상대를 정치적으로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과정에서 천천히 자리를 잡아 갑니다. 앞서 세계사를 설명할 때 시민혁명이 민주주의를 만들고, 산업혁명이 자본주의를 만들었다고 정리하였지요. 보수, 진보와 달리 우파, 좌파는 ‘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대할 것이냐’‘하는 태도에 따라 나누는 게 좀 더 바람직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관련되는 주제가 나왔을 때, 그러니까 ’‘경제와 국가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할 때 우파, 좌파의 구분이 보수, 진보보다 잘 어울립니다. - P80

민주주의는 정치체제입니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느냐 아니냐를 놓고, 민주주의과 독재가 갈립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독재’입니다. 자본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체제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반대말입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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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양장)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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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타인과 구별 짓는 건 몸에 밴 사상과 태도, 언어와 몸짓이다.
아미투스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이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가치관, 선호, 취향, 행동, 방식, 습관으로 세상을 맞이하느냐는 아비투스에 달려있다. 태어나 자라면서 경험했던 모든 것이 지금의 태도를 빚어낸다.

심리자본, 낙관주의, 열정, 상상력, 끈기, 잠재력을 온전히 실험하느냐 아니면 중간 수준에 머물게 하느냐는 심리적 안정감에 달려 있다.

자본 유형의 구성과 비율이 다르다. 어떤 이는 돈과 인맥이 풍족하다. 어떤 이는 고급 취향과 교양으로 빛을 발한다. 또 어떤 이는 동년배들이 은퇴를 계획할 때 여전히 실력을 발휘한다. 상류층은 보통 모든 자본 유형을 넉넉히 갖고 있고, 그런 가정의 아이는 삶의 출발선부터 더 많고 더 좋은 자본을 쥐고 있다. 그러므로 비슷하게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비슷한 아비투스를 갖는 건 아니다.

상류층 자녀들은 책임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훈련하고, 어려서부터 구별 짓기와 탁월함을 몸에 익힌다.
반면 하류층 부모들 중에는 3분의 1만이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싶어 한다. 이 같은 태도를 정의하기 위해 부르디외는 ‘아모르파티(amour fati)’를 주어진 상황과 계급에 순응하는 태도, 즉 ’운명 순응‘으로 해석했다.
부르디외의 운명 순응은 자신과 같은 계급의 다른 사람이 성취한 것을 기준으로 야망을 품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난한 부모는 딸의 미래를 위해 최고 대학의 경영학 전공보다는 근로자 직업 교육을 더 유심히 살펴본다.

인간은 스스로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일에 노력을 쏟는다. 인생설계의 모범이 없으면 자기 자신이나 자녀를 위해 그런 길을 찾아내지 못한다. "당신은 볼 수 없는 것이 될 수 없다." 빈곤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다룬 한 신간의 제목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필수적인 것만 본다 해도 실용주의, 응집력, 좌절을 견디는 힘,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강인함 등의 역량이 생긴다.

출신 배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비투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한다."
출신 아비투스는 비록 우리의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가 출신 배경을 뛰어넘어 성장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모든 새로운 환경에서 비롯된 불안감은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어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라는 격려이기도 하다.

우리는 타고난 취향, 가치관,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이 닮고 싶은 역할을 배우고 행동한다. 시간이 지나면 연기가 아닌 타고난 본성처럼 보이게 된다.

엘리트 교육은 전문 지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포츠 정신, 자제력, 탄력성, 수용력 같은 성격 강화가 전문 지식 습득보다 더 중요하다. 미래의 엘리트들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운동을 하고, 엄격한 규칙을 따르고, 스파르타식 생활으르 하며, 어려운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우고, 역경을 견디고 인내하는 법을 익힌다
회복탄력성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마다 우리는 회복탄력성을 훈련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는다.
극심한 정체, 슬럼프, 열두 번째 거절… 우리는 이런 역경에서 많은 것을 훈련할 수 있다. 감적 폭발을 억제하는 법, 피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법, 불행 중 다행을 인식하는 법, 도움을 받아들이고 해결책과 대안을 찾는 법…
흥미롭게도 상류층과 하류층에서 주로 최고의 회복탄력성이 드러난다. 상류층의 탄력성은 성공적인 집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감정적 압박의 결과다. 하류층의 탄력성은 더 이상 바닥을 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결과다. 중산층은 오히려 이런 역경을 잘 몰른다. 정상에 있지도 않고 생존 전투를 할 필요도 없는 사람은 더 높은 것이 바로 눈앞에 떠 있을 때만 안락한 구역을 떠난다. 그렇지 않을 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졌다는 감정이 앞선다.

