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박완서) 수록작 '카메라와 워커'(1975)로부터


사진: UnsplashRach Pradhan


올해 초에 '카메라와 워커'가 그림이 있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고모, 난 카메라라면 지긋지긋해. 이가 갈려. 생전 그런 거 안 가질 거야.

드디어 버스가 오고 나는 그것을 혼자서 탔다. 나는 훈이에게 몇 번이나 돌아가라고 손짓했으나 훈이는 시골 버스가 떠나기까지의 그 지루한 동안을 워커에 뿌리라도 내린 듯이 꼼짝 않고 서 있었다.

훈이가 젖먹이일 적, 그때 그 지랄 같은 전쟁이 지나가면서 이 나라 온 땅이 불모화해 사람들의 삶이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 던져지는 걸 본 나이기에, 지레 겁을 먹고 훈이를 이 땅에 뿌리내리기 쉬운 가장 무난한 품종으로 키우는 데까지 신경을 써가며 키웠다. 그런데 그게 빗나가고 만 것을 나는 자인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 카메라와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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