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최중근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서평단이 되어 읽게 된 <세상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잠시 시골의사 박경철님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이내 표지의 '소셜닥터'라는 명칭에 눈길이 옮겨갔다. '소셜닥터'라.. 사회적인 의사 ? 시사에 관심을 가지는 의사? <세상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라는 무슨 책일지 궁금해하게 하는 제목에 '소셜 닥터'라는 생소한 명칭까지, 궁금한 점을 가득 안고 <세상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를  펼쳤다.
<세상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한 정형외과  원장인 최중근 의사가 세상을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담은 차분한 책이다. 한예슬 사태, 신창원 자살기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스마트폰 등 요즘 큰 이슈가 되기 있는 이야기들부터 공교육논란, 공개 입양, 한가위, 효도화 등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문제들까지 많은 시사문제들에 대한 간단한 경과를 소개하고 자신의 시선으로 의견을 써내려간 책이다.

특히 <세상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의 제 1장 "원칙,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에서는 학력차별 금지법에 대한 글이 눈에 띄었다. 각 주제마다 2-3장씩의 짤막한 분량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학력차별 철폐'는 꾸준히 우리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문제이다. 사실 이제 '대학'은 40~50%만 나오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80%의 학생이 이수할 만큼 세계최고수준이다. '대학'이 '지식'과 곧바로 연결됨이 아님에도 이왕이면 '대학졸업자' 타이틀을 단 사람을 기용하는 현실. 이렇듯 실력이나 능력이 아닌, 오로지 4년간의 대학을 다녔다는 사실때문에 임금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를 쓰고 대학을 가야한다. 이런 학력과잉 구조때문에 반값등록금 시위가 자초되고 있는 것이다.

그저 단순하게 우리나라의 학력과잉 구조가 극심하다는 생각만 하고 잇었는데, 여기서 새로운 사실을 또 한번 알게 되었다. 늦은 감이 있짐나 한나라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학력차별 금지법'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8월이라던 학력차별금지법 처리의 경과를 살펴보니, 지금 학력차별금지법은 1년째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2011년 한 해를 넘기게 될지도 모르는 학력차별금지법.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대학 교육만이 능사라는 풍토를 개선하려면 취업에서 학력보다 실력을 위주로 하는 사회 충포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발의자 황우여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 무엇보다 기업들, 더불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더불어 한창 이슈가 되었었떤 KAIST 학생들의 자살문제. 일류대학에서 공부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인재가 되어 주어야 할 새싹들이 짧은 생을 자신의 손으로 마감하고 말았다. 올해 들어 버렀 네 번째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소식이 전해진 이후, 전국은 경쟁만능의 이른바 '서남표식 개혁'이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여론으로 들끓었고, 서 총장은 국회에도 불려가며 손가락질을 당해야 했다.

단순한 기사들과 뉴스만 보고 일방적으로 서  총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의 시각은 달랐다. 서 총장의 평소 별명은 '불도저'다. 그는 TV에 나와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다고 한다.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서 총장의 말에는 틀린 말이 없다. 경쟁 없는 사회는 있을 수 없으며, 단 경쟁에는 나쁜 면과 좋은 면이 동시에 있으므로 카이스트는 좋은 면을 살려서 세계 일류 대학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다.

우선 옮은 개혁의 방향이 정해졌다면 중단해서는 안된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뗀 개혁은 찬란한 빛을 봐야 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진짜 카이스트 학생들의 생각이다. 그들은 소통 없는 총장의 일방적 리더십을 냉철하게 비판하면서도 '개혁은 계쏙되어야 한다'는 데에 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최중근 의사의 말대로 결국 이 문제는 카이스트 내의 구성원들끼리 풀어야 한다. 제 3자들이 카이스트 밖에서 필요없는 의견들을 쏟아내는 동안,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신을 돌아보고 대학교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개혁의 방향에 모두 찬성에 손을 들어주었으니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 물론 개혁과 현신에 희생이 없을 수 없지만, 희생은 정당화될 수 없다. 카이스트 학생과 교수진들, 서 총장 모두가 건강한 소통을 하면서 당찬 포부대로 "세계 일류 대학"으로 훨훨 날았으면 한다.