우리의 대담성은 보유한 자원에 달렸다. 이 통찰이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 안전 욕구가 당신을 주저하게 한다면 먼저 당신이 개인적, 물질적, 사회적으로 무엇을 저울에 올릴 수 있는지 확인하라. 안전망을 만들고 쓸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퍼 올려라. 이런 준비 작업에는 창의성과 굳건한 의지가 요구된다. 그러면 터무니없어 보였던 일이 갑자기 가능해질 것이다.

높은 목표는 지지자가 있는 안전한 환경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실현된다. 가족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가족은 어떤 방식으로 자녀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꿈을 실현하도록 격려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올바른 품성이 성공을 유지시킨다.

인류애와 보살핌을 꾸준히 실천해야만 윤리적인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있다.
참기 힘들더라도 경청하라. 고함을 쳐도 되는 지위에 있더라도 상대방의 위신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비판하라.

어떤 사람은 밑바닥에서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성공 대로에 놓인다. 이렇게 불공평한 출발 조건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어떻게 당당하게 보여줄까?
성장 욕구는 매우 인간적인 욕구로 절대 부정해서는 안됩니다.
상승을 꿈꾸는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제력과 끈기를 키우고, 실패할 용기를 가져야 해요. 힘들겠지만 성공을 위한 좋은 훈련입니다.
돈, 권력, 명예욕이 아니라 과제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1순위여야 합니다.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전부여서는 안됩니다. 소속이 목표라면 결국 벼락부자에 불과할 테니까요..
계속해서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살고 감사하고 공감하며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상에 있다는 것은 돈이나 지식 등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을 의무로 삼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명심하는 사람이 외적으로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엘리트에 속합니다.

가진 것을 좋아하는 태도는 대표적인 삶의 기술이다.

미세한 차이의 특성과 그 이유를 잘 이해할수록 위로 도약하기가 더 유리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규칙은 ‘아모르파디’다. 운명을 사랑하라!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이룰 수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이룰 수 없는 것을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성향이 잠재되어 있다. 이런 성향이 만족감을 높이지만 아비투스를 협소하게 가두고 도약에 제동을 건다.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이 모두 높으면 더 간단할 것이다. 하지만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정말로 필하모니의 연말 콘서트 티켓, 고급 마루 목재를 살 경제력이 있어야 할까?
사치를 다루는 세련된 태도는 소유 능력보다 안목에서 드러난다.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알아보는 안목은 그것을 손에 넣을 없더라도 그 자체로 기쁨을 준다.
"판매자 혹은 창작자는 소비자와 똑같은 재산을 갖진 않았지만 더 뛰어난 예술 감각을 가졌고,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내는 취향과 정보로 그들과 눈높이를 같이 한다."

격식과 무례함

계속 위에 머물고 싶다면 수백 번 흉내 내는 것보다 단 한 번 독특함을 누리는 편이 훨씬 낫다.
경제의 꼭대기에서는 격식을 갖춘 태도로 기업을 대표한다. 정치적 올바름, 직함과 직책의 존중이 여기에 속한다. 격식을 사회적 상호관계를 더 일상적이고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격식은 다른 사람이 너무 가까이 오는 것을 막는다.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업무 능력이 뛰어나도 점수를 잃는다.

소탈해 보이는 기술

최정상 리그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세 가지 새로운 트렌드를 사회학자들이 정리했다. 첫째 조용한 부, 둘째, 눈에 띄지 않는 소비, 셋째,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하기.

자신만의 고유함으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라.

교육이란 새로운 질문으르 세상에 던지고 복합성을 이해하도록 정신적 능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옛날 인문학자들도 알았던 사실입니다. 지식을 소유했다고 믿는 사람은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좋은 교육의 중요성

정보보다 정보를 기반으로 무엇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특권층이 아닌 사람에게는 좋은 교육이 사회적 상승을 위한 유일한 길이거나 가장 중요한 기회이다. 조상의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교육 수준과 지식이 후손의 발전과 소득전망에 더 중요하다.

