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읽은 권여선 작가의 저서(공저 제외)는 데뷔작인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1996)’, 산문집 ‘오늘 뭐 먹지?(2018)’,그리고 단편소설집 ‘분홍리본의 시절(2007)’, ‘내 정원의 붉은 열매(2010)’, ‘안녕 주정뱅이(2016)’들이다. 저자의 일곱 번째 소설집인 ‘각각의 계절’은 나로서는 내가 읽은 이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인 셈.


이 책은 작년 50인의 소설가 중 12인이 택하여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8045400005 좀 있으면 등단 30년차가 될 권여선 작가는 어쩌면 이 시대의 박완서가 될 수도 있겠다. 이미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권여선 작가의 책들을 띄엄띄엄 읽어온 가운데,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작가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가 이 책 ‘각각의 계절’을 읽는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첫 수록작 ‘사슴벌레식 문답’(김승옥문학상 대상작)은 자살, 정치적 조직사건과 배신이란 비극과 참극이 가로지른다. 친구의 자살이란 소재는 권여선 작가 본인이 대학생 시절 겪은 실화를 어쩔 수 없이 연상시킨다.


마지막 수록작 '기억의 왈츠'(김유정문학상 수상작)는 여성 화자가 술에 취해 진상짓을 하는 대목이 압권인데 - 일견 멀쩡해 보이는 그녀의 남친도 실은 진상 과로서, 엄청난 분량의 일기장을 보내 여친에게 읽으라고 압박을 가한다 - 철 이른 수박을 사 달라고 사람들 앞에서 철철 우는 장면은, '안녕 주정뱅이' 수록작 '이모'에서 호감을 가진 남자의 손바닥을 담뱃불로 지져 버리던 모습만큼 강렬하진 않아도, 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아, 새로운 '봄밤'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돼. - 사슴벌레식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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