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달이 안 보여서 실방을 잠시 보았다. 곧 자정이다. 굿바이 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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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이 좋아했다는 일본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오늘과 같은 날인 팔월말일에 발표한 글이다.  


[식민지가 된 조선을 슬퍼했던 일본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 / 연합뉴스TV]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1886년 이와테현 출생. 1902년 중학교를 중퇴하고 도쿄로 올라와 잡지 『명성』에 투고하는 한편 동인 ‘신시사’에 참여했다. 1905년 열아홉 살에 첫 시집 『동경』으로 문단에 데뷔했지만, 생계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1908년 『명성』이 폐간되자 이듬해 기타하라 하쿠슈, 히라이데 슈 등과 함께 낭만주의 문예지 『묘성』을 창간했다. 1910년 솔직한 감성을 자유롭게 읊은 가집 『한 줌의 모래』를 펴내며 호평받았다. 지금도 일본 국어 교과서에 실릴 정도. 1912년 4월 13일 스물여섯 살에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했다. 사후 죽음을 앞둔 심정을 노래한 가집 『슬픈 완구』가 출간됐다.「얼음 가게 깃발」은 1909년 8월 31일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글이다.

웃통을 벗어젖힌 채 드러누워 있는데, 활짝 열어 놓은 2층 창문에서 맞은편 얼음 가게 깃발과 메마른 기와지붕과 새하얀 목화솜을 겹겹이 쌓아 올린 여름 구름이 보였다. 깃발은 바람 한 점 없이 찌는 한낮 더위에 죽어버린 양 고개를 떨구고 조금도 나풀거리지 않는다. 빨간 가장자리만이 손이 닿으면 데일 만큼 불타고 있다.

나도 손과 다리를 아무렇게나 뻗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얼음 가게에 걸린 그 깃발이 ‘뭔가 해야지, 해야지’라고 초조해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정신 상태 같았다. 나의 분노는 옆방에서 펄렁펄렁 부채 부치는 기척에도 끊임없이 펄럭였다. 가슴에 송송 솟은 땀이 갈비뼈를 타고 조르륵조르륵 등 쪽으로 흘러 떨어졌다. - 얼음 가게 깃발(이시카와 다쿠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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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립미술관 특별전 ‘미안해요, 프랑켄슈타인’ 올해 11월26일까지 https://www.jma.go.kr/web/page.php?pcode=AA01&exhibit_code=23072713082366&&s_ecate=all


지난 주 해본 문학동네 유형테스트 결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로 나와서 급기야 일주일 가량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버닝해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어느덧 팔월말일. 내일부터 올해의 마지막 4개월이 시작된다. 으흐. 넉 달 지나면 달력을 바꿔야 한다니. 이제 프랑켄슈타인 피버는 슬슬 정리하고 원래의 독서궤도로 복귀하자. 그나저나 예쁘고 독특한 프랑켄슈타인 책(어린이 청소년 동화 포함)들이 꽤 보인다.

  




프랑켄슈타인을 재해석한 동명 소설이 원작인 엠마 스톤 주연 영화 '가여운 것들' 예고편 - 올 겨울 개봉 예정 *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와 '킬링 디어' 등을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작이다. 

Be My Frankenstein, 1964 - Niki de Sainte Phalle - Wiki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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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8-31 2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가장 복잡한 인물 아닐까요!
가여운 것들, 영화 재밌겠어요.
오늘 슈퍼블루문이 떴는데
9월도 이 달만큼이나 행복하세요^^

서곡 2023-08-31 22:35   좋아요 2 | URL
네 글차나두 달 보려구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안 보이네요 ㅎ 그러게요 영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팔월 마지막 밤 편안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서곡 2023-08-31 22:51   좋아요 1 | URL
엠마 스톤이 메리 셸리 역을 해도 참 잘 할 것 같습니다 ㅋ

물감 2023-08-31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여운 것들> 나름 신선하게 읽었는데, 영화가 나오는군요! 개인적으로 책보다 영화가 더 나을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ㅎㅎ

서곡 2023-08-31 22:36   좋아요 1 | URL
그 책 리뷰 물감님이 쓰신 거 잘 읽었답니다 내용파악에 도움이 되었어요 네 저도 책보다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ㅋㅋ

유수 2023-08-31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aladin.kr/p/MfFMv
서곡님 이미 아실 수도 있겠는데 이 책 제가 참 좋아해요 ㅎㅎ 피버 끝물에 숟가락 얹습니다!