지식이 능력이 될 때까지

대학 교육을 통해 계층 간 차이가 줄고 세계관이 넓어지며 취향과 야망이 비슷해진다. 이에 반해 직업 교육은 인격 발달보다는 바로 금전적 이득을 얻는 전문 기술에 초점을 둔다.
포트폴리오에 최신 전문 지식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론적 지식을 쌓는 것이 첫 단계라면, 그 다음에는 지식이 능력이 될 때까지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 능력을 계속 확장하는 사람만이 학습한 내용을 내면화하고 전문가 아비투스에 익숙해진다.
"당신은 기본적으로 경쟁자보다 월등히 더 우수해야 한다. 한시한 말이지만 애석하게도 이것이 유일한 조언이다." 맞다. 불공평하다. 그러나 야망을 품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기반으로 삼아야 하는지 깨달았ㅇ으리라.
나는 무엇에 심장이 뛰는가.

나는 무엇에 심장이 뛰는가.

무엇이 내게 최선일까?
나는 무엇에 심장이 뛰고, 무엇을 싫어할까?
성공한 삶은 내게 무엇인가? 경제적 성공? 사회적 인정? 성취와 의미? 혁신과 창조? 선행? 개인의 행복? 나는 도전을 추구하는가, 안정을 더 중시하나?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사람은 아비투스도 고려한다.
나의 위치는 어디이고 나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달리 표현하면, 지금의 아비투스는 나의 발달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나의 아비투스가 높이 인정되는 곳은 어디이고, 인정받지 못하는 곳은 어디인가?

폭넓은 관심이 시야를 넓힌다.

최정상에 있는 사람은 지식보다는 대화나 사고 능력, 개방성 등 지시을 다루는 ‘방식’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T자형 인물(T-shaped Personality)이라 부른다.
T자의 세로 기둥은 탄탄한 전문 지식을, 가로 막대는 전문 분야와 맞닿아 있는 다른 분야에 대한 얕지만 넓은 지식을 상징한다. 이런 지식이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T지식은 이미 기본으로 간주된다.

"판타지를 갖는다는 뜻은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서 무언가르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기발한 앱, 스마트한 기술, 수요가 높은 서비스 등으로 실현되어야 비로소 창의성이다. 둘째, 카를 발렌틴(Karl Valentin)에 따르면 창의성은 신의 선물이 아니라 아주 많은 작업을 요구하는 멋진 일이다.
창의성은 미래에 가장 높이 평가될 성과다. 거의 모든 정보를 구글에서 얻을 수 있는 세계에서는 예전에는 없었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브레인워킹(Brainwalking), 디자인 사고, 스캠퍼(SCAMPER) 발상법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창의적 대답을 부분적으로만 찾아낸다. 이런 창의적 기법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창의적 아비투스를 잘 관리할 때 뇌는 가장 역동적으로 일한다. 열린 눈으로 세상 보기, 새로운 길 개척하기, 평범함 버리기, 저항 견디기, 실험하기, 자신의 기술에 통달하기,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디어 지지하기가 창의적 아비투스 관리에 속한다.
아이디어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멋진 생각을 빨리해내는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시장을 관찰하고 아이디어의 잠재성을 가늠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모든 회의론을 견디는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주변에서 한심하게 여기고, 동료가 비판하고, 심사부가 고비용을 문제 삼아 가로막고, 고객이 그 기획을 받아들일 만큼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것 같을 때도 아이디어를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구조에서 얼마나 목적 지향적으로 움직이느냐는 그 사람의 몸에 밴 아비투스가 결정한다. 각각의 기업문화를 최대한 활용하는 사람이 앞선다. 그러므로 신입은 기업문화부터 이해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인데,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은 종종 현실감이 부족하기 땜문이다. 비특권층의 후손들은, 기업이 성과를 뽐내는 무대가 아니라 치밀한 정치적 무대라는 삿실을 너무 늦게 이해한다.
비판할 때는 절차를 지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직접적 지적은 신뢰를 깰 뿐 아니라 수용도 잘 안 된다.

모든 차원에서 지식을 확장하라.

초보자의 오만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라.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이 말로 많은 이들이 놓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초보자는 트기 첫걸음을 뗀 후에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한다.

