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 하권으로부터 - 키티와 레빈의 결혼식 장면이다.
Levin and Kitty(Anna Karenina) By Artist Elmer Boyd Smith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안나 까레니나'의 또 다른 주인공인 레빈과 결혼하는 키티는 언니가 둘인 세자매의 막내로서, 등장인물 소개에 따르면 돌리(안나의 올케언니)가 큰언니, 나딸리(리보바 부인)가 작은언니인데, 본문에 리보바 부인이 '큰언니'로 적힌 부분이 있다.
유자나무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6XX12400720 '등자나무'를 검색하니 유자가 등자라는 결과가 나온다. 아래 옮긴 글에 나오듯 결혼식 화관에 등자나무꽃이 쓰인다. 참고로 펭귄클래식코리아 역본은 '오렌지꽃'으로 번역했다. 결혼식 신부의 오렌지꽃 착용을 딴 책에서도 본 기억이 난다.
키티는 이미 오래전에 채비를 다 마치고서 흰색 드레스와 긴 면사포, 등자나무 꽃 화환을 쓴 채 혼례식 대모인 친언니 리보바 부인과 함께 셰르바쯔끼 일가 저택의 홀에 서서는, 신랑이 교회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자기 쪽 들러리가 전해 오기를 벌써 반 시간이 넘도록 헛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예뻐 보였는데, 이는 꽃이라든가 면사포라든가 파리에서 주문해 온 드레스가 미모에 뭔가를 더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위적인 화려한 차림새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시선, 그 입술의 표정이 여전히 똑같은, 그녀만의 순진무구한 진실함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도망치려는 줄로만 알았어요.」 키티는 이렇게 말하고 살포시 웃었다.
「너 좀 추운 거 아니야? 얼굴이 창백해. 잠깐만, 고개 좀 숙여봐!」 키티의 큰언니 리보바 부인이었다. 그녀는 아름답고 통통한 두 팔을 둥글게 모아 동생의 머리 위에 얹힌 꽃을 바로잡아 주었다.
다가와 무언가 말하려던 돌리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키티와 레빈으로 인해 기뻤다. 자신의 결혼식에 대한 기억을 돌이켜 보면서 환하게 빛나는 스쩨빤 아르까지치를 바라보았고, 현재의 모든 것을 잊은 채 순진무구했던 첫사랑만을 추억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 모든 신부들 중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안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 안나의 이혼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녀 역시 순결한 신부로서 등자나무 화관과 면사포를 쓰고서 서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 제5부
스찌바(오블론스끼, 스쩨빤 아르까지치) 안나의 오빠. 공직자.
돌리(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돌린까) 그의 아내. 셰르바쯔끼가의 첫째 딸.
셰르바쯔끼 공작(알렉산드르 드미뜨리예비치) 돌리의 아버지. <노공작>.
나딸리(나딸리야 알렉산드로브나) 그의 둘째 딸.
리보프(아르세니) 나딸리의 남편. 외교관.
키티(예까쩨리나 알렉산드로브나, 까쩨리나, 까쩬까, 까짜, 까찌까) 그의 막내 딸.
레빈(꼰스딴찐 드미뜨리치, 꼬스짜) 귀족 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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