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 사계절 지식소설 16
김은재 지음 / 사계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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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이 맞나?”

낯선 길을 찾아 헤맬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주변을 둘러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본다. “맞나요?” 그 사람도 확답을 주지는 못한다면 가 볼 수밖에 없다. 모든 길은 통한다고 했으니까. 조금 늦고 조금 빠르고 누구나 자신만의 길을 간다고 믿는다. 인생의 실패와 성공은 나누어있지 않다.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김은재, 사계절, 2018)은 열일곱 살 아이들의 진로찾기 프로젝트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길 위에서 인생의 멘토들을 만나 자신의 길을 가겠노라고 다짐하고 ‘나’를 찾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방정이)와 진로를 결정한 아이(옥토끼), 두루뭉술하지만 결단력 있는 아이(통),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아헤매는 아이(전긍이)는 열일곱 살 아이들 특히 소년들을 대변하고자 한 듯 끝까지 별명으로 불리운다.

 

 

순천의 기숙학교를 무단이탈한 아이들은 운좋게 좋은 어른을 만나고, 어른들은 기꺼이 그들의 멘토가 된다. 알려지지 않은 직업인, 식용곤충카페 주인과 경호원, 청년농부, 업사이클링 사회적기업, 패션디자이너, 캐릭터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누구나 한번은 고민해 온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내준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부터 시작해서 나만의 무기를 만들자, 대체불가인 사람이 되자, 꿈을 이루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니 그 꿈을 이뤄줄 날개를 찾아야 한다 등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 해야만 한는 일을 저글링하듯 재미나게 하며 살고 있는 사람(송아누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 속에는 진로에 대한 조언들이 많다. “‘나’가 누군지 알아야만 ‘나’라는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으며 잘 살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하지 말라고 해도 결국은 하게 되어 있어.”, “자기에게 재능이 있는지 의심하면서 시간을 갉아먹지 말고, 하고 싶고 잘 하는 것을 계속 해 나가면서 실력을 검증받으면 돼.”

 

 

진로를 결정할 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한 갈등을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좋아하는 일도 자기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은 넌지시 알려주면서, 좋아하는 일만 해도 된다는 것, 그러나 계속 실력을 쌓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인상적인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에 소개된, 마치 전체 내용을 요약해 주는 듯한 전긍이의 공책과 옥토끼의 랩가사다. 진로를 정하지 못한 전긍이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멘토로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꿈 찾기를 위해 활동한 내용과 소감을 정리해 놓았다. '꿈의 법칙 LOVE'도 알려주는데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의 주제가 명확해진다.

 

 

옥토끼의 랩가사는 저자의 정성과 사랑이 엿보여서 좋았다. 이 책은 사계절출판사의 기획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 해도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러웠고 유쾌하고 쉽게 읽혔다. ‘지식소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청소년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전달하고 소설적 재미까지 덧입히기는 쉽지 않다.

 

 

소설의 도입은 진로이라는 주제로 접근하기 때문에 성급한 독자는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또는 자신의 진로에 확신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책 끝 작가의 말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의 비밀이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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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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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훕, 지나가는 중학생의 삼선슬리퍼를 보고 혼자서 킥킥거리고 말았다. 소설 <최후의 임설미> 때문이다. 지구를 지켜준 임설미가 고맙다. 무슨 얘기냐고? 소설을 읽으면 안다. 삼선슬리퍼가 왜 웃기고, 임설미가 왜 고마운지…….

 

최영희 작가의 SF단편소설집 너만 모르는 엔딩을 읽었다. 유쾌하게 웃다가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해하다가 휴, 안도하며 그리고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찡해지기도 하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이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기에 주인공은 중,고등학생의 또래다. 대한민국의 중딩들은 지구의 비밀병기가 되고(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그들의 실내화 때문에 인류 멸종이 올 수도 있고(최후의 임설미), 완벽한 미래를 꿈꾸다가 우정 속에서 싹튼 사랑의 감정을 깨달아가기도 하고(너만 모르는 엔딩), 나약한 내면의 분노를 사이버웨어를 통해 표출하기도(그날의 비밀병기) 한다. 마지막 작품 <알파에게 가는 길>은 작가의 전작 <안녕, 베타>의 연작인 듯하다. 지속적으로 기억을 바꿔 생존해야하는 베타 미카의 이야기는 뭉클하다. 작가는 <안녕, 베타>로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다고 한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한결같이 따듯하다.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중딩이지만 "매너없고 불친철한" 할아버지라도 납치되는 것을 못 본 체하지 않는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유쾌한 발상도, 사이버웨어를 입고 악당을 물리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야기 역시 통쾌하다. 생존을 위해 살아왔지만,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베타의 이야기는 결코 허술하지 않다.

