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어빙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5a1349a

잠에서 깼을 때는, 처음 노인을 만났던 절벽 가장자리 푸른 언덕이었다. 그는 눈을 비볐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셨다. 새들이 수풀 속에서 지저귀고 있었고, 독수리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신선한 산들바람을 즐기고 있었다.‘분명히 여기서 잠든 게 아니었는데.’ 립은 생각했다.

그는 술 취해 잠들기 전에 일어났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술통을 짊어진 낯선 사람, 산골짜기, 바위로 둘러싸인 야생 은신처, 나인 핀스 경기를 하던 우울한 사람들, 커다란 술병들.

그는 어렵사리 협곡을 내려와서 어제저녁에 동행인과 함께 올라갔던 작은 골짜기까지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이리저리 바위에 부딪쳐 거품을 일으키며 골짜기 안을 온통 웅얼거리며 흐르는 물소리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자작나무, 사이프러스, 조롱나무 수풀을 헤쳐가며 골짜기 가장자리를 힘들게 기어올랐다. 가끔 야생 포도나무 덩굴에 발이 걸려 쓰러지기도 했는데, 포도 덩굴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휘감아 마치 그물이라도 쳐놓은 것 같았다.

"누가 알겠어요! 난 내가 아닌가 봐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저기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가 됐나 봐요. 어젯밤까지만 해도 난 분명히 나였는데, 산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이상한 사람들이 내 총을 바꿔놓고 모든 것을 바꿔버렸어요. 나도 바뀌었어요.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대체 난 누구란 말입니까!"

이제 립은 예전처럼 어슬렁거리며 살았다. 금세 옛친구들을 다시 만났지만 다들 세월에 찌들어 건강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립은 떠오르는 세대들과 더 친해졌고, 금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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