지식은 대충 훑어서 얻는 것이 아니다. 습득하고 사용하고 연결하고 완성해야 한다.
지식을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실행, 모방, 실험, 토론, 질문, 변형, 가치 창조, 한계 확장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

상사를 뒤처진 사람으로 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 두각을 나타내려 애쓰는 대신 프로젝트 책임자가 더 좋은 상황에서 더 확실하게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라. 비판할 때는 제안인 것처럼 포장하라. 이때 미래의 주제와 최적화 가능성을 다루는 것이 중요한 기술이다. 무엇보다 비판이 수용될 수 있게 올바른 시점에 적합한 톤으로 전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호의적으로, 해결 지향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성공한 사람의 겸손한 자세를 ‘카운터시그널링(countersignaling)’이라고 부르는데, 한 문장으로 기술하면 이렇다.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한다."

언어 궤도를 이탈하면 강함보다 오히려 취약함의 증거가 된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야 할 만큼 무능하거나 어떤 표현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지 모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지위가 위태롭다고 느끼는 사람은 말 끊기를 상대방의 무례가 아닌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진정한 리더는 무례에 흔들리지 않고 비판적 상황에서도 격식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 이런 태도는 양보심이나 관철 능력 부족과는 무관하다. 목표는 더 중요한 주제를 망각하지 않도록 대화를 구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지위를 불안해하지 않고 오직 중심 주제에만 집중한다면 이런 목표는 쉽게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대답하고 목표를 명확히 하며, 짧고 인상적인 문장으로 제안하라.

내용은 명료하게, 목소리는 정중하게

부르디외가 경고했듯 모든 발언은 말해야만 하는 것과 암묵적 규칙에 따라 말해도 되는 것의 타협안이다. 무조건 입을 다무는 편이 가장 좋다는 뜻은 아니다.

돌발 질문에 평정심을 유지하라. 주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만큼만 용기를 내고, 자기 관심사만 얘기하고 상대방을 가르치려는 실수는 저질러선 안 된다. 아무리 늦어도 60초 후에, 아니면 더 일찍 대화의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넘겨라. 쉽게 대화가 오가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파장과 같은 감정이 생기면 좋다. 미국인들은 이런 현상을 ‘문화적 궁합(Cultural fit)’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궁합이 성과보다 더 많은 걸 성취한다.

‘말을 가려서 한다’는 관용적 표현은 언어 사용에서 사회적 지위가 드러난다는 뜻이다.
멈춤과 명료한 발음이 그들의 단어에 무게감을 준다.
침착하고 넉넉한 몸짓이 내용으을 강조한다. 시선은 공간 전체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발언뿐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그들은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과도한 수다를 피한다.

자유와 자기 결정권이 없으면 언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표현의 간접성과 조심성은 공격의 여지를 덜 만듭니다. 신중치 못한 표현 방식에는 시기, 두려움, 신랄함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섞여 있습니다.
단순한 문장, 쉬운 문법, 부족한 어휘력이 화자의 배경을 폭로합니다.
언어는 사용할 때 성장합니다.
훌륭한 의사소통자는 반대 의견을 최고의 이해심으로 듣습니다. 이것이 최고의 토대가 되어, 가능한 한 세련되고 정중하게 긴자을 증발시킵니다.

부유한 가정의 아들딸들은 스스로 실력자라고 느끼고 호텔 상속녀 패리스 힐튼처럼 자신의 성공을 ‘자수성가’로 표현하며 출신 배경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반면 빈곤층 자녀들은 자기들에게 무엇이 없었는지를 어려서부터 아프게 깨닫는다.
부모가 대학 공부의 필요성을 모르기 때문에 순풍을 받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되레 역풍과 자주 싸워야 한다.

주변 사람이 당신을 완성한다.

사회적 공간에서 자유롭게 표류하는 사람들이 주로 혁신과 자유를 이끈다.

당신의 가치관에 반하지 않는 한 관례를 따르라. 기존 구성원이 딴지를 걸면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겨라. 앞에 나서지 말고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성공과 영향력 혹은 지식과 돈을 과시하지 마라.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ㅇ으면 그곳에서 의미 있는 임무를 맡되, 과하게 열심히 하지 말고 적절히 우아하고 편하게 하라. 우수한 실력을 발휘하라. 올바른 언어를 써라. 인내심을 키워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제거하는 것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과 완벽하게 비슷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이모가 슈퍼마켓 계산대에 앉았느냐 아니면 자동차 기업 아우디의 전략팀에 않았느냐가 어린 조카의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멘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도 대단히 중요하다. 멘토의 도움과 노력을 존중하고 멘토의 관심사에 공헌하고 멘토를 존경하고 당신이 받는 신뢰의 가치를 입증하라.

