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깼을 때는, 처음 노인을 만났던 절벽 가장자리 푸른 언덕이었다. 그는 눈을 비볐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셨다. 새들이 수풀 속에서 지저귀고 있었고, 독수리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신선한 산들바람을 즐기고 있었다.‘분명히 여기서 잠든 게 아니었는데.’ 립은 생각했다.
그는 술 취해 잠들기 전에 일어났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술통을 짊어진 낯선 사람, 산골짜기, 바위로 둘러싸인 야생 은신처, 나인 핀스 경기를 하던 우울한 사람들, 커다란 술병들.
그는 어렵사리 협곡을 내려와서 어제저녁에 동행인과 함께 올라갔던 작은 골짜기까지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이리저리 바위에 부딪쳐 거품을 일으키며 골짜기 안을 온통 웅얼거리며 흐르는 물소리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