 

'소셜 닥터'. 의사이지만 본업에 충실하며 병원 너머의 세계도 바라보는 의사, 최중근. 비단 '소셜 닥터'뿐만 아니라 자기 세계 너머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소셜 스튜던트, 소셜 티쳐, 소셜 주부 등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가 소망하는 세상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 댓 드라마티스트 -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16인의 드라마 작가 올댓시리즈 2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 지음 / 이야기공작소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우선 강렬한 표지가 눈에 띄었다. 16명 작가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삽화들, 서재 어느곳에 꽂아놓아도 단박에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예쁜 색도 마음에 쏙 들었다. 표지, 뒷면 뿐만 아니라 날개에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올 댓 드라마티스트>의 디자인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부터 일주일에 두 번, 좋아하는 드라마가 하는 날은 손을 꼽으며 기다릴 정도로 기대되는 날이 되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시작되면, 매혹적인 이야기와 열연을 펼치는 배우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눈을 빛내며 드라마에 집중한다.

그런데 여기, 많은 인기 뒤편에 서서 힘들게 대본을 쓰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16인의 드라마 작가들이다.

서평단이 되어 읽게 된 <올 댓 드라마티스트>는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궁금한 드라마 작가들의 세계를 엮은 책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제중원>, <베토벤 바이러스> 처럼 나에게도 친숙한 드라마들도 있고 엄마가 잘 알고 계시는 <청춘의 덫>, <엄마가 뿔났다>,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등의 드라마들도 있다.

작가 데뷔 년도순으로 작가들의 이야기를 실은 <올 댓 드라마티스트>의 첫 장을 장식한 것은 어린 아이도 안다는 드라마의 신 김수현 작가다. 나오는 드라마마다 '김수현 사단의 신작'이라는 한 단어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그녀. 김수현 작가는 후배 작가들에게 많은 말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드라마가 곧 그녀의 말이고, 행동이며, 실천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녀가 고심해서 쓴 드라마는 잘 세공된 빛나는 다이아몬드같기 때문이 아닐까.

표지의 16명의 개성있는 작가들의 삽화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띄는 작가가 있다. 바로 최완규 작가다. 깔끔하고 호감형인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최완규작가는 허름한 , 심하게 말하면 꼭 노숙자같은 행색을 하고 있다. 이런 그가 <허준>, <올인>, <종합병원>,<마이더스>를 쓴 그 유명한 드라마 작가라고 한다. '짐승처럼 살아온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는 그에게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방에 틀어박혀 대본만 써도 행복하고, 인생의 변화를 위해서는 어느 한 순간만큼은 미친 듯 살 수 있는 드라마 작가 최완규. 그래서 그의 드라마에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에너지를 받는지도 모른다.

 또 한 명, 유별난 작가가 있다. 16인의 작가들 중 유일하게 어린이 드라마를 쓴 작가, 권인찬. 권인찬 작가는 <매직키드 마수리>, <마법전사 미르가온>등 나에게도 조금은 낯익은 제목의 어린이 드라마를 만든 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으니 그는 그의 드라마를 "어린이 드라마"라고 정의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가 보는 것은 어른도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라는 그의 말에서 화해와 소통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또 그는 드라마의 대상, 시청자가 어린이라는 이유로 무엇을 가르치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고 한다. 나에게는 굉장히 의외인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 싫으면서도 내가 커서는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들었던 것 같다.

권인찬 작가는 '온전한 어른'이 된다는 건 그 사람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즐겁게 소통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공감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어른'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어른답게'만들어가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톡톡 튀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잔잔하고 순한 된장국같은 작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노희경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노희경 작가는 40%이상의 '대박' 시청률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새 드라마는 언제나 도마 위에 오른다. 뛰어나고 개성넘치는 작가들이 그러하듯 그녀 역시 그녀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독특한 그녀의 드라마 화법만큼 그녀의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다. 투병 생활을 마친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는 원수지간으로 지내며 화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노희경 작가는 "부모가 자식에게 '한'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후에 그녀는 드라마에 감정을 녹여내기 위해 자기의 아픔도 이해하려는 고충을 보여준다. 평생 미워하는 아빠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싶었던 그녀. 그런 그녀의 고충덕분에 <화려한 시절>, <기적>등의 드라마에서 가족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이 생생하게 가슴을 울렸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주목했던 작가는 이기원 작가다. 내가 이기원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 건 <제중원>이라는 역사 픽션에서부터다. 조선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을 토대로 한 이 소설 <제중원>은 역사 픽션을 유달리 좋아하는 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긴박감 넘치는 손길을 단박에 사로잡는 소설 <제중원>으로 그를 처음 알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기원 작가가 소설작가라고 생각했다. <올 댓 드라마티스트>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중원>을 소설로 먼저 발표한 이유는 배우들, 스탭들과 흐름을 더 잘 공유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기원 작가는 <제중원>뿐만 아니라 <가리봉 엘레지>, <하얀거탑>등으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하얀거탑>은 패러디 도니 적도 한두 번이 아닐 만큼 유명한 드라마인데, 명품 연기와 탄탄한 대본, 또 빛나는 대사들로도 유명하다. 특히 "센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센 거야." , "누가 봐도 좋은 기회라는 건 말입니다, 말 그대로 누가 봤기 때문에 절대 좋은 기회가 아니라는 거죠." 등 혀를 내두를만한 대사들이 그의 드라마 곳곳에서 발견된다. 생활 깊숙히 들어앉은 이야기들을 한 마디의 대사로 표현하는 그의 통찰력 덕분에 우리는 그의 드라마에 더 호응하는 것 같다.