재벌 2세도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Q. 성공한 부자 부모를 둔 자녀들이 최고의 경력을 쌓기에 더 유리합니다. 불리한 배경이 사람들이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건 순진한 걸까요?


A. 아닙니다. 모두가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출신 배경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높이 오르려고 애쓰고, 꿈을 이루고, 꿈의 직업을 찾은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부자 부모를 둔 자녀들의 교육 수준이 더 높을 수는 있어요. 그것이 그 자녀들의 역량이 더 뛰어나다는 뜻은 아닙니다. 모두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면 밀알 사이에서 아주 빠르게 겨가 분리됩니다.
"왜 할 수 없는가"를 끊임 없이 찾는 대신에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돈은 명품 가방이 아닌 자유를 선사한다.

부자들이 구매력보다 자기 결정권을 더 중시하는 까닭은 빌 게이츠가 간단히 설명한다. "나는 사람들이 수십억 자산을 원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 실체적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언하건대 그 이상을 가지더라도 햄버거는 다 똑같은 햄버거다.

이 슈퍼리치의 발언은 일부러 꾸민 말일 가능서이 있다. 천박한 물질보다 비물질적 가치를 높이 보는 것ㅇ이 당연히 더 멋져 보인다. 하지만 억만장자가 아니더라도 경제자본이 삶의 위험을 줄이고, 인격을 발달시키고,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게 하고, 자녀에게 탁월한 출발 조건을 제공하는 건 사실이다.

인생은 외모가 출중한 사람에게 유리한 게임

신체와 정신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의미 있는 투자다. 미국 배우 힐러리 스왱크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건강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할 수가 없다".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냉혹한 진실이다.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를 "뇌뿐 아니라 주름, 몸짓, 말투, 억양, 발음, 버릇 등 우리를 나타내는 모든 것에 기록된 몸의 역사"라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의 몸에 새겨진다. 신체는 우리의 삶과 성장 배경을 펜트하우스, 포르셰, 유명인 친구보다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 우리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이런 신호 꾸러미를 판단 근거로 이용한다. 보기만 해도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여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인지 혹은 별로 성공핮지 못한 사람인지 순시간에 결정된다. 상대방에 대한 재빠른 판단은 인생 경험에서 나온다. 그런 판단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잘생겼고 올바르게 행동하면 기회가 증가한다. 이런 관련성을 무시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신체적인 매력은 지위, 실력, 건강, 성적 매력을 구체화하기 때문에 배우자 선택뿐만 아니라 직업적 성공과도 큰 관련이 있다. 독일 사회학자 니나 데겔레가 설명했듯 "매력은 동기부여의 힘을 높이고 또한 의욕, 열정, 팀워크 같은 새로운 리더십 이상과 일치한다. 여기서 과체중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노신사를 떠올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지도력, 공감, 사랑 등 우리는 미와 선을 어떤 식으로든 같은 선상에서 취급한다.

과시와 지위 상징은 필요 없다.


신체자본을 넉넉히 가진 사람에게서는 자연스럽게 돈과 성공이 느껴진다. 늘 갈망했던 곳에 도달하면 신체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심지어 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녀도 성공 아비투스는 드러난다. 성공이 커질수록 행동이 자연스러워지고, 더 편안해지며, 사회적 상승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특징인 신체적 어색함이 줄어든다. 몸매, 피부, 걸음걸이, 미소, 몸짓언어와 시선에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아무에게도 자신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노력, 과시, 지위, 상징이 필요 없어진 곳에 성공이 있다.

10세 이전에는 계급 조건 때문에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 영향이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나타난다. 모든 사람이 건강을 최고의 재산이라고 말하지만 신체를 대하는 태도는 계급마다 크게 다르다.

반면 하류층은 건강과 관련하여 자신의 생리학적 조건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계층별로 신체와 정신을 대하는 기본 태도가 아주 다르다.

