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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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소재로 애정사와 부부생활, 개인과 가족의 관계를 길지 않은 분량으로 잘 풀었다. 지금도 발생하는 현대적인 재미난 이야기.결혼에서 경제적 여건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면도 눈에 들어온다. 여자건 남자건 자산이 있어야 좋은 배우자감이 되는 사회적 고려가 근대에 와서 개인의 자립이 더욱 중시되는 사정과 맞물려 희비극이 무겁지 않게 펼쳐진다.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듯이. 열린 결말로 끝나는데 그 뒤가 궁금하지만 무리 없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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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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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이 재미나서 기억하고 있다가 마침 책의 날에 타이밍 좋게 읽었다. 흥겹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독하게 책을 좋아하기에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이사갈 집을 보러 가서는 서재를 구경하다가 역시 책벌레인 그 집 주인과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책 수다 떠는 이야기나, 책을 줄일 목적으로 아는 어른께 좋아하실 만한 책을 드리려고 가져갔다가 다른 책들을 더 받아오는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오는 이야기 같은 책담들이 유머러스하게 기록되어 있다.

에두아르가 시인 ‘흐엉보’를 언급했을 때, 나는 더 이상 모르는 것을 숨기는 데 지쳐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해버렸다.

그가 ‘흐엉보’라고 발음했던 시인이 우리가 ‘랭보’라고 발음하는 천재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창피했다. 그가 랭보를 모른다는 내게 어떤 비난도 경악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랭보를 모른다고 했다면 나는 뭐라고 했을까?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책과 작가들이 존재하며, 평생을 다해도 그들의 존재를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아는 무언가를 모르는 사람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주이 고기룰 머고요(중이 고기를 먹어요).""인새운 짤고 예수룬 길다아~(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사자가 코키리룰 자밥 적여 머거다~(사자가 코끼리를 잡아 죽여 먹었다)." (에두아르가 연습하는 한국어 문장)

"호텔 이름 기억할 수 있지? 호텔 이름만 잊지 않으면 돼. 알았지?" "아리스토텔레스!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그래? 아리스토텔레스 별로 안 유명한데..." 미셸 투르니에는 유명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안 유명하다? 이게 무슨 개똥같은 소리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 사람들이 읽지 않은 책을 쓴 철학자가 뭐가 유명한가? 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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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지나고까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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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송태욱은 통속도 소세키가 쓰면 통속이 아니게 된다고 썼다. 이 소설에는 미행과 혼담, 출생의 비밀까지 나오지만 소세키 특유의 담백한 정조이고, 표면의 묘사에 만족하지 않고 이면까지 보고 싶어하는 통찰의 시도 덕분에 지루하진 않다. 이런 스타일이 후대의 일본 작가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한다. 연재물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작품 내부에 분절적인 측면이 있다 - 단행본으로 새로 낼 때 개고를 했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출생의 비밀이 등장한 사정에는 소세키가 큰집에 양자로 갔다가 본가로 돌아온 체험이 깔려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소세키의 자식 중 하나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연이 자세히 반영되어 있어 소세키의 아버지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통속도 소세키를 만나면 통속성을 잃는다. (송태욱)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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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호랑이가 산다 모두를 위한 그림책 45
레네 아스크 지음,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손화수 옮김 / 책빛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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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또는 새로운 세계에의 진입을 둘러싼 아이와 어른 간의 마찰과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호랑이라는 특별한 상징적 매개를 통해 상호해소와 해결에 도달해요 물론 여기서 쉽게 일단락되지는 않겠지만 아이들끼리만 싸우면서 친해지는 건 아니겠지요 생동감 있는 그림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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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 시시때때로 커피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커피 안내서
김훈태 지음 / 갤리온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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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에서 커피 드립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드립백보다 손이 많이 가나 오랜만에 하니 안 귀찮고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맛도 더 좋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저자는 커피를 취미로 즐기고 특기로 발전시키고픈 분인 것 같다. 지식과 정보가 적당히 있어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에피소드 중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어느 날 택시를 탄 저자가 택시비가 모자라지만(카드결제가 안 되었나 보다) 기사님이 너그러이 봐주셔서 그럼 나중에 커피 대접이라도 하겠다고 답한다. 대화를 시작해 보니 기사님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핸드드립 카페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음에도 기사님의 아버지가 집에서 손수 원두를 볶는 애호가라 기사님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드립커피를 마셔왔다고. 강호의 은둔고수를 만난 기분으로 저자는 신나게 커피 토크를 하고 기사님의 연락처를 받고자 하나 기사님은 쿨하게 거절하신다. 


저자의 단골 핸드드립 커피집들이 언급되는데 이 책이 나온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은 없어지거나 위치를 옮긴 곳이 꽤 된다. 나중에 기회 되면 가 보고 싶다. 특히 커피국수 레시피를 창안하셨다는 스님의 낙성대 길상사 지대방!

[보헤미안 커피 주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난 언제나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걸 잊지 않는다. 고귀한 불굴의 노력이 생겨난다.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둔해진다면 커피를 마시세요. 커피는 知的 음료입니다.’

낙성대 길상사의 쉼터 지대방에서 언젠가는 정위 스님께 ‘커피 국수’를 주문해볼 참이다. "스님, 커피 국수 될까요?" 핸드드립 커피를 전통 막사발에 내주는 지대방 정위 스님이 낸 책을 보다가 발견한 커피 국수의 간단한 레시피는 이렇다. 먼저 국수 면을 삶고 찬물에 데친 다음 핸드드립 커피 4인분을 내려 붓는다. 얼음과 가늘게 썬 오이채를 넣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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