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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ㅣ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김운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안토니오타부키의 <레퀴엠>을 다 읽고 이책을 펼쳐들었다. 한참 불안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이어서 페르난도 페소아에게 애틋한 마음이 깊어져 있는데, 그의 마지막 사흘이라니,
그라는 작가를 안지 얼마 안된 나임에도 작가의 슬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
...........우리를 형성하는 모든 원자, 지금의 우리 육신을 이루는 이 무수한 분자는 나중에 영원한 순환 속으로 돌아갈 것이며, 물, 흙, 풍요로운 꽃, 나무 시력을 부여하는 빛, 우리를 적시는 비, 우리를 흔드는 바람, 겨울에 망토로 우리를 감싸는 새하얀 눈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곳 대지로 돌아올 것입니다. 오, 위대한 페소아여, 자연이 원하는 무수한 형태로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조라고 부르는 개, 풀잎 한 줄기, 또는 리스본의 광장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느 젊은 영국 여인의 복사뼈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탁하건대, 지금 떠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페르난두 페소아로서 우리 사이에 잠시 더 머물러주십시오..............
수많은 이명작가를 가진 페르난도 페소아의 마지막을 이렇게 간결하고도 정확히, 앞으로 그 누가 표현할 수 있을까? 안토니오타부키만큼 그보다 더 그에게 매료되고, 그가 남긴 글들을 모두 찾아 읽는 이는 있겠지만, 이렇게 마치 모든 이명작가들과 페소아를 만나게 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하고, 그들이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추억하고,
그리고 페소아가 인생을 바라보던 시선들... 삶은 해독할 수 없어요. 페소아는 답했다. 절대 물어보지도 말고, 절대 믿지도 마세요. 모든 건 감춰져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책을 읽으면 자꾸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리스본행야간열차>의 한구절에 실린 그의 글이 좋아서, 불안의 책을 읽다가 그만 두웠는데,
어느샌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언급으로 다시만나고, 또 우연히 안토니오 타부키를 알게되고,
그리고 책에서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카스카이스의 석양도 아름다워요, 페소아가 말했다.) 모든 화살표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 때 그의 모든 책들을 그가 살았던 거리들을 다 알고 싶고,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못한 것이 아쉬워진다.
페소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이 책을 읽고 짧지만 분명히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