당신의 신체를 가장 소중한 자본으로 대하라

신체자본이 넉넉해야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출신이 아니라 언어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관심과 적절한 지도만 있으면, 누구든지 교양있는 발음, 환담, 선별된 표현 방식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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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이자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표현은 사람마다 그 해악을 느끼는 정도가 각기 다르고 사회의 자정 능력에 의해 그 해악이 치유될 수도 있다. 그래서 표현에 대한 개입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일베나 여성 혐오가 문제라는 점에 동의하더라도 그것이 표현에 머물러 있는 한은 쉽게 규제 카드를 꺼내들 수 없다는 것이다. - P14

표현의 자유는 권리 중의 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권리 주장의 출발점이다. 부당노동과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부당한 차별에 시달리는 이주자, 고속버스 탈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없이 다른 권리의 보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 특히 소수자의 문제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란이 ‘자유 확대’가 아니라 ‘자유 축소’로 귀결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사 ‘아주 공평하게’ 진보와 보수, 강자와 약자, 좌파와 우파의 표현의 자유를 모두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제약받는 정도가 커질수록 이득을 보는 쪽은 강자다. 서로 할 말을 못 하는 상황은 ‘현상 유지’를 바라는 강자의 입장에서 그리 나쁘지 않다. 반면 소수자의 입장은 정확히 그 반대다. 소수자에게는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부당한 현실을 바꿀 수 있고 그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19

사전적 의미로 혐오는 매우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혐오는 ‘혐오시설’, ‘혐오식품’처럼 시설이나 음식을 수식하는 말로 주로 쓰여왔다. 혐오표현은 ‘헤이트 스피치 hate speech’를 번역한 말인데, 영어에서 ’헤이트‘도 극도의 싫음, 역겨움, 적대감을 뜻한다. 헤이트나 혐오 모두 상당히 강한 늬앙스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혐오표현에서의 혐오는 이러한 일상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 혐오는 그냥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혐오표현은 ’차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자유권규약은 차별, 적의, 폭력 등을, ’유럽 평의회 권고‘는 민족주의, 자민족중심주의, 차별, 적대 등을 나란히 혐오표현의 개념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혐오표현은 소수자를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효과를 낳는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승진시험에서 탈락시키는 것도 차별이지만, 회사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하는 것 역시 차별과 다름없다. 혐오표현 자체가 성소수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분만 아니라 차별로 직결되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현과 행위는 이분법적으로 분리될 수 없으며 표현이 곧 차별의 "사회 현실을 구성"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다. - P24

표현 방식 중 가장 해악이 크다고 간주되어온 것은 ‘선동 incitement’이다. 대중들에게 차별과 적대를 선동하여 구체적인 행동이 촉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 선제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 자유권규약은 사실상 혐오의 선동, 고취를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개별 국가의 혐오표현금지법도 대개 이 선동형 혐오표현을 주된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반면 유럽평의회 권고처럼 선동, 고취뿐만 아니라 확산과 정당화 등도 혐오표현의 개념에 포함시켜 혐오표현을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정리해보자면,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정도로 그 개념을 정의해볼 수 있다. - P31

"우선 필자는 동성애에 매우 비판적이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맹활약했던 이준석 씨는 동성애에 대한 칼럼을 이렇게 시작했다. 칼럼은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동성애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취하자는 주장으로 마무리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가히 ‘합리적’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칼럼이었다.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점은 그 칼럼이 놓여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맥락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혐오표현이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하여 다소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차별이 현존하는 한 아무리 사소하고 점잖은 표현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 P40

<시사IN>과 아르스 프락시아가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와 나무위키의 ‘메갈리아’ 항목을 분석한 결과, 여성혐오를 당한 여성들의 감정적 반응은 ‘공포’로 귀결되는 반면, 남성혐오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의 검정선에는 공포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남혐과 여혐이 사회에서 작동하는 기제가 똑같다고 볼 수 없고 남혐을 여혐과 비교하여 ‘그게 그거고 다 나쁘다’는 식으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 P44

침묵과 무시가 대안일 수는 없다.

회사 회식자리다. "전 동성애가 참 싫어요. 뭐 우리 회사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서 차별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다른 직원들이 맞장구를 친다. "맞아 맞아. 난 솔직히 소름끼쳐. 그렇다고 차별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야." 옆에는 동성애자 직원이 있다.
‘차별하면 안 된다’는 명제에만 동의한다면 ‘동성애 반대’, ‘동성애에 비판적’이라는 말을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면 "동성애에 비판적이다"라는 내용의 칼럼이 신문에 실려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차별을 조장하고 소수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면 이 엄중한 현실을 외면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이 아무런 제지 없이 발화되는 사회를 두고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듣는 사람에게 왜 그렇게 민감하냐고 타박할 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여 발언하는 게 윤리적으로 옳다. 그것이 공적 인물의 공적 발언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공인은 자신의 발언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심하게 고려하여 신중하게 발언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소수자 차별의 맥락이 있는 한, 표현의 수위와 상관없이 혐오표현은 차별을 재생산하고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혐오표현의 개념을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 혐오표현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 P49

