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샌더와 허미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허미아의 아버지는 드미트라우스를 사위로 삼고싶다. 드미트리우스는 한 때 헬레나를 좋아했지만 현재는 허미아에게 푹 빠졌다. 헬레나는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한다. 아버지의 반대에 함께도망치기로 한 라이샌더와 허미아는 숲 속에서 잠이 들다(정숙한 커플답게 떨어져서 잔다). 요정의 왕 오베론은 요정의 여왕 즉 자신의 아내인 티타니아의 시동 하나를 갖고싶은데 티타니아는 줄 마음이 없자. 오베론은 퍽을 시켜 티타니아의 눈에 팬지즙을 바르라 명한다. 팬지즙은 눈을 뜨고 처음 만난 상대와 사랑에 빠지게 한다. 오베론은 헬레나의 한숨어린 사랑 이야기를 엿듣고 퍽에게 바르는김에 드미트리우스의 눈에도 바르라고 한다. 그러나 왕답게 자세한 인물묘사를 하며 명을 내린 건 아니었다. 퍽은 라이샌더에데 팬지즙을 발랐다. 라이샌더가 눈을 뜨고 처음 본 사람은 바로 헬레네! 자고 있던 허미아는 내팽겨치고 헬레네에게 애정을 갈구한다. 오베론은 퍽을 혼낸다. 퍽은 재대로 드미트리우스에게 팬지즙을 바르지만 헬레메는 두 남자가 모두 자게를 놀린다고 생각한다. 허미아는 라이샌더의 배신이 믿기지가 않는다. 오베론은 네명을 모두 재우고 제대로 꽃즙을 눈에 바른다. 이제 라이샌더와 허미아, 헬레네와 드미트리우스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이다. 꽃즙으로 즉각 마음이 변화는 인물 묘사는 우습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경박하진 않다고! 외치고 싶지만 길게보면 뭐 크게 다를 건 없다. 내 사랑은 참 얕고 한때 사랑이라 믿었던 인간을 혐오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멋진 제목으로 우리에게 영원히 남겨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게 되어 기쁘다.
활자 잔혹극. 누군가에게는 그럴것이다. 활자가, 의미없는 손짓이, 작고 귀여운 소품이 악마처럼 느껴질 것이다. 유니스에겐 접혀진 신문이 자기를 공격하고 무시한다고 느껴진다. 유니스의 마음을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을것이고, 나는 그 근처에서 해맑게 멜린다처럼 웃고 있겠구나 싶었다.
제목이 강렬하다. 프랑스 소설이다. 프랑스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지구 모든 곳에서 아빠가 엄마를 죽인다. 필리프 베송은 아빠가 엄마를 죽인 그 시점부터 시작한다. 13살 여동생이 19살 주인공에게 전화를 한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이 한문장으로 주인공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동생을 만나러 가는길, 경찰과의 대질, 도망친 아빠와의 만남. 주인공은 오래동안 꿈꿔왔던 발레를 그만두고, 여동생은 스스로를 잃는다. 이 책은 이 과정을 아주 세세히 따라간다. 아빠가 엄마를 죽인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생각나고, 그리고 그 아이들이 생각난다. 더이상 아빠가 엄마를 죽이지 않았으면.
76살 마리아는 살던 아파트의 화재로 시니어 성소수자 공동 주택 단지인 플레이아데나에 들어간다. 마리아는 자신의 오랜 파트너의 죽음 이후 삶에 대한 의지가 크게 없다. 마리아는 여기서 늙은 게이와 레즈비언, 성정체성으로 모든걸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마지막 엔딩은 달빛 아래서의 키스다. 내가 하는 사랑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만화 끝에 작가의 말이 있는데 많은 퀴어 이야기를 기록하겠다는 의지가 강렬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인 한편 우리나라에 시니어 성소수자 공동 주택 단지가 생기려면 몇년이 더 필요할까란 질문이 남는다.
한승태작가의 책은 재밌다. 고된 노동을 그린 르포인데 읽다보면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가 흘린 땀과 시간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내가 알아야하지만 결코 알 수 없는 세계와 그곳의 사람들이 책에 담겨있다. 마지막 작가를 다루는 챕터는왜 그렇게 쓸쓸한지. 책을 읽으며 나는 언제 멸종이 될까를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린 모두 멸종을 앞두고 있다는생각도 든다. 작가의 책이 계속해서 출간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