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1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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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류의 정의 들을 따르자면

시조든 센류든 정형시의

일종으로 짧지만

정형시 같기도 하고

짧은 노래 같기도 한

아주 쉽게 얘기하여

3행시 정도로 이해하는게

맞나 모르겠넹.

그랬다.

집앞에 배송된 작은 책자.

금요일 저녁 홍대에서의 약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펼쳤는데

어머 웃다보니

다 읽어버렸다.

실버라는 말이 결코

머~언 일이 낯설지 않은

즈음이 되고 보니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전혀 공감 제로도 있었지만

피식 피식 자꾸만 입에서

이런 웃음과 함께

자꾸만 이해를 하게 된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게 끄덕이는 고개를 들어보니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계신 노신사분이

눈에 들어왔다.

블루 스카이 셔츠에

레드와 블루가 함께 있는

타이와 아르데코 패턴이

프린트 된 실크 스카프,

보랏빛 헤어(보색 샴푸로 인하여

흰 머리가 살짝 보랏빛을 띄는 헤어)

책을 보고 계셨다.

나처럼 펜으로 심장이 쫄깃한

글귀에 문장에 줄을 그으면서~

난 예전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멋있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오늘 이 책을 읽어서일까?

실버 세대들도 우리 못지않게

멋부림을 할 수 있구나!

책 제목부터 얼마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실버 센류의 탄생 배경은

노년세대의 생활상과

마음을 더욱 리얼하게

전하고자 함이다라고 한다.

그들의 고민과 푸념을

활발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 창출

입선한 실버 작가님에게

상장을 보내 드렸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장을 받았다며

마지막 순간에

같이 하고프다는 ~

요즘 부쩍 깜빡깜빡

하곤 한다.

이미 지갑을 어디 두었더라는

다반사이고

눈뜨자 마자, 눈감을 때까지

함께 일심동체인

핸드폰 마저~

심지어 목에 걸고, 손에 들고

찾곤 한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서 노래까지 불러가며

"내 핸드폰이 어디 있더라~"

"핸드폰아 어디 갔니?"

혼자 중얼거림이 늘었다는 것

모든 대사를 노래처럼

흥얼거리는 것

이제야 시작이다.

종이랑 펜을 찾는 사이

쓸 말을 잊어먹고

급하게 할 말 있다며

전화해놓구서는

무슨 말이었지.

까먹었다며 다음에

만나면 해줄께~

생일 케익에 꽂는 초가

자기의 나이와 무관하게

큰 초 한 두개쯤만

꽂길 바라는 내맘이

이심전심~!

여행이나 모임을 위해

꼭 맞춤 아이템이라며

사흘 밤 사흘 낮을 찾아놓구서는

정작 당일에는

고이 책상에 모셔두고

나간다.

그걸 약속장소에

다와서야

기억해낸다.

그렇게 아쉬운 대로

그동안의 서사를

열심히 풀어놓구서는

요즘 무슨 약을 먹는지

공유하게 된다.

비타민류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다.

관절엔 콘드로이친이 어떻고

오메가3도 rTG어쩌고 저쩌고

유산균을 키우기 위해

유산균의 먹이가 어떻고...

영양제에 대한 이야기가

모임의 컬러보다도

훨씬 분량이 많다.

마침 제약회사 약 설명회처럼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냉장고 선반 가장 위에 있는

슬라이스 치즈만 꺼내온다.

아니, 내가 냉장고 문을

왜 열었지? 하고 잠깐

우두커니 서있는다.

처음 연애 초반엔

세상 나긋나긋했던 천사가

지금은 악마보다 무서운 여친!

반달처럼 휘어지는

그래서 예쁘게만 보이던

스마일 주름이 이제는

늙어 보이는 남친!

이라며 놀림 당하는 순간을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쉬리와 빅스비가 가장

절친이 되는 순간

명랑하게, 멋지게, 근사하게

나이 들어가기

내가 원하는 것도

건강하게, 예쁘게

나이 들어가기

2024년 청룡의 해

갑진년 값진책으로

시작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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