증오범죄란 무엇인가

증오범죄 여부를 가리는 것은 ‘편견의 동기’다.
편견, 혐오, 혐오표현, 그리고 증오범죄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이 증오범죄도 저지른다. - P95

혐오표현도 표현인 이상, 이른바 ‘사상의 자유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이 있지만, 사상 시장에서의 ‘자유롭고 평등한 경쟁’을 가정하는 것은 "합리적 숙의의 잠재성을 과대평가" 한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실제로 시장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은 소수자이고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수자들이 공론을 장악한 상황에서 소수자들 스스로 혐오표현이 맞서 싸울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고 제3자인 청중들이 혐오표현이 발붙일 곳이 없도록 충분히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혐오표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의 권력관계를 인정하고 시장의 실패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 P147

형성적 규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반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인식을 제고하고, 소수자 집단에 대한 각종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형성적 규제는 궁극적으로 혐오 표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센터를 지원한다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하고 지원한다면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규제를 ‘금지하는 규제’와 대비되는 ‘지지하는 규제’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입은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형식적인 자유가 주어져도 소수자가 실제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진정으로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국가 개입의 목표는 바로 이 ‘진정한 자유’와 ‘실질적 평등’의 실현을 위해 소수자의 ‘자력화 empowerment’를 지원하고 시민사회의 대항 담론을 활성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것은 금지와 처벌을 위한 개입이 아니라, 개인의 권한을 강화하고 그들의 대항표현을 지원하는 개입을 말한다. 이를 통해 소수자 및 그와 연대한 시민사회가 혐오표현에 맞서 싸우는 것이야말로 혐오표현에 대처하는 가장 원칙적인 방법이다. - P152

형사범죄화로 인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에너지가 처벌에만 집중된다는 문제도 있다. ‘합법’이라고 인정하면 사회는 그것을 ‘문제없음’으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회피하곤 한다. 반면, ‘불법’으로 판결하여 처벌에 성공하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착시현상이 생기고 국가는 자기 역할을 다했다는 면죄부를 얻어 더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등한시할 수 있다.
법이 발화자 처벌에만 머무른다는 것도 문제다. 혐오표현의 원인에는 복잡한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이 깔려 있어서 이런 것들을 도외시한 채 혐오표현의 ‘발화자’만 처벌하는 것은 진정한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낳은 것은 ‘사회’인데, 처벌받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된다는 문제다. 금지와 처벌로 인해 겉으로는 법규제가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수면 아래에 있는 혐오와 차별은 언제든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 P160

증오범죄자들은 흑인, 여성, 성소수자를 고립시키고 배제하려고 한다. 이에 맞서는 우리의 대응은 차별과 배제를 획책하는 이들을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몫이기도 하지만 법과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며,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자가 일관되게 견지해야 할 입장이기도 하다. - P201

혐오표현이 빈곤, 불평등, 실업 등의 사회경제적 위기와 결부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일자리 문제’와 연결시킨다거나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동성애에 반대해야 한다거나 5.18유공자의 공무원시험 가산점에 대해 "공부해봐야 소용없다"고 선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회경제적 위기가 단기간에 극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위기가 혐오와 만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편견이 항상 발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관련되면 쉽게 폭발할 수 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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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 짱구쌤의 세상에 없던 학교 이야기
이장규 지음 / 르네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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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혁신학교를 두 번째 교단이라 부른다. 학교의 역할과 수업의 본지르 동료성에 기반한 집단 지성, 삶에 밀착된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은 내가 꼽는 혁신학교의 특징들이다. - P36

동장 건너 해먹은 누워서 ‘하늘멍’할 때도 좋ㄹ지만 이렇게 둘이 앉아 도란도란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마스크에 가면까지 썼지만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껌딱지 같은 두 녀석이다. 슬쩍 다가갔더니 신발, 옷 이야기가 한창이다. 나를 온전히 받아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어디든 살 만하다. 그림자를 추월하려는 가망 없는 질수의 시대에 자기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나아가는 녀석들. 어른들의 걱정은 크겠지만 단짝은 선하고 희망차다. - P66

