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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만난 즐거운 생물학 - 산책을 사랑한 생물학자의 일상과 과학을 넘나드는 유쾌한 기록 ㅣ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25
위르겐 브라터 지음, 안미라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한 즐거운 생물학자의 산책로에서 들려주는 생물학 이야기. 1년 12달 4계절의 계절 동안 쉼 없이 저자의 애완 동물인 개 '시나'와 함께 하는 산책 이야기.
현대인의 대부분은 자연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아스팔트의 길을 걸어 빌딩 숲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내가 어린 시절까지는 어느 정도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면 쉽게 자연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마음 먹고 산이나 바다를 향하지 않으면 비둘기 외에는 만나기가 힘들다. 우리가 접하는 동물이란 길 가의 길고양이, 멍멍이들과 하늘의 새 정도일 것이다. 물론 이곳저곳에 예쁜 공원들이 많이 건설되었지만, 공원들 역시 농약을 쳐가면서 관리하는 '들어가지 마시오' 잔디로 꾸며진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장소이기 떄문에,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이 유쾌한 생물학자는 그런 면에서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매일 같이 개를 산책시킬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나 멋진 산책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루도 있고 여우도 있는. 산책로라기 보다는 무척이나 우거진 숲일 것이다. 토끼가 뛰놀기도 하고, 따라서 매 번 산책마다 시나의 목줄을 잡아 당겨야만 한다. (사진이 좀 있었으면 하는 그런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산책을 하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쉬면서, 또는 흥분하는 시나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면서, 계절에 따라 나무들이 색을 갈아 입고, 눈에 띄는 동물들과 식물들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생물학자답게 그에 걸맞는 생물학적 지식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금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한다.
그냥 줄줄이 늘어 놓았다면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덮을 교양 서적이 되었을텐데, 함께 산책을 하듯이 저자와 시나가 앞장 서서 가는 길을 작가의 묘사로나마 머릿속으로 산책을 하며 따라가다보면, 자분자분한 설명이 들려온다. 지금 이 나무가 이러한 모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지금 저 노루는 짝짓기 시기이고, 이렇게 숲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는 광합성 작용이란 무엇이며..등등. 아는 것 만은 친구와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다. 얼핏얼핏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생물 시간의 내용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설픈 사전 지식으로 그의 이야기를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사실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면서, 걷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파워 워킹을 하면서, 팔다리를 앞뒤로 힘차게 뻗으면서 말이다. 바로 옆에 피어 있는 풀꽃이라던지, 지져귀는 새소리 등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어렵다. 이제 눈에 띄는 나무나 꽃의 이름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하물며 생물학적 호기심은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야. 라고 못박아 두고 있다. 그러한 나도, 당신도, 가끔은 미간에 주름을 살짝 만들어 주면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부분도 있는 익숙하지는 않은 이야기지만, 이 노교수의 이야기에 잠시나마 귀를 기울여 보면, 다음 번의 산책은 조금 특별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는, 인간 말고도 다른 많은 무수한 생명체들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