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의 말 - 이 말이 내게로 스며들었다, 살아갈 힘을 얻었다'(김연숙)의 'Ⅱ 질문하는 젊은이를 위하여'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의László D.
올해 9월 새로 발간된 박경리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표지의 새들이 날아가고 있다.
연대 원주캠퍼스에 호수가 있어요. 수위 말씀이 밤에 천둥치는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얼음이 얼 땐데 철새들이 많이 오거든요. 철새들이 도중에 묵었다가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되도록 여기서 더 묵으려고. 호수가 다 얼어버리면 먹거리를 못 찾거든요—그 밤에 새들이 날개로 얼음이 얼지 않게 변두리를 친다는 거예요. 그 소리가 천둥소리 같다.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첫마디 한 소리가 ‘참 살기 힘들다’. 그다음 날 현장에 가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복판에 동그랗게 물이 얼지 않고 얼음바닥에 새들이 쫙 앉아 있어요. 그처럼 산다는 것이, 생명이 산다는 게 다 힘들어요. - 철새처럼, 매일매일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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