16명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각자 개성은 뚜렷하지만 공통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모두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중요시했고, 사람들의 조그만 일상생활도 관찰해냈고, 무엇보다 "막장드라마"의 현실을 꺼려했다는 것이다.

"막장이다"라고 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막장드라마. 일주일에 두번, 혹은 매일매일, 조그맣지만 크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 막장드라마때문에 점점 삶이 황폐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열여섯명의 드라마티스트들은 지금도 우리를 주인공으로 해서 우리를 웃고 웃기는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 서평은 이야기공작소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이 낯선 당신에게
우베 뵈쉐마이어 지음, 박미화 옮김 / 서돌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생이란 당신이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행복이 낯선 당신에게>의 첫 장을 펼쳤을 때 눈에 들어오는 존 레논의 한 마디.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내 이 한 마디가 '정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요즈음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깨닫기 전에 주말이 와 버리고, 또 다시 쳇바퀴같은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점점 '행복'은 낯설어져 가기만 한다.

그러던 중 <행복이 낯선 당신에게>는 제목부터 끌리는 작품이었다. 외국작가의 심리치유서가 처음이라 우리 정서에 맞게 쓰여졌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행복이 낯선 당신에게>는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마지막으로 행복이 낯선 당신을 위한 30가지 조언이 들어있다. 그런데 장이 시작할 때 마다 쓰인 한 마디가 정말 보물이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 뭐니뭐니해도 "행복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로맹 롤랑의 말이다. 제 2장 '행복으로 가는 길'에 나오는 한 마디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서는 "이 순간은 당신의 삶에 흐르는 바람일 뿐이다"라며 당연한 순리로 나를 위로 해 준다. 우베 뵈셰마이어가 들려준 이야기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 당시에는 그렇게도 힘들게만 보였던 모든 상황들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되짚어보게 된다.

<행복이 낯선 당신에게>는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목차가 있다. 바로 5장, '세상 모든 것들과 화해하라'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서툰 것은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하는 것이다. '화해'의 사전적인 의미는 싸우던 것을 멈추고 서로 가지고 있던 안 좋은 감정들을 풀어 없앤다는 뜻이다. 서로 안좋은 감정을 풀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장에서 우베 뵈셰마이어는 무엇보다 자신과 화해하라고 말하며 그 방법을 가르쳐준다.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말은 "자신의 죄책감과 화해하라"는 말이다. 세차게 휘몰아치는 하루하루에 나도 모르게 상처를 입고,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그러면서도 집에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받은 상처만큼 그 사람도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는 어떤 이유로 잘못을 했던, 그 때 나는 그렇게 행동할 만큼 나약하고 어리석고 미숙한 존재였던 것을 인정하고 과거의 어리석은 나를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말한다. 나도 모르던 '나'의 상처를 조곤조곤 되짚어 주는 책, <행복이 낯선 당신에게>. 가끔씩은 낯선 행복을 품에 안아보는 것도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이 서평은 서돌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여자집 2011-10-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
이재갑 글.사진 / 살림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썼습니다.

 ------------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앞날개의 '잃어버린 100년의 기억'이라는 말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역시나, '한국 근현대사가 잃어버린 100년의 기억'은 조선인 강제징용의 잔혹사를 말하는 것이었다.

조금은 흔한 '일제시대 조선인 강제징용'이라는 주제의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가 여타의 책들과 다른 것은 바로 소설도, 설명문도 아닌 '사진 답사'라는 것이다. 사진가이면서도 우리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재갑 사진가의 책이다. 그래서 342쪽의 얇지 않은 책 속에는 많은 사진들이 들어있다.

