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de Madame Y, 1935 - Tsuguharu Foujita - WikiArt.org


박경리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0XX69200041






"평화를 그리워했을 거야. 옛날을, 왜놈들 없었던 옛 시절을, 우리가 일본에 유학했을 때 경멸했던 그것들을. "

"그래요, 언니. "

"그 상태가 계속되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지금쯤 대일본제국의 찬가를 부르고 대일본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그 신여성들 대열에 끼었다가, 피신할 궁리를 하는 신세가 되었을 거야. 일본이 욱일승천(旭日昇天)했을 때 감옥에서 죽고 어느 벌판에서 죽은 사람들, 지식인들은 그 죽음을 개죽음이라 했다. 자신들에 대한 변명이지. 그러나 충성스런 천황폐하의 신민이 된 그자들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민족 반역자로 처단될 때 분명 삶의 값어치가 죽음에서 나타나는 거 아니겠어? 하기야 뭐 땅속에 들어가서 썩기는 매일반이지만. "

"우리가 배우고 본 것은 말짱 헛것이었다. 그야말로 쇼윈도에 내걸린 유행복 같은 것, 안 그러니?"

"그 시절, 언닌 가장 모던한 여성이었지요. 자유분방하고 그때 거침없는 언니가 부럽기도 했어요. "

"언니는 어떻게 그리 말을 잘해요?"

"옛날에 웅변가가 되려 했던 것 몰랐니? 비적의 여두목도 되고 싶었고 콜론타이처럼 성(性) 혁명, 그런 소설도 쓰고 싶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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