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꽃의 삶'(피오나 스태퍼드 저/강경이 역)으로부터
피나무 꽃(뮌헨) By N p holmes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피나무 꽃망울들은 침묵과 생략을, 말해질 뻔했던 것들을 귀띔한다. 피나무의 여름 비밀들은 여러 줄로 매달린 점, 점, 점들로 멈춘다. 한여름의 절정에, 여름밤이 멀리 물러나고 여름 태양의 온기가 뜨거움으로 바뀔 무렵 초승달과 버터색 꽃송이 문양이 반복되는 망토들이 느닷없이 펼쳐지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관을 이룬다.
영국과 유럽, 미국 곳곳의 도로와 오솔길, 공원과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다(그리고 피나무, 보리수, 참피나무basswood, 티욀tilleul, 틸리오tiglio, 그리고 학명인 틸리아Tilia로 다양하게 불린다). 완만하게 퍼져가는 원뿔 형태의 키 크고, 부드럽고, 통통한 이 초록 나무는 초여름 무성한 활엽수들 틈에서 더 화려한 몇몇 수종만큼 눈에 띄지는 않는다. 이들의 우아한 몸통과 가지는 무수히 돋아나는 잎들로 금세 뒤덮인다. 피나무 잎사귀는 교과서에 끄적거린 낙서처럼 좌우가 비대칭인 하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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