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친절한 미술이야기'(원제 Who's Afraid of Contemporary)로부터




Infinity Mirror Room, 1965 - Yayoi Kusama - WikiArt.org










완벽하게 하얀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고 상상해보자. 부엌 조리대, 소파, TV, 가스레인지 위의 주전자까지 모두 하얗다. 음, 그렇다고 정신병원에 막 들어섰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곳은 일본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소멸의 방The Obliteration Room>(2002~현재)이다. 그런데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고? 작가는 선명한 색상의 크기가 다른 점 모양 스티커를 한 세트씩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방 안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붙이게 한다.

그녀는 1960년대에 처음 ‘소멸’이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스로 소멸하기 위해 점으로 자신과 타인을 완전히 뒤덮기 시작했다. <소멸의 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작가와 협업할 뿐 아니라 관객들끼리도 서로 도와 무한한 빨강, 노랑, 초록의 몽롱한 점들로 공간을 변화, 즉 소멸시킨다.

이 작품만큼 유명한 또 다른 설치작업 <무한한 거울의 방Infinity Mirror Room> 역시 관객에게 유사한 경험을 선사한다. 벽과 벽, 천장과 바닥을 모두 거울로 덮어 만든 차분한 공간에 홀로 들어서면, 천천히 흔들리며 깜빡거리는 불빛이 거울에 무한히 반사되어 마치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무한한 불빛 속에 잠긴 관객은 수백만 개의 별 가운데 오직 하나뿐인 별로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미적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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