서곡 2023-08-31 22:39   좋아요 1 | URL
아 이 책 이번 피버(!) 때 검색하다가 발견했어요 ㅋㅋ 우리 동네로 도서관 상호대차 신청했답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수님이 좋아하신다니 좋은 책이겠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곡 2023-08-31 22:45   좋아요 1 | URL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863638 --> 요 포스트에 담아 두었답니다 ㅋㅋ 안녕히 주무세요!

서곡 2023-09-09 14:43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받아와서 잘 읽었습니다 책이 너무 예뻐요 ㅎㅎ 주말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2010)과 '2010 올해의 좋은 소설'에 실린 우리 나라 작가 최제훈의 단편 '괴물을 위한 변명'은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가 마거릿 새빌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첫머리부터 원본을 따라하며 패러디하고 있는 것이다. 마거릿 새빌은 로버트 월튼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결혼한 누나로서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월튼이 새빌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니까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프랑켄푸드 [Franken-food]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625&cid=43659&categoryId=43659 '괴물을 위한 변명'에 단어 '프랑켄푸드'가 소개된다. 


* '프랑켄슈타인'의 형식에 대한 언급을 문학동네 프랑켄슈타인 역자해설(김선형)로부터 옮겨둔다.


Clouds over Rhein-Main area, as seen from Frankenstein Castle By Localizer,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8195474

Fountain of youth – Frankenstein Castle By Pascal Rehfeldt - Own work,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929674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프랑켄슈타인 성(여기에서 연금술사가 태어났다고 한다)이 메리 셸리에게 영감을 주었을 거라는 가설 또는 주장이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Frankenstein_Castle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같은 이야기를 바라보는 겹겹의 다른 각도와 시선이 두드러진다. 그리하여 『프랑켄슈타인』에서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목소리는 거침없이 서사를 장악하지 못한다. 프랑켄슈타인의 언행을 바라보고 논평하고 액자처럼 에워싸는 목소리들이 늘 병존한다. 새빌 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월턴 대장의 북극 원정과 엘리자베트 라벤차의 서한들, 월턴이 듣는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 속에서 또다시 괴물이 육성으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한 파격적인 이중의 액자 형식은 프랑켄슈타인의 서사에 아이러니와 텍스트의 깊이를 더한다.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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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1.11.12 월호에 실린 문학평론가 손정수 교수의 '존재의 심연에 다가가는 두 가지 이야기 방식 —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마틸다」'에 최제훈 작가의 단편 '괴물을 위한 변명'이 인용, 거론된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수록. 이 소설 '괴물을 위한 변명'에 따르면 원작과 달리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범죄자의 뇌로 괴물을 창조한 설정이다.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 (퍼블릭도메인,위키미디어커먼즈)

‘프랑켄슈타인’을 모티프로 한 창의적인 메타픽션을 선보인 바 있는 한 소설가는 거기에서 원작을 "캐릭터의 높은 인지도에 비해 원작이 가장 소외된 소설"*로 규정하고, (후략) * 최제훈, 「괴물을 위한 변명」, 『퀴르발 남작의 성』, 문학과지성사, 2010, 240쪽.

괴물의 반사회적 행동의 원인을 하필 재료로 사용된 시체가 범죄자의 것이었다는 식으로 유전적/본성적 요인에서 찾고 있는 대중문화 영역과는 대조적으로, 소설에서 그 원인은 환경적/경험적 요인에 놓여 있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는 그 이유를 "아마도 경험론이 우세했던 영국에서, 급진주의 사상가와 선구적 페미니스트를 부모로 두고,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고 자란 환경적 요인 탓"*에서 찾고 있는데, 그만큼 특히 이 문제는 원작 소설의 사상적 측면과도 연관되어 있다. * 최제훈, 앞의 글, 248쪽. - 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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