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수록작 '실버들 천만사'는 권여선식 모녀 이야기(창작과 비평 2020년 여름호 발표). 아래 옮긴 글은 2020 김승옥 문학상 작품집이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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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예전의 나라면 이런 식으로 밋밋하게 흘러가는 소설을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더 꼬아야 하는데, 감추고, 에두르고, 덧칠해야 하는데, 하면서 꼬고 감추고 에두르고 덧칠해서 내놓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흘러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이 민틋하면 민틋할수록 나는 어떤 불쾌의 선이 끊임없이 자극되는 것을 느꼈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신경의 소소한 폭발들을 경험했다. 이 소설은 그 기록이다.

이상하지만 이번 한 번은 이렇게 하겠다.

또 이럴지 몰라도, 이번 한 번은 이렇게.

나도 한 번은 이렇게 무엇을 덜 하는 힘겨움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싶었나보다. 작가노트조차 이렇게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한 번에 쓰게 될 줄 몰랐다. - 작가노트 | 이번 한 번 (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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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4-05-29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오~ 타자를 상정한 애씀에서 놓여나고 싶은 어떤 궁극의 해방에
자신을 한동안 방기해 두려는 욕심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서곡 2024-05-29 21:54   좋아요 1 | URL
권여선 작가, 지금껏 많이 썼고 다양한 돌파구를 시도해봄직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여성작가로서 모녀서사를 쓴다는 일은 꽤 의미심장하니까요...

성냥 2024-06-17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노트. 울컥하네요.

서곡 2024-06-17 14:03   좋아요 1 | URL
네 ... 개인 작품집 ‘각각의 계절‘은 작가의 말이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