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옮긴 글은 영미산문집 '천천히, 스미는'에 실린 홀브룩 잭슨의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가 출처이다. 당대의 애서가라는 홀브룩 잭슨은 제임스 조이스 왈, '율리시즈'의 블룸을 닮았다고. 신기한 사실은 홀브룩 잭슨이 별세한 날이 6월16일 - 블룸스데이.[George Holbrook Jackson (31 December 1874 – 16 June 1948) was a British journalist, writer and publisher. He was recognised as one of the leading bibliophiles of his time. (중략) James Joyce singled out Jackson to Sylvia Beach as someone who "resembles" Leopold Bloom.] https://en.wikipedia.org/wiki/Holbrook_Jackson

Drawing of Leopold Bloom by Joyce(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

책 읽기 좋을 때는 아무 때나다. 아무 도구도 필요 없고 시간과 장소를 지정할 필요도 없다. 책 읽기는 낮이든 밤이든 어느 시간에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 책 읽을 시간이 있고, 책을 읽고 싶을 때가 바로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건강하거나 아프거나 책은 읽을 수 있다. 이유 없이 또는 사소한 연상 작용으로 문득 책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기싱은 어느 날 해 질 무렵 거리를 걷다가 오래된 농가 앞에 의사의 2륜마차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과 불 켜진 2층 창문을 보고 갑자기 《트리스트럼 샌디》 생각이 나서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와 20년간 펴보지 않았던 그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생각만큼 기싱을 즐겁게 하는 일은 없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실현이 되든 안 되든 ‘아침부터 밤까지’ 책을 읽으리라 꿈꾼다.

하지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 책 읽기 좋은 때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분명 즐거움을 놓치고 말 것이다. (중략) 무한한 미래에 방대한 문학을 읽겠다고 마음먹었다가 결국 시간에 패배하고 마는 것만큼 흔한 일이 있을까? 오늘 읽을 책을 결코 내일로 미루지 말자. -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홀브룩 잭슨) 《The Anatomy of Bibliomania》(1930)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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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서가 / 제인 오스틴과 파이젤로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08-01 10:33 
    영미권산문집 '천천히, 스미는' 에 실린, 홀브룩 잭슨의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 중 '루바이야트' 영역자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일화이다. 루바이야트 영역본 Title page from the first American edition of FitzGerald's translation, 1878(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 아래 옮긴 부분에 나온 파이젤로(파이지엘로, 파이시엘로)가 작곡한 나폴레옹 대관식 미사곡 중 상투스이다.
 
 
 


Setting Sun


The Holy Family


Boy in a Sailor Suit 


*  위 세 그림 다 1913년 작이다(출처: 위키아트 https://www.wikiart.org/en/egon-schiele). 


'1913년 세기의 여름'으로부터 아래에 옮겼다. 스물둘 '자뻑' 에곤을 보라. 

스물두 살의 화가 에곤 실레는 1913년에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를 쓴다. 3월 31일에는 이런 편지를 쓴다. "저는 썩어서 영원한 생명을 남기는 열매가 될 거예요. 그러니 저를 낳은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겠습니까?" 그러나 어머니 생각은 좀 다르다. 실레의 어머니는 남편, 그러니까 실레의 아버지의 무덤이 툴른의 묘지에서 잡초로 뒤덮여 있는 것에 화가 나 실레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너를 위해 피땀 흘리신 네 아버지의 유골이 가장 황폐하고 초라한 묘지 안에 모셔져 있다. 너는 네 자신에게 쓸데없이 돈을 얼마나 허비하는 거냐. 너는 다른 사람과 다른 일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면서, 네 불쌍한 어미에게 낼 시간은 없구나! 신이 너를 용서하시기를, 나는 너를 용서 못하겠다."

실레의 어머니는 아들이 관습을 등한시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유산을 무시하고, 아버지의 무덤을 돌보지 않고, 어머니의 존재를 잊었다고 비난한다. 그녀는 아들에게 또 편지를 쓴다. 그에 따라 실레는 두번째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를 쓰는데, 이 편지는 모든 정신분석 교과서에 실릴 만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어머니, 뭐하러 오븐에 던져질 편지를 자꾸 보내세요. 다음에 뭔가 필요하신 게 있으면 저에게 오세요, 저는 다시는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에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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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드먼의 음악 / 베케트

사뮈엘 베케트와 작업한 모턴 펠드먼의 오페라 'Neither'(1977)에 대한 내용을 '침묵을 보다(부제:'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의 순간들')'란 책으로부터 찾았다. 9장 '사이에 Between'의 첫 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의 일부이다.

