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부모가 자녀들을 봐줄 여력이 없을 때 아이들을 도와줄 만한 사회시설은 있었는지, 아이들에 대해 부모만 통제를 해야 하는지, 학교 당국은 아이들이 범죄에 빠질 때까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아이들이 범죄에 쉽게 접근할 만한•사회환경은 아니었는지, 초범을 저지른 후에 교정 당국은 아이들의 교정과 사회 복귀를 위해 충분한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청소년 범죄는 빈곤만 원인이 되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빈곤에 대한 복지 제도의 실패, 학력 위주의 교육 제도, 실종된 청소년 정책, 붕괴한 지역사회 공동체, 부실한 교정정책 등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더 넓은 테두리에서 보자면, 청소년이 쉽게 접근하고 착취당할 수 있는 유해환경의 방치, 법의 테두리 안팎에서 암약하는 성매매·도박·마약 산업 등이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청소년 범죄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관심과 돌봄이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한 청소년은 사회적으로 세련되지 못해서 계속 이용당하고 범죄에 휘말리게 된다. 우리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너무 받은 것이 없고 자기 통제를 훈련받지도 못한 청소년들이 이리저리 휩쓸려다니다가 사회 부적응자가 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기에 그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난한 가정을 대신해서 돌봐주려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