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안네의 일기'(배수아 역)에 실린 조해진 작가의 독후감으로부터. 안네 가족과 일행들은 1944년 8월4일에 잡혀간다. 꼭 여든 해 전의 일이다.
사진: Unsplash의Matt Pictures (2022년8월)
1942년 6월 12일에 시작된 일기는 1944년 8월 1일에 끝난다. 안네는 열세 살이 된 날부터 2년 2개월 동안 일기를 쓴 셈이다. 그 2년여 동안 안네의 세계는 안과 바깥 양쪽에서 모두 요동쳤다.
1944년 8월 4일 누군가의 밀고로 은신처는 발각된다. 은신처에서 생활하던 안네의 가족과 첫사랑인 페터, 페터의 가족과 치과의사였던 뒤셀은 독일군에 의해 뿔뿔이 흩어지고, 흩어진 그들은 가스실에서, 이동하던 중에, 아니면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1년을 채 견디지 못하고 모두 사망한다(안네의 아버지 오토는 예외였다. 은신처 사람들 중에 유일한 생존자인 오토 프랑크는 훗날 ‘안네 프랑크 재단’을 설립한다). 안네는 언니인 마르고와 함께 베르겐 벨젠 수용소에서 티푸스로 사망했으리라고 후대의 사람들은 짐작하고 있다. 1945년 2월과 3월 사이, 수용소가 영국군에 의해 해방되기 불과 두세 달 전이다.
안네는 그렇게 죽었다.
안네의 일기를 (제대로) 읽기 전에도 나 역시 세상 사람들처럼 그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 죽음은 이미 과거에 종결된 것이어서 다른 가능성은 제로일 뿐인데,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일기가 1944년 8월 1일에 급작스레 끝난 순간,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슬픔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조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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