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산 배우의 낭독으로 피츠제럴드의 단편 '겨울 꿈'을 들었다. 재미있었다. 특히 박 배우가 여성 인물을 연기할 때 웃음이 절로 났다. 하필 아름답고 부유한 여성으로 구체화된 '꿈'에 매달리는 남성의 삶이 펼쳐진다.

F. Scott Fitzgerald House, Buffalo, New York By Andre Carrotflower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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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환상수첩'은 엄청나게 끔찍하다. 여성을 거침 없이 희생양으로 삼는 남성들을 거칠게 드러낸다. * 『환상수첩』 [幻想手帖]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957373&cid=67067&categoryId=67133



사진: UnsplashJosh Withers



집을 나설 때 대문 밖까지 배웅을 나온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두 분은 분명히 나를 불쌍히 여기고 있었다. 어쩌면 지난날의 자신들을 향하여 응원의 주먹을 휘두르는 기분이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아버지 편이 말이다. 이제 와서 나는 옴쭉달싹할 수 없음을 느꼈다. 애쓰다가 애쓰다가 안 되면 그만이다, 라던 얼마 전까지의 내 생각은 수정을 받아야 했다. 이제는 애쓰다가 애쓰다가 안 되면, 아니 그렇지만 기어코 해내어야만 되었다. 저 덜컥거리던 야행열차의 유리창에 비친 나의 무표정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세상이 내미는 모든 것을 고분고분히 받아들이자던 나의 약속을—뒤집어보면 그러한 나의 생각에 일종의 비웃음이 섞여 있었지만—이제는 어쩔 수 없이 실천해야만 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무엇이었을까? 센티멘털리즘? 센티멘털리즘이라고 해두자. 그러나 몇십 년 후, 코트 깃을 세우고 이 바람찬 항구의 겨울 거리를 비스듬한 자세로 걸어가는 센티멘털리즘이 없다면, 아아, 그런 일은 없으리라, 단연코 없으리라. 아무런 속박도 욕망도 없이 볼을 스치고 가는 바람의 온도와 체온과의 장난을 즐기며 꾸부린 자세가 오히려 편안하다고 느끼며 그리고 내 구두가 아스팔트를 울리는 소리만을 들으며 어디론가 그저 걸어가는 일. 그 순간에 나는 죽어도 좋았다.

김윤식은 적었다. "바다와 죽음의 이미지를 빼면 이 글은 무너진다." 그리고 "바다와 죽음의 두 이미지는 60년대 문학적 특질의 하나를 표시하는 상징물이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눈’과 ‘소금’의 이미지를 빼면 이 글은 무너진다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을 쓸 당시 김승옥에게 ‘자살과 속화’라는 양자택일만이 존재했기 때문이고, 자살을 택하는 또래 주인공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 길이 더 순수한 길이라는 생각을 끝내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해설 /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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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슈크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660140&cid=51935&categoryId=54489


백신애의 '슈크림'은 사랑스럽다. 일본 신혼여행에서 슈크림을 잔뜩 먹고 질린다는 내용.













"내일 또 먹겠어요. 더 못 먹겠어요." 하고 겨우 거절을 하면 그 편은 내가 체면이나 하는 줄 알고 자꾸 권하니 그런 딱한 노릇이라곤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한 자리에서 열 개를 계속해 집어넣었더니 지금까지라도 슈크림이라면 머리가 흔들립니다. - 슈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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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에 나타난 글쓰기 특징—「다산성(多産性)」(1966)의 문맥 형성 과정 고찰, 백지은, 2008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299562


Woman in Blue Dress, c.1903 - Victor Borisov-Musatov - WikiArt.org



"자, 먼저 들어가세요."

나는 점잖게 말했다. 그 여자는 남대문 쪽으로 가고 나는 동대문 쪽으로 가기 위해서 지금 헤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요 몇 시간 동안 만나고 있던 것은 숙이가 아니라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모를 어떤 것, 나에게서도 조금은 나왔고 숙이에게서도 조금 은 나왔고 의자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탁자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레지에게서도 조금은 나왔고 잠바에게서도 조금은 나왔고 음악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커피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마네킹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그렇게 나온 조금씩의 어떤 것들이 뭉친 덩어리였음을 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숙이의 좁은 어깨를 보고 있는 동안에 나는 깨달았다.

무인도 따위의 엉뚱한 생각을 할 게 아니다. 정면으로 숙이와 나에 대하여 생각을 집중시켜보기로 했다. 그 여자와 말을 주고받기 전엔 나는 그 여자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다. 좋아했다는 말이 너무 지나치다면 그 여자를 내 곁에 느끼고 있었다고 하자. 어느 날 문득 ‘천사의 직계 후손’이란 말이 생각났다. 그러자 숙이를 거의 완전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여자를 다방으로 불러내었다. 서로 무언가 말을 주고받았다. 시시한 얘기뿐이었다. 그 여자를 대단찮게 생각하게 되었다. 대단찮다는 말은 그 여자가 이미 내 속에 들어와 있는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끌어들여야 할, 내 속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그 여자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모서리나 돌기들을 내가 힘써 깎아내고 문질러 없애야 할 존재, 다시 말해서 남이라는 것이었다. ‘대단찮게 생각했다’는 것은 ‘귀찮게 생각되었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귀찮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될 어떤 과정을 겪어낼 것을 일단 포기해버리자. 다시 그 여자는 여전히 남이긴 했으나 내 속에 들어와 있는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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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는 결혼하여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남편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말 서대문형무소에서 죽었고 아들은 세 살 때 세상을 떠났다.


[네이버 지식백과] 암흑시대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4805&cid=41708&categoryId=41737






장영은의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에 묶인 박경리에 관한 글이다.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1905212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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