우리는 우유갑을 버리지 않고 재생 화장지와 바꿔 오는 교육 활동을 8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변함없이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자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두 명의 실천이 아니라 대다수가 여러 해 동안 지속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반복적으로 의미를 짚고, 평가하고, 시기별로 점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생태교육 해 봤는데 식의 소위 ‘알리바이’ 교육이나 우리도 그거 있어 하는 ‘백화점식’ 교육과정은 지속적인 실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 P69

"내가 사는 공간을 내 힘으로 바꾼다." 건축 수업은 미래 교육에서 추구하는 주도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수업이다. 함께 생활하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고 불편한 곳을 고쳐 더 나은 공간으로 바꿔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또 소중한 것을 배웠다. 이것이 우리가 열어 가는 미래 교육이다. - P77

"내가 사는 공간을 내 힘으로 바꾼다." 건축 수업은 미래 교육에서 추구하는 주도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수업이다. 함께 생활하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고 불편한 곳을 고쳐 더 나은 공간으로 바꿔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또 소중한 것을 배웠다. 이것이 우리가 열어 가는 미래 교육이다. - P90

초등 보통교육을 받은 아이가 스스로 자기 실내화를 빨지 못한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뭔가 해내는 힘이 지금만큼 약한 시대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서른 넘어서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갈수록 늘어난다. 적어도 학교교육에서 그런 기회를 자주 주는 것이 교육과정의 본령이었으면 좋겠다. 역량을 키울 기회 말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삶의 힘을 기르는 것이라 이해했다.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해 내는 힘을 기르는 교육, 실내화를 빠는 일이 그러기를 바란다. - P99

입을 모아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미래는 적어도 AI나 챗봇 같은 기능적인 부분으로 한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뜬구름 잡는 담론, 가령 4차 혁명 같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기대고 싶지도 않았으니, 우리 방식으로 해석하고 돌파하는 수밖에 없었다.

"앉아서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으로 미래를 열자!" 우리는 꾸준하게 ‘지역과 생태’라는 키워드를 붙잡고 혁신학교를 운영하였으니 미래에도 이 학교와 지역이 존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구례의 여러 개인과 교육과정이 학교 울타리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으니, 이 학교와 지역에서 우리 아이들이 ‘구례를 사랑하고, 구례에서 오래 살아갈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공간’이다. 내가 살아갈 속을 바꾸어 보는 적극적인 교육행위, 불편한 것을 고쳐 보고, 새로운 곳을 창출해 내는 공간혁신을 통해 미래를 펼쳐 보이고 싶었다.

지역, 생태, 공간, 이것이 우리의 미래이다. - P103

입학해서 잘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이들의 답변은 구체적이다. "그네타기, 인사하기, 정리, 뛰기, 줄넘기, 훌라후프, 그리기, 나무 타기, 잘 들어 주기, 친하게 지내기, 만들기, 잘 놀기…."

학부모들의 답변에서는 자녀의 성장이 대견한 마음이 잘 느껴진다. "밥 잘 먹기, 한글 잘 읽기, 축구 골 결정력 좋아지기, 소나무 잘 타기, 자신감, 애정 표현…"

담임선생님의 관찰기록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젓가락 사용하기, 바른 자세로 앉기, 책 즐겨 읽기, 그네 혼자 타기, 자전거 보조 바퀴 떼기, 채소 먹기, 연필 바르게 잡기…"
자신의 변화를 뿌듯해하고, 친구의 성장을 칭찬하는 시간이 계속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람이 자라는 것,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함께여서 좋은 것이다. 더할 나위 없다. - P129

우리가 내건 비전과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이곳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비단 아이들만 성장시키는 곳이 아니라 함께 있는 나를 포함한 어른들도 성장시키는 곳이어야 한다. - P135

다만 경험이 부족할 뿐

"유년에 즐거운 추억이 많은 아이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한 말이다. 교실 활동을 넘어 실내화 빨기, 서시천 산책하기, 운동장 맨발로 걷기, 자전거 타기… 우리가 다소의 오해와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교육에 접목하는 이유이다. 다만 경험이 부족할 ㅂ분 충분히 지적인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실패한 경험까지도) 즐겁게 채워 줘야 한다. 그것은 다가올 어른의 시간을 안전하게 맞이할 에어백이 되어 줄 것이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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