 



 

이 책은 도서 <검은 바다>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애처로운 이야기와는 느낌이 달랐다.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가 묻혀진 많은 곳들을 직접 발로 걸으며 일본에서 한국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간다. 나는 그 중에서도 '신세타령가'가 기억에 남았다. 광산에서 조선인이 목숨을 잃을지라도 장례식을 치를 수 없어, 가지고 간 폐광석으로 조그만 조선인의 묘지를 표시했다고 한다. 배 선생의 사진이 없었더라면 그것이 묘인지, 그냥 굴러다니는 돌인지도 구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또 하나, '스페이스 월드'라는 일본의 유명 놀이공원이 있다. 내 친구 중에서 가 본 친구도 여럿 있을 만큼 '스페이스 월드'는 제법 유명한 대규모 놀이공원 시설이다. 하지만 예전에, 이 활기찬 분위기가 넘치는 '스페이스 월드'는 조선인들을 강제로 연행해 노동을 시켰던 야하타 제철소 본관 사무실과 노동자들의 관사로 사용되던 막사가 있었던 곳이었다. 지금은 모두 현대화되어 과거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정말 '잃어버린'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안내판에는 '이곳이 당시 동양 최대의 제철소였으며, 국익 창출을 위한 근대화의 유산'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이렇게 슬픈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끔찍한 강제징용의 길을 보여주며 나도 함께 분이 끓어오르던 감정을 제 3장 '오사카'에서 조금이나마 실힐 수 있었다. 이 장의 부제는 '진심은 국경을 초월한다, 다치소 지하 터널'이다. '다카츠키 다치소'라는 불리는 육군의 중요 저장고 중 하나인 터널들. 이 터널을 만들기 위해 가장 어렵고 궂은일은 조선에서 강제 연행된 3,500명의 조선인들이 담당했다. 당연히 많은 조선인들이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오사카 시에서 만든 안내문 말리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다고 한다. '일본은 전쟁에서 많은 생명을 잃었고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람들에게 많은 가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비참한 전쟁이 재발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온 인류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오사카 전후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명판을 설치하고 만들었다'. 여기서 이재갑 사진가를 안내한 사람은 아사카와 선생. 그는 오십 평생 살면서 이런 곳을 처음 보았지만 이와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한 인간으로서 조선인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어디에나 조선인의 흔적이 있는 일본에서도 양심있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말이 있다. 이 구절이 우리가 일본에게 빼앗긴 100년의 기억에 대처하는 방법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병대를 부탁해 - 꼴통 이병에서 체질 병장까지 좌충우돌 해병이야기
신호진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음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쓰여졌습니다.

 

----------------

 

2011년, 해병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지 않나 싶다. 아마도 그것은 <시크릿 가든>에서 대히트를 치고 멋있게 해병대로 발걸음을 돌린 연기자 현빈때문이지 않을까.

 



 

 

<해병대를 부탁해>를 받자마자 정말 '빡센' 친필싸인에서부터 해병대의 기를 느낄 수 있었다. 친필 책이라 더 정감이 가기도 했다.

사실 여자인 나는 잘 몰랐던 해병대 이야기. 그런 나에게 <해병대를 부탁해>는 말로만 듣던 남자들의 성지, 해병대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우선 첫 장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해병대 입대 전과 후 사진에 한 번 놀라고, 빡센 소개에 또 한 번 놀라고, 지은이 신호진의 변종 문체 깐죽체에 다시 한 번 놀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좌충우돌 해병대 이야기다. 2000년도에 출판된 <해병대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새로운 개정판 <해병대를 부탁해>에서는 입이 절로 벌어지는 엽기적인 행각들이 줄을 이었다. 한 편으로는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사는 법을 터득할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의 글에서도 언급되듯 해병대원들은 표지의 무장한 카멜레온처럼 시시때때로 자신을 변화시켜가며 진정한 '해병대'로 거듭난다. 처음에는 웃음이 나오고 입이 벌어지다가도 읽으면 읽을수록 해병대의 일명 '기수빨'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선임들에게 당한 참상(?)을 생각한다면 그 누군들 기수빨을 내세우지 않을 수 있으랴. 정말 해병대 한 번 갔다오면 사람이 만들어 지는가보다.

 


해병대가 하는 일이 바로 저런 겁니다.
 
페이지 : 340  


 

마지막으로 큰 재미를 주었던 한 방은 '작가의 말'이었다. 본문에서도 '깐죽체'를 선보인 730기 위풍당당 해병 신호진의 푸념보다 더 재밌는 후기. 위험천만 요절복통 좌충우돌 해병대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그도 '지금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적응해 먹고 살기 용이한 인상'으로 잘 살고 있단다.

<해병대를 부탁해> 저자는 730기, 이번에 들어간 현빈은 1137기이니 정말 '현빈도 모르는 요절복통 해병대 체험기'다. 여자인 나에게 새로운 군대 이야기를, 군대 중에서도 가장 힘겨운 해병대 이야기를 들려준 새로운 책이다. 

해병대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어 새롭게 다가왔던 <해병대를 부탁해>. 생각보다 더 '빡센' 해병대 이야기에 현빈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