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박완서) 수록작 '카메라와 워커'(1975)로부터


사진: UnsplashRach Pradhan


올해 초에 '카메라와 워커'가 그림이 있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고모, 난 카메라라면 지긋지긋해. 이가 갈려. 생전 그런 거 안 가질 거야.

드디어 버스가 오고 나는 그것을 혼자서 탔다. 나는 훈이에게 몇 번이나 돌아가라고 손짓했으나 훈이는 시골 버스가 떠나기까지의 그 지루한 동안을 워커에 뿌리라도 내린 듯이 꼼짝 않고 서 있었다.

훈이가 젖먹이일 적, 그때 그 지랄 같은 전쟁이 지나가면서 이 나라 온 땅이 불모화해 사람들의 삶이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 던져지는 걸 본 나이기에, 지레 겁을 먹고 훈이를 이 땅에 뿌리내리기 쉬운 가장 무난한 품종으로 키우는 데까지 신경을 써가며 키웠다. 그런데 그게 빗나가고 만 것을 나는 자인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 카메라와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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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프카의 '단식 광대' 결말부가 있습니다.)


지만지 '카프카 단편집'(권혁준 역)에서 '단식 광대'를 읽고 마지막 부분을 옮겨둔다. 

By © Foto H.-P.Haack - Antiquariat Dr. Haack Leipzig → Privatbesitz, CC BY 3.0, 위키미디어커먼즈


By Franz Kafka - ÖNB-ANNO,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커먼즈


'단식 광대'를 오디오북(커뮤니케이션 북스)으로도 들었다. 조원규 시인의 번역으로 그는 찾아보니 보르헤스가 기획한 카프카 단편집 '독수리'(현재 품절이고 중고책으로 구할 수 있다)의 역자. '독수리'에 실린 '단식 광대'가 오디오북 텍스트의 출처이지 싶다.


올해 5월 문학동네에서 '단식 광대'가 실린 카프카 중단편선을 출간했다(이재황 역). 그리고 독문학자 정항균의 '카프카 코드 - 카프카 해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도 나왔다. 


정항균, 카프카의 『단식예술가』에 나타난 신체와 동물-되기의 의미(2020)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74694





"자, 이제 처리하지!"

감독이 이렇게 말했고, 사람들은 단식 광대를 짚더미와 더불어 묻어 버렸다. 그가 있던 우리에는 젊은 표범 한 마리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황폐한 상태에 있던 우리에 이런 맹수가 이리저리 뒹구는 것을 보는 것은 아무리 무딘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기분 전환이 되었다. 표범에게는 아무 부족한 것이 없었다. 감시인들은 오래 생각하지 않고 표범의 입에 맞는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표범은 자유조차도 그립지 않은 모양이었다. 팽팽해서 거의 찢어질 정도로 모든 필요한 것을 갖추고 있는 표범의 고상한 몸뚱이는 자유까지도 함께 지니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 자유는 이빨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표범의 목구멍에서는 관중으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열기와 더불어 삶에 대한 기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관중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 몰려들었으며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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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6월 3일 프란츠 카프카 사망 https://www.imaeil.com/page/view/2024053015554383099 올해로 타계 백주년이다. 


아래 글은 카프카 연구서 '자유를 향한 여섯번의 시도 - 카프카를 읽는 6개의 키워드'(오선민) 중 마지막 장 마지막 편이 출처.

카프카 묘소 (프라하) By gl:User:Kikooo1984 -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오선민 작가는 카프카에 대한 책을 한 권 더 썼다.

카프카는 오스트리아 빈 근교 키얼링의 요양원에서 죽었다.  Kierling sanatorium where Kafka died in 1924 By Clemens PFEIFFER - Own work, CC BY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카프카의 작품에는 많은 세계가 들어 있다. 심지어 그가 살아 보지 못했던 시공간까지도. 카프카는 1924년에 레테의 강을 건넜다. 가족들은 모두 수용소로 갔지만 그 자신은 반유대주의 광풍에 휩쓸려 무참히 학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려 낸 세계는 정확히 그가 살아 보지 못한 유대인 박해, 거대 관료제의 비인간화를 예고한다. 특히 「어느 단식 광대」에서 그리고 있는 굶는 광대는 벌거벗은 채로 분쇄되는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형상과 완벽하게 닮았다. - 2. 끝없는 실패와 무한한 시도로서의 글쓰기 / 6장 문학 : 발신하지만 도착하지 않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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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설혜심 지음) 중 크리스티 실종사건 관련 부분을 가져온다.


[역사학자가 주목한 애거사 ‘그 밖의 것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08425.html



한국 창작 뮤지컬 '아가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6616546?sid=103







1926년 12월 3일 애거서는 ‘스타일즈’라고 이름 붙인 서닝데일의 자택에서 나간 뒤 사라져버렸다.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되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의 소지품이 그대로 놓인 자동차만 발견되었다. 한 신문사는 현상금 100파운드(2019년 기준 6,000파운드)를 내걸었고, ‘남편의 외도에 충격받은 젊은 여성 추리작가의 실종’은 매일같이 신문을 장식하며 엄청난 화젯거리가 되었다. 애거서는 11일이 지난 후에야 해러게이트(Herrogate)의 한 스파 호텔에서 발견되었다. 남편과 의사는 애거서가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 8 신분 도용 "난 작가인 척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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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hine - Sir Lawrence Alma-Tadema - WikiArt.org


다음 책은 크리스티 전기 '완성된 초상' -  자전적 소설 '두번째 봄'의 원제인 '미완의 초상'을 염두에 둔 제목이다.



"주디는 햇볕이 잘 드는 방을 써야 해요." "말도 안 돼. 주디는 종일 밖에서 놀잖아. 뒤쪽방은 아주 넓어. 아이가 뛰어다녀도 될 만큼. " "그 방은 햇볕이 들지 않아요." "주디에게 중요한 햇볕이 왜 나한테는 중요하지 않은지 모르겠군."

하지만 셀리아는 처음으로 단호하게 맞섰다. 더멋에게도 볕이 잘 드는 방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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