2013년 노르웨이 베르겐 국제 페스티벌 'Neither' 공연 티저 영상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이에 대한 펠드먼의 가장 명시적인 탐색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Neither」라는 제목의 오페라 대본이다. 이 대본은 베케트가 쓴 동명의 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그림자가 앞에서 뒤로도, 내부의 그림자에서 외부의 그림자로도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불가해한 자아에서 불가해한 비자아로
그 어떤 것도 경유하지 않는다

불이 켜진 두 곳의 피난처 사이처럼
문이 살포시 거의 닫혔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살포시 다시 열리듯

이리저리 호출되었다 외면당했다

길은 아랑곳 하지 않고, 하나의 빛 혹은 다른 빛에 열중한

들어본 적 없는 발소리, 소리만

마침내 영원히 멈출 때까지, 영원히 부재할 때까지
자아도 타자로부터
그러곤 소리 없음

그러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 부정neither 위로 부드러운 빛은 희미해지지 않는다

말할 수 없는 고향

펠드먼은 베케트를 만나 그의 언어를 음악으로 옮길 가능성을 의논하려 했지만, 베케트는 관심이 없었다. 제임스 놀슨은 두 사람의 대화에 관한 베케트의 설명을 전한다.

그(베케트)는 아주 당황스러워했다. 그는 잠시 후 내게 말했다. ‘펠드먼 씨 난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에게 말했다. ‘당신 잘못이 아니죠!’ 그러자 그가 말했다. ‘제 언어가 음악으로 옮겨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음악에 말을 사용한 적이 거의 없어요. 목소리를 쓴 작품은 많이 쓰긴 했지만, 가사는 없어요.’ 그러자 그가 나를 다시 보더니 말했다. ‘그럼 뭘 원하는 거죠?’ 내가 말했다. ‘나도 몰라요!’…나는 정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뭔가 늘 맴도는 것 말이다.

펠드먼은 그러고 나서 베케트에게 그의 작품 한 편을 위해 쓴 몇 줄의 가사를 보여주었다. 베케트는 흥미를 보였고 대답으로 자신의 전 생애와 작품의 주제는 단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 내용을 적었다. "그림자 속 앞에서 뒤로도, 내부의 그림자에서 외부의 그림자로. 앞으로 뒤로, 도달할 수 없는 자아와 도달할 수 없음 사이에서." 그런 다음 덧붙였다. "약간 작업이 필요하겠죠? 그렇지 않을까요? 뭐, 더 생각이 나거나 하면 보내드리죠." -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9_사이에 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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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케트 / 표현의 의무

모턴 펠드먼(1926~1987)은 미니멀 경향의 전위적, 실험적 미국 음악가라고 한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3p2479a (펠드먼) 펠드먼의 작품 중 제목에 베케트가 있는 곡들을 가져왔다(그가 세상을 떠난 1987년에 나왔다).



경우에 따라 ASMR로 괜찮을 것 같다.

펠드먼은 위 곡들에 앞서 베케트의 글을 가사로 파격적인 오페라 'neither'(1977)도 작곡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Neither_(opera) * 아래 영상은 펠드먼의 'neither'에 기반한 발레 공연 티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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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침묵을 보다 / Neither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07-31 15:39 
    사뮈엘 베케트가 글을 쓰고 모턴 펠드먼이 곡을 쓴 현대 오페라 'Neither'(1977)에 대한 내용을 '침묵을 보다(부제:'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의 순간들')'란 책으로부터 찾았다. 2013년 노르웨이 베르겐 국제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Neither' 티저 영상이다.
 
 
 

울프의 단편 '쓰지 않은 소설'로부터 옮긴다. "계란이 싸다......" 지금 여기의 물가는 어떤가? 


언스플래쉬(사진공유사이트)에서 '버지니아 울프'로 검색하니 인형 사진이 나왔다. 세워두는 작은 입상 같다. 

사진: Unsplashk


* 출처는 '버지니아울프단편소설전집'(유진 역, 하늘연못)이다. 


글로 옮겨지는 소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가! 그것도 착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만.

다른 사람들의 눈은 우리의 감옥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우리의 새장이에요.

"계란이 싸요!"

늘 이런 식이다! 내가 그녀를 폭포 위로 끌고 가서 미치게 만들 때, 그녀가 환상의 양떼처럼 홱 돌아서서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계란이 싸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쇳덩어리 위에 놓인 레몬처럼 신랄했다. - 쓰지 않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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