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에서 열 살 무렵, 외할머니가 집에 머물 때면 나는 간간이 할머니를 때렸다. 할머니가 너무 아들만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내 어머니가 상처받을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 분명한 건 내가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사랑을 입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차별이었고. 그것은 할머니의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작가의 말)
여기저기 개제 했던 짧은 글을 모아 놓은 터라 중복되는 이야기도 많고, 가벼운 글들 위주다. 시선이 날카롭기 보다는 제목처럼 귀여운 발상을 잘 하고 문장빨로 떼우는 느낌이 있다. 대신에 잘 읽히긴 한다. 반복되는 이야기 중에 상 받으며 데뷔한 이야기와 대학생 때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작가의 팬이라면 작가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 될 듯 하다.
곧 검은 구멍 같은 아침이 올 것이다. 도로변에 뒹구는 빈병 같은 아침이 올 것이다. 해안가에 떠내려온 죽은 고래 떼 같은 아침이 올 것이다. 그 아침은 너무 길고 지루해서, 죽음에 이르지 못할 타격만을 내게 줄 것이다. 언제까지 그 짓을 계속해야 한단 말인가. 그 비참함을 언제까지 견뎌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 아침을 한 번쯤은 더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연과 시간을 향해서는 어째서 살인마라 칭하지 않을까. 그들의 살인이 너무 당연하기 때문일까. 지나치게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