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박찬욱 신작 '어쩔수가없다' 원작 '액스'(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가 아래 글의 출처로서 요즘은 극장에 잘 안 가는 편이지만 연휴에 볼까 생각 중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Hans님의 이미지


cf. 서재 이웃님이 최근 읽고 리뷰하신 '김호연의 작업실 - 김호연의 사적인 소설 작업 일지' 목차를 보니 '7. 쓰기 위해 읽다 – 작업실 서재 뒤적이기' 편에 '《액스》 : 내 모가지를 지키기 위한 남의 모가지 자르기'가 있다. 김호연 작가는 이 작품이 "기똥차게 재미있다"고 썼다.





내게는 동기가 있다. 내게는 동기가 있고, 반드시 제거해야 할 특정 인물이 몇 명 있다. 그것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명석한 형사라면 대번에 나를 용의선상에 올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네티컷에서 내 총에 맞아 숨진 이는 에벌리와 에이쉐뿐이다. 연쇄살인범의 패턴이 보이는 사건이 그 둘뿐이라는 얘기다. 그럼 나는 안심해도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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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9-30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 좋았어요.
원작을 잘 살리면서도 박찬욱 감독의 개성이 보이더라고요.
배우들도 연기를 잘 하고요^^

서곡 2025-09-30 15:57   좋아요 1 | URL
아 보셨군요 네 기사와 리뷰를 읽어보니 박찬욱 스타일로 블랙유머가 넘칠 것 같아요 재미있겠네요 ㅋㅋ

단발머리 2025-09-30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보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박찬욱 감독 영화 너무 쎄서 안 보거든요.
이 영화는 기대를 가지고 갑니다!

서곡 2025-09-30 15:58   좋아요 0 | URL
오 후기 기다리겠습니다 ㅎㅎㅎ 네 박찬욱 특유의 과잉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건 좀 나으려나요
 

'쓴다면 재미있게'(벤저민 퍼시/이재경)로부터 옮긴다.

Girl Writing, 1892 - 1895 - Piet Mondrian - WikiArt.org





영화 대본에서 ‘비트’는 스토리의 최소 단위, 즉 하나의 액션과 리액션을 뜻한다.(중략)다음은 리디아 데이비스Lydia Davis의 단편 <아우팅The Outing>의 한 대목이다.

길가에서 폭발한 분노, 길에서 말하는 것이 거부되고, 솔숲에서도 이어지는 침묵, 오래된 철교를 건너가면서도 이어지는 침묵, 화해 시도도 물 건너가고, 언쟁을 보도 위에서 끝내는 것도 거부되고, 가파른 흙 제방 위의 성난 고함소리, 덤불 사이에서 들리는 울음.

이것을 단편으로 불러야 할지 시로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게는 비트 시트처럼 읽힌다. 골자만 남기고 전부 추려낸 서사. 이것이 단편이기 때문에 (거기다 순수문학 단편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애매모호한 새드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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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리안의 꽃 그림을 보았다. 아름답다. 추상화만 그린 게 아니었던 것이다.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윤현희)의 '2부 내 마음이 나를 괴롭게 하는 날에' 중 '피에트 몬드리안 _ 수많은 균열을 쌓아 삶의 균형을 완성하다' 편을 읽었다.

Amaryllis, 1910 - Piet Mondrian - WikiArt.org





몬드리안은 물질주의를 거부하고 정신세계의 질서를 추구하는 자기 절제적인 사람이었다. 고독을 즐기는 은둔자 같은 생활을 추구했던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활동 무대는 고향이었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쟁을 피해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미국 뉴욕으로까지 확장되었다. - 선과 면이 만드는 균형

몬드리안은 미술교사였던 아버지의 강요로 20세가 되던 해에 미술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교사가 아닌 화가의 길을 택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꽃을 그린 정물화나 수채화를 판매해서 생활비를 마련했다. 파리에서 지낼 때도 정물화는 그의 주된 수입원이었다. - 원칙과 질서가 혼란한 마음을 구원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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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뷰 소설집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에 실린 리디아 데이비스의 단편을 몇 년 전 처음 읽었을 때 별로 끌리지 않았다. 소문을 들은 것처럼 알게 된 데이비스의 명성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울 정도로. 내용과 형식 중 뭐가 내 구미에 맞지 않았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데 둘 중 어느 하나가 아니라 둘 다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재독하려다가 그냥 덮었고 오늘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괜찮네. 나중에 또 읽고픈 훅 치고 들어온 부분도 여럿 있다. 부디 내가 잊지 않기를. 독서란 궁극적으로 독자 자신의 문제라는 점을 새삼 실감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

Composition with Gray and Light Brown, 1918 - Piet Mondrian - WikiArt.org


올해 번역출간된 리디아 데이비스의 책 '우리의 이방인들'을 담아놓는다.






우리 작가들은 어쩌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지어내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언제나 현실이 훨씬 더 나빠!

당신, 이 이야기의 진정한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겠어?
정말 이상하지, 인간의 두뇌란! - 플로베르가 보낸 열 가지 이야기 | 리디아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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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을 읽기 전 이름부터 먼저 들었고 그 후 데이비스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를 읽었다. 그때는 리디아 데이비스의 단독 저서가 번역되지 않았을 때였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는 미국 문예지 파리 리뷰 발표작 중 여러 작가들이 선정한 모음집으로서 앨리 스미스가 리디아 데이비스의 '플로베르가 보낸 열 가지 이야기'란 작품을 고르고 추천의 변을 썼다. 앨리 스미스가 쓴 '문장 몇 줄로 우주를 전달한다'로부터 아래 옮긴다. 역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서평이라 할 수 있겠다. 앨리 스미스 - 리디아 데이비스 - 플로베르로 이어지는 연쇄의 매력.

Composition with Grid IX, 1919 - Piet Mondrian - WikiArt.org


cf. 앨리 스미스는 순위가 높진 않지만 현재 알라딘에서 투표가 진행 중인 2025 노벨 문학상 예상 후보 중 한 사람인 영국 작가이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94540&idx=3#dw




<플로베르가 보낸 열 가지 이야기>는 (번역가이기도 한) 데이비스가 《보바리 부인》을 새로 번역하다가 작가인 플로베르가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썼다.

<플로베르가 보낸 열 가지 이야기>는 어디서 플로베르의 이야기가 끝나고 어디서 데이비스의 글이 시작되는지, 각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렷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어떻게 연결되고자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순환은 가깝고도 멀다.

"생각이 움직일 수 있는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아래로 흐르는지 궁금해." 다른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 안에서는 어떤 것도 홀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이야기 자체가 공동의 형식이자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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