 

"중학생들은 외계 침략을 대비한 병기도 아니고, 나라의 미래도 아니다. 그들은 자기 삶을 살아갈 뿐이며, 그네들의 삶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이 문서를 읽는 당신이 그러하듯."(33)

 

SF소설이라는 틀을 갖고 불확실한 미래 그러나 상상이 가능한 어떤 시간, 어느 곳을 상상하고 있지만 지금 여기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평생을 두고 외계인과 청소년을 쫓아다닐 생각"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존재의 외로움이 뜨거움으로 체인지업하는 비밀병기가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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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모모의 여행
류커샹 지음, 하은지 옮김 / 더숲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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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서평 모임에 쓴 글을 옮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감동을 받아 구입했다. 이 책을 번역하고 출간해준 출판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삶의 의미 또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뿐 아니라 '우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는 혹등고래 모모와 바이야, 개학을 앞둔 샤오허, 무태장어 잡이 대결을 계획한 천쥔과 예쌍이 등장한다. 모모와 바이야는 평범한 삶보다는 자신의 노력을 시험해보고 또 다른 세상을 찾아나서듯 강을 거슬러 오르고, 샤오허는 할아버지 천쥔과 할아버지의 친구인 예상을 만난다.

 

소설은 동물과 사람의 생각을 나란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두 개의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데, 혹등고래 모모가 바이야와의 동행을 통해 용기를 깨닫게 되듯 소설에 빠져 들어갈 즈음 여행이 모험이면서 삶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인생의 정해진 길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한다는 성장소설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천쥔과 예쌍, 모모와 바이야의 우정이 더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그곳에 다녀왔기 때문에 바다에서의 삶이 의미가 있는 거지.”바이야의 말...... 때로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현재의 삶을 충만하게 해준다는 것일까?

 

모모가‘나는 지금까지도 나 자신과 나누지 못한 대화가 많아.’라고 속으로 생각하는데...... 어쩌면 모모의 노래는 자신과의 대화가 아니었을까. 혹등고래가 노래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107쪽 "처음으로 역류에 성공해서 이 늪지를 발견한 고래가 우린데 어떻게 경험이 있을 수 있겠냐? 너는 싸우는 것도 싫어하고 사는 것도 재미없다고 하고.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데려왔더니 또 무서워서 가기 싫어?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역류에 성공한 건 네가 용기 있다는 증거는 되지만 네가 꼭 옳다는 말은 아니야."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모모가 말했다.
"틀려도 상관없어. 해볼 만한 모험이었으니까."
바이야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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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날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18
김선우 지음 / 단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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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선우 시인 새 책이 나왔네요~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 두 번째라니~ 시인의 마음이 늘 푸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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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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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민음사, 2017)이라는 책제목만 보고 문학평론가 정여울씨가 풀어내는 '마음이야기'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무척 반가웠다. 오래전부터 정여울씨의 진솔한 글이 좋았는데,  《공부할 권리》를 읽고 심리학으로 접근한 인문학을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글은 읽기 쉬웠고,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었다.

그런 기대때문인지 책제목이 내게 말을 거는 듯해서 서둘렀는데 단순히 일상적인 심리에세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감사했다. 왜냐하면 이 책이 "심리학이라는 또 하나의 눈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을 이해하고자"(저자소개글)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심리학과 문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까닭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문학의 프리즘에 비춰 본 심리학'이라는 관점은 나를 끊임없이 설레게 만들고 가슴 뛰게 만든다."(10쪽)고. 문학과 심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가 문학에 몰입할 수 있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문학은 사람사는 이야기이고, 사람은 마음으로 움직이니까. 문학치유가 그래서 가능하니까. 나도 그런 주제를 갖고싶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내가 사랑한 문학작품과 나의 트라우마가 만나는 지점, 내 주변 사람들의 아픈 상처와 문학작품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왔다."(10쪽)고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경험을 과장없이 들려주며 내면의 상처를 맞딱드리게 하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

모두 30권의 문학이 들려주는 심리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소개된 책의 절반도 못 읽었지만 책 속 심리를 이해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까닭에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전작 《공부할 권리》와 구성이 엇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3부로 나뉘어 각 부 앞에 프롤로그를 넣어주었는데 주제를 접근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되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 책의 분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고민이다. 크게는 문학이기는 한데 좁게는 심리학이 더 어울릴 듯하고, 합쳐서 인문학으로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책 내용을 알기 쉽게 하는 부제가 없어서 아쉽고, 차례와 함께 본문에 언급된 책제목을 넣어주거나 책 뒤에 책목록을 밝혀주어도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늘 괜찮다고 말하는 당신'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나는 것이 두려워 서성이다가 책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 또한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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