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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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년세세'는 해마다 또는 매년을 힘주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매년을 힘주어..

특별히 읽고싶은 책이 있을 때가 아니면, 주로 도서관에서 표지와 제목만보고 책을 빌려온다. 그리고 표지 뒷면에서 작가님을 처음 만난다. 단지 겉만보고 골랐을 뿐인데 <아무도 아닌>, <계속해보겠습니다>, <디디의 우산>을 우연히 만났다. 몇번 우연히 만나게 되니까 또 만나면 반가웠다ㅎㅎ 이번에 읽은 <연년세세>는 그렇게 인연이 된 작가님 이름을 보고 구매한 책이다.

이 책은 70대인 이순일과 그의 두 딸인 한영진, 한세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용서'가 사람들 사이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삼인칭 시점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까지 성까지 붙인 이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하는 책은 처음 인 것같다.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풀네임으로 저장해두면 정 없다고, 먼 사람같은 느낌이라고 서운해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싫지만, 우리의 이야기이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많지만, 30대인 나에게 가장 공감됐던 것은 '어른'에 관한 이야기였다.
[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렇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내 아버지는 그것이 인생의 비결이라고 말했는데, .....]

어릴 땐 내가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고, 그걸 손에 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나이가 들면서 '땅에 떨어 진 것을 주워먹는 일'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없는 것을 꿈꾸기보다는 있는 것, 객관식 문제를 풀 듯이 그 안에서만 답을 찾아야 하는 일...

<연년세세>는
우리의 이야기여서, 옆집 할머니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서글픈 책이다. 언젠간 '잘 살기'가 무엇인지 아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한 번 잘 살아보기를.. 황정은 작가님의 책에도 그런 잘 살고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길 날을 기다려본다